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남편의 선배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중에 우리집에 들려도 되냐는 전화였다.나는
한번도 만나지는 못 했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어 알고 있던분 이다.두 내외분
다 순수 하고 신앙심이 아주 깊으신 분으로…이곳에
오기전 부터 우리 남편은 집에 누가 오는 것을 좋아한다.한국에서도
남편은 밤 늦게도 사람을 잘 데리고 올 정도였으니까……나
또한 별로 타박 하지 않았다.대접할것
없어도, 집이 지저분해도 사람 사는것이 다 거기서 거기지 싶었다.그러니
당연히 남편은 좋아하며 어서 오십사 했다.그래도
나를 한번도 못 봤는데 초면에 실례가 안 되냐고 하나 보다.여기서는
의례껏 자야 하니까남편은
왜 돈 들게 다른곳에서 자냐고 꼭 오라고 했다.
며칠후
그 내외분들은 밤 10 시가 넘어서 우리집에 도착했다.말로만
듣던분들을 만나니 나도 반가왔다.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같은 성당을 젊은시절에 다녔으니 선후배인 셈이다.우리도
성당커플, 그분들도 성당커플 인것이다.젊은시절
그여자분은 백양로가 아름다운 교정에서국문학을
공부 하신분이시고 매우 똑똑하기로 소문났던 분 이다.오죽하면
내후배가 나중에 말하길그분과
어떤 서양문학을 번역하고 토론할때 그분이 한것을 보고저렇게
똑똑한 여자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고 할 정도 이니까.그런분인데
이날 만나보니니 매우 마르고 힘들어 보였다.원래
몸이 건강 한 분은 아니지만 …건강
때문에 하려던 일을 못 이룬분 이라고 들었는데…눈동자는
매우 맑고 빛이 났다.남자분은
그래도 건강하고 좋아 보여서 다행이었다.그분들은
오래전에 미국의 가족이 초청해 놓은 것이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영주권이 몇년 전에 나왔단다.그때는
아이 문제 말고는 별 이유가 없어서 포기 하려고 하니까모두들
그 귀한 미국 영주권을 왜 포기 하냐고 하여아들을
미국에서 공부 한번 시켜 볼까 하고 왔단다.또
미국 이란곳에 대한 호기심도 발동 했단다.그러나
와 보니 모든것이 여의치가 않았던 것이다.동부
대도시 에서는 물가도 너무 비싸고 경쟁도 심하고 해서한국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 한채 팔아서 갖고 왔는데…오히려
생활수준은 더 떨어지고, 아이 공부도 힘들고,한국에서는
남자 혼자만 일을 해도되었는데, 여기서는 여자도 일해야 하고...모든것이
너무 힘들고 괴롭더란다.오직
하나인 아들이 안스럽고 또미안하여, 어디서 살지를 선택하라고 했단다.아들은
군복무를 마치고 진로를 결정 하겠다고 했단다.일단
군대부터 가기로 하고 한국으로 갔단다.두
내외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 갈 결심까지 했단다.그러나
서부에 사는 또 다른 가족의 설득으로 일단 보류 하기로 하고서부로
가는 중 이란다.그곳에서다시한번살아보고자.....
한국에서
좋은 사람들과 지내던 일이 그립다고 한다.미국에서는
모두들 살기 바쁜사람만 만난 느낌이란다.오히려
외롭지만 조용한 곳에 사는 우리가 행복한 거란다.각박한
생활이 인간성을 어떻게 나쁘게 만드는지 등을 말하면서… 내가 보기에 그분 들은 사람들 하고의 정을 나누면서,영성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셔야 할 분들 같은데….물질보다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구하며 사셔야 할 분들이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어떻게 견디실까 걱정이 된다.처음
만났지만, 어떤상황이 오더라도 눈은 빛나고 맑은영혼의 순수함은그대로
유지 할분 이라는 인상을 나에게 남기고서,동부에서
서부로 대륙 횡단의 길을 떠나셨다.
인생은
노력도 중요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수 없는운명
이란것도 작용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서부로
가신 그분들의 앞날에부디
행운까지는 아니더라도 순탄한 일만 일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