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만큼 화려한 생일을 치뤘다.
친구와 나는 춘천에 있는 한의원으로 몇주전에 예약해 놓은
진료를 받기위해 함께 길을 떠났다.
친구는 6시부터 9시 30분까지 강의가 있는날이라,
서둘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집에서 일찍 출발했다.
친구의 학교에 내차를 주차하고, 친구의 차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잠깐 친구의 연구실에 들러 차를 마셨다.
열심히 일하는 젊은 교수의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춘천까지가서 밥을 먹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
우린 학교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나는 알탕, 친구는 대구지리탕, 합계 14,000원.
친구가 서둘러 계산을 한다.
\" 니 생일일날은 시간이 안날거 같아서 미리 생일축하로 밥사는거야 \"
\" 어 내 생일 어떻게 알았어? \"
\" 가맹점 계약서에 써있는 주민등록번호 보구 기억해 놨지 \"
\" 그래 ! 고맙다 \"
\" 비싼선물은 못해줘 \"
\" 비싼선물보다 더 감사하게 생각해 \"
\" 나 원래 여자한테 이런거 안하거든. 오해하지마 ! \"
\" 너 그런사람 아니라는거 알어. 친구로써 진심어린 우정으로 받아들여 \"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생일 선물을 받았다.
7만원짜리 혹은 70만원짜리 선물이었다면,
불분명한 감정이 실린 선물일 수 있지만
이처럼 고귀한 진심어린 선물이 또 있을까?
말할 수 없이 감사했다.
우린 춘천에 도착해서 진료를 받았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게 아니라,
7천원짜리 밥을먹고, 진료를 받으러 한의원을 돌아다니니
우리는 역시 너무나도 확고한 우정의 관계다.
약값을 각자 계산하고, 역시 서둘러 돌아왔다.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우리가 40대라는게 너무좋지 않니?
아마 우리가 30대에 만났다면, 이런 우정을 이어갈 수 없었을거야 \"
\" 맞아. 그랬을거 같아 \"
\" 우린 평생을 쿨한 친구로 지낼 수 있을거 같지? \"
친구가 한술 더 떠서 대답한다.
\" 난 자신있어! 그것만큼은 자신있어! 절대 친구로 지낼것같아 \"
\" 그래. 친구로써의 선을 지키지 못한다면,
비즈니스 파트너로써의 일도 못하고, 모든게 길게 못갈거야.
장난이라도 너한테 팔장끼는일 조차 없을거야! \"
\" 그래! 그래야지 \"
\" 근데, 니 생일 남편은 아나? \"
\" 몰라 알겠지 뭐. \"
\" 남편이와서 미역국이라도 끓여주러 오겠지? \"
\" 오면 귀찮기나 하지 뭘 오니. 오겠지 뭐. 올거야 ! \"
\" 생일인데 당연히 와서 미역국이라도 끓여줘야지 \"
더이상 그말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로 돌렸다.
5시 30분 도착!
생일이라고 저녁까지 사준단다.
5천원짜리 비빔밥을 30분동안 먹고, 우린 각자 바쁜일정을 찾아 갔다.
혼자 돌아오는 길!
남편한테 받아야할 대접을 친구한테 받는구나!
가슴 따뜻한 배려였지만, 돌아오는 내 가슴이 몹씨도 서늘했다!
작은아들에게 며칠전부터 선포했다.
올해부터 너는 엄마생일에
니가 할 수 있는 능력안에서 최대한의 선물을 해야한다.
1년동안 틈틈히 용돈을 모아서, 최고의 선물을 해야한다.
엄마는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고,
받아야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또 협박성 세뇌교육을 시킨다.
아들은 내 선물을 산다고, 토요일 내내 부산을 떨더니.
친구들과 몇시간을 몰려다니다가 선물 하나를 사왔다.
마음에 드는 귀걸이!
디자인이 정말 예쁜 귀걸이었다.
나는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내년부터는 틈틈히 용돈을 모아서
14K나 혹은 18k 진짜금으로 선물해야지되 알았지? \"
\" 네 ! \"
참 요구도 당당하시네요 하는 표정으로 빙긋이 웃으며 대답한다.
월요일 아침에 친구가 전화를 한다.
\" 남편이 와서 미역국 끓여줬니 ? \"
\" 응 선물도 사오고, 미역국도 끓여줬어! \"
\" 그래 잘했네, 사업두 잘하고 있다고 좋아하드나 \"
\" 그 ~럼 사업 잘 된다는데 싫어할 일이 있나. 되게 좋아하데 \"
\" 그래 잘했다 \"
생일을 잘 보냈나, 친구의 세심한 배려가 이어진다.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월요일 오후엔 또다른 친구가 전화를 한다.
\" 우리 내일 모임인거 알지?
토요일이 생일이었는데 못가서 미안해.\"
\" 무슨 소리야. 말만들어도 기억해준것만도 고마워 ! \"
\" 애들한테 얘기했어. 선물 다 사오라고 했어 \"
\" 그래 고맙다 내일 봐 \"
그랬다.
이세상에 태어나서 이처럼,
많은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속에 생일을 맞아 본적이 있던가!
미처 예상치 못한 축하를 받고보니 모든게 다 감사했다.
내 생애 가장 화려한
영원히 잊지 못할, 화려한 44번째 생일을 그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