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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아줌마3


BY 올리비아 2006-04-27

 

갑자기 재수뽕 남편 시뻘건 얼굴로 우리 뒤를 돌아보며 하는 말.

“제가 공원을 걷는데...갑자기 심장쇼크가 일어나서...”

 

헉스!

우리 여걸식스팀 좀전에 얄미웠던 마음 눈녹듯 사라지고

마치 자기 남편 아픈거 마냥 깜짝 놀라며 걱정에 걱정을 하고..


“어머나 조심하셔야겠네요..점심을 먹고 너무 더운 날씨에

공원을 걸어서 그런가...어쩐가..저쩐가..정말 큰일 날뻔하셨네요...“


버스안 일행 중 한분이 그 소릴 듣고 재수뽕 남편에게

다가와 수지침을 놓아주며 혹시라도 또 안좋으면 자기에게

말하라는 말과 함께 그 아저씨의 건강을 걱정해 주셨다.


정많고 의리파인 여걸식스팀들..


“그러니깐 중년 나이에는 조심 해야해....

그럼그럼.. 돌연사가 어쩌구 저쩌구..\"

 

개그맨 김형곤 얘기까지 해가며....

우린 재수뽕 아저씨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다.


그날 저녁은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매일 밤 한방에 모두 모여 짧은 티타임을 하였지만

오늘은 마지막 밤이니 못먹는 술이지만 맥주 한잔 하기로 했다.

 

마침 호텔 바로 앞에 까르푸매장이 있길래 6명의 여자들.

혹여나 납치나 당할까 똘똘 뭉쳐서 스파이처럼 장을 봐왔다.


6도정도에 약하디 약한 청도맥주 3병과 물.

변비로 고생하고 있는 엄마들을 위해 온갖 과일과 요플레.


호텔로 돌아온 우리들 바닥에 신문지 여러장을 깔고는

사가지고 온 과일들을 씻어와  신문지 위에 앉았는데

정작 병따개가 없어서 맥주를 마실 수가 없었다.


가이드에게 오프너를 구해달라고 하자니 오늘 공원에서

하루종일 사람찾아 뛰어 다니느라 피곤했을텐데..


걍 우리가 1층으로 가서 따오자며 바디?랭귀지가

가장 잘 되는나와 한 엄마와 둘이 호텔 복도로 나왔다.


종종걸음으로 두여자 맥주 3병을 나누어 들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

갑자기 어느 방에선가 싸우는듯 들려오는 목소리..


“어..누가 싸우나?....22층엔 우리 여행팀들일텐데... 누구지?”


복도 안에서 가만히 서 있어도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듯 가깝게 들렸다.


“어머..이 목소리는 재수뽕네 아저씨 아냐?”
“그러게....근데..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흥분한거지?..”

 

잠시 발길을 멈추고 서 있는 우린 ...그만 ..

그 아저씨가 큰소리로 흥분하며 말하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듣고 말았는데....

그 이야기는 이러했다..


“ 내가 말이야~ 아까 공원에서 있었던 일을 지금도 생각하면...

하하하.. 정말 약속시간이 4시인줄 몰랐다구..

그래서 공원에서 구경하고 다니다가 너무 더워서

캔맥주 먹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늦은거 같은거야..그래서 약속장소로 가보니

우리들을 찾아 나선 가이드를 만났는데... 뭐 할말이 있어야지..

그래서 딱 생각해 낸게.. 심장쇼크였다구...하하.. \"


오호... 통재라......

세상엔... 비밀이 없다더니..

 

하필이면 이렇게 중대한 비밀이야기를

때마침 우리가 듣게 될줄이야..

무슨 드라마 장면도 아니고...--;

 

차가운 맥주 두병을 끌어 안은채

우린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리고 서 있었다...

 

정말 생각할수록 괘씸하기가 그지 없었다.

우린 그런 것도 모르고 함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었건만..

 

그리고 함께 걱정해주며 침까지 놓아준 그 아저씨는 뭐냐구..

사람들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놔도 유분수지..

 

그러니깐 그들은 그날  오후에 있었던 말못할 일을

자기네끼리  자축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린 가슴이 너무 떨려 더이상 이야기를 들을 것도 없이

병뚜껑을 따가지고 방으로 들어와 좀전의 벌어진 상황을

모두에게 들려주니 경악을 금치 못한다.

 

“어머머머...세상에...정말 재수뽕뽕뽕이네...”


그나저나 이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모른척 넘어갈까....

 

아니다...우리가 그 거짓말을 알고 있다는걸 알려서

그들이 앞으로는 그런 거짓말을 못하게 해야 한다..

 

처음 만나 우리에게 시끄럽다고 큰소리칠땐 언제고

그렇게 교양있는 사람들이 여러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기만한거에 대해서 우린 묵고할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과 반대로 최대한 부드럽고 

예의바르게 이야기하기로 결정을 짓고 건배를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

여걸식스의 큰언니가 재수뽕여사에게 슬며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여..아침먹고.. 있다가 시간나면.. 얘기 좀 해요”
“아..네”

 

무슨 일인가 싶지만 대수롭지 않게 대답 하는 그녀.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라 탄 일행들 공원으로 도착해

가이드를 따라 산책하는 중 한가로운 시간을 골라 그녀를 불렀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이야기하는게 나을것 같아서..

 

처음에 우리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자꾸만 또 이런 저런 변명들을 한다.

 

\"자기 남편은 원래 심장병이 있다구..\"

\"하지만 어제 늦은건 심장병이 아니지 않냐구..\"

\"그..렇죠..--;\"

 

그냥 시간을 몰라서 늦었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일을

왜 그런 거짓말을 해서 여러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걱정하게 만드냐구..

그건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이 아니라구..

 

처음에 우리에게 안좋은 소릴 한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들 역시 집으로 돌아가면 누구보다도 가정적이고

성실한 주부들이니 안좋은 선입견을 갖지 않길 바란고 말하니..

 

재수뽕 여사가 그제야 말한다.

사실 처음엔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우릴 바라보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지 않더라며..

그래서 자기가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냐는 말을

서로 솔직하게 나누고 나니 그동안 찝찝했던 마음들이 후련했다.

 

우리는 그녀에게 서운하게 생각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그전보다 훨씬

가까운 마음으로 인천에서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서로 손을 흔들며 활짝 웃으며 헤어졌다.....

 

여행의 목적은 장소가 아니다.

 

어떤 사람과 가는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그 여행이 즐거울수도 있고

괴로울수도 있음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여행은..

내가 모르는 내 자신을  알게 되고...

상대방을 알게 되는 절호의 찬스임을..

 

재수뽕이 재수짱이 되는 챤스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