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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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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일기(나는 여직원)


BY 개망초꽃 2006-04-12

11시…….

카페 문을 여니 카페는 밤새도록 술독에 빠져 해가 중천에 뜨도록 술 냄새가 진동한다.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 환기를 시켜 놓고,

화분에 물을 넘치도록 주었다.

내 욕심으로 물이라도 배불리 먹고 빨리 자랐으면 해서다.


30평쯤 되는 홀 안을 빗자루로 쓸었다.

땅콩 껍질과 담뱃재가 잘 안 쓸린다.

맥주병뚜껑은 손으로 집어낸다.


테이블을 행주로 닦는 시간쯤엔 12시가 돼 간다.

테이블보는 흰 바탕에 보라색 천이나 보라색 꽃무늬로 포인트를 주었다.

쿠션도 같은 계통으로 보랏빛이다.

내가 보라색을 좋아하는데, 기분 좋은 우연이다.


주방으로 들어가 술 따라 먹던 컵을 닦는다.

긴 컵과 물 컵과 양주잔이 골고루 섞여있다.

밤새 더러워진 행주도 몇 개나 개수대 통에 담겨 있다.

빨래비누로 빨아 락스에 담가 놓았다.


그 다음은 화장실로 간다.

샤워기로 변기통부터 거울까지 닦아낸다.

그런데, 화장실바닥 하수구가 이상하다.

개업식날 트레펑인지 뭔지를 사야한다는 소릴 들었는데,

여기가 막혀서 그랬구나…….

화장실 하수구는 난 바쁠 게 없다는 식이다.

싸워봤자 나만 피곤하니까 내 버려두고 밖으로 나왔다.

밤새 화단에 별일이 없는지, 얼마나 꽃이 자랐는지 점검을 한다.

카페 주변도 한바퀴 돌아본다.

꽃을 심을때만해도 삭막하던 나무들이 제각각 화사한 옷을 입고 있다.

도로가 벚꽃이 한창 예쁘다. 꽃은 활짝 필 때보다 피려고 할 때가 가장 예쁘다.

벚꽃이 그렇다.

목련도 그렇다.


카페로 들어와 딸기 주스를 갈아 마셨다.

실험삼아 밀키스도 넣어보고 사이다, 우유도 넣어봤다.

결국은 이사람 저 사람한테 물어서 사이다에 요구르트를 섞으니 내 입맛에 맞다.

과연 손님 입맛에도 좋을지…….걱정이다.


사장인 친구는 주먹구구식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미리 인수할 카페에 나가서 배우라고 했더니

한 달 동안 시간이 있었는데,

뭐가 바빴는지 아무런 준비 없이 카페를 인수받고 바로 개업을 했다.

커피 내릴 줄도 모르고, 어디서 원두커피를 사는 줄도 몰라서

장사를 하던 첫날 내가 알아보고 갖다 달라고 했다.

내가 미리 준비를 안 한 건

카페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난 여직원이다.

친구라도 그건 엄연히 내가 지켜야할 규칙이었다.

내가 먼저 설쳐대고 알아보고 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친구랑 나는 그리 친한 친구가 아니다.

이웃친구였고, 가끔 연락을 하던 그냥 저냥한 친구관계였다.

나는 낮에 카페를 관리하고 청소하고 손님을 맞아야 하는 월급쟁이다.

다만 친구는 밤장사를 해야 하고, 이 카페를 처음 볼 때,

낮장사론 내가 적합하다고 판단을 해서 내가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꽃을 가꾸면 잘 어울릴 카페였다.

그래서 나도 흔쾌하게 일하겠다고 했고,

꽃 심는 마음으로 장사를 하고 싶다.

예쁜 마음으로 꽃과 함께 즐기고 싶다.

그러다 보면 돈도 벌리겠지 …….이런 마음이다.


청소를 다 하고 나니 한시쯤 되었다.

창가에 앉아 카페앞 목련꽃을 본다.

봉오리가 길고 큰 서예 붓을 닮았다.

목련은 필 때보다 막 피려는 지금이 내 맘에 든다.

사랑도, 결혼도, 일도 시작할 때가 제일 설레고 의욕에 넘친다.


아! 참...화장실 바닥물은 두 시간이 지나도 내려가지 않아서

하수구를 들춰내고 손가락으로 쑤셔 닦고 트레펑을 붓고 해서 뚫었다.

화장실 하수구는 바쁘지 않단다. 나만 답답하고 더럽지.

사장친구는 별로 안달을 하지 않는다. 알음알음 손님이 오겠지, 그런다.

나만 답답하고 커피 팔아서 내 월급도 안 될까봐 안달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