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 이 듭니다
20여년전에 벌써 내 것이 되어 버린 빌어먹을 베체트란 내 병
원인도 치료도 없고 다만 아프면 진통제 먹고 간혹 병원이란 곳에 가서 흰 까운 입은 놈들한테 내 입을 내 다리를 그리고 어깨를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벌려 보이며 깜박거리는 내 모습이 이젠 덤덤 할때도 되었건만 오늘처럼 아니 이렇게 반복적으로 아픔과 고통이 찾아오는 날이면 새삼 두렵고 무섭고 실오래기 같이 가족들한테 미안함보단 죄 스러움이 밀려 들어 온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그래도 벌겠다고 아끼 겠다고 신랑은 일 주일을 열심히 벌고 저녁이면 어떤때는 씻지도 못하고 꺼멓게 먼지 에 찌든얼굴로 잠에 빠져 든 신랑을 난 가까이 가 살며시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어 본다
\"어~~ 으 응~ ㅎㅎㅎ\"
그리곤 이내 돌아누어 다시 잠에 빠지는 신랑
자식 하나 있는거 (요즘은 다 하나 둘이지만) 돈 얘기만 나오면 난 벌써 얼굴부터 찡그리고 \" 머 할건데? 니가 부잣집 애냐? 돈 아껴라 아빠 저렇게 자는거 보지도 못하니? 남들 하는거 다 하고 어떻게 사니? 젊은애가 지금 부터 아꺄야지 남들처럼 배우지 못해 더 아끼고 저축해야 사는거 뻔히 알면서 ..........\"
아들은 이내 머리를 숙이고 제 방을 들어간다
사실 장학금 타서 학교 견학금은 졸업때까지 무료이고 여자 친구도 돈 들어 간다고 안사귀고 엄마 아프다고 밤새 주무르고 밟고 찜질에 새벽에 너무 미안해서 모기 소리 만하게 \"ㅇㅇ야 엄마 무릎이 또 아프다 밟아주고 잘래 ?\"
그러면 어느새 \"녜\"하고 건너 오는 내 아들
그런 아들 요새 흔치 않다는거 내가 더 잘 안다
이런 신랑에 이런 아들에 난 복이 많아 누구한테 찌그를까바 내 가 병에 걸린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20여년을 참고 내 것을 만들어 살고 있는데 .......
남들은 내 나이에 다 공장으로 알바로 남의 집 일로 하우스 로 밭으로 논으로 각자 웃으며 아침이면 나가는데 난 친구가 말하듯 동네 지킴이다
\"ㅇㅇ 엄마 불러 일을 시킬려고 해도 아파서 영 내키지 않아 와서 구경이나 하고 점심이나 먹고가\"
항상 이런말로 날 웃음으로 대답하게 하는 이웃들
누구든 난 일하면 안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 있다
근데 오늘 일을 아니 알바를 했다
전날 그러니까 어제 난 병원가서 물리치료에 주사까지 몸을 추스리고 낼 그러니까 오늘 일을 하러 갔다
잔치 음식 나를고 담고 설거지 ...
누구나 다 하는일이다
난 하지만 아니다
정말 신이 나고 신긱하고 즐거웠다
이마에서 땀이 나고 허리가 뻐개지게 아파도 제대로 한번 펴 보지도 않고 일을 했다
\"좀 쉬어가면서 해 손님 지금 한가하니까 그러다 아저씨 난리 나겠다
우리집 앞에서 울고 불고 왜 일시켰냐고 하면 안되잖아 ㅎㅎㅎ\"
우스게 소리지만 난 부담스럽고 미안했다
손목이 아프고 손등이 부어 올랐지만 아프단 생각을 못 했다
큰 그릇을 씻고 접시를 닦고 앞 치마을 벗고 상을 치우고 주인한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인제로 일을 간것이다
출장 잔치 음식이라 그렇게 멀리도 간다
가게에 도착해 아침부터 저녁 까지 일한 댓가 4 만원을 받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정말 가슴이 뛰었다
가서 외식을할까 아니면 쌀을살까
아냐 신랑한테 보여주고 어디다 쓸건지 의논을 해바야지
속으로 이생각 저생각에 웃음이 만발하고 집에 도착하니 신랑이 안아준다
\"고생 했지 ?힘 들진 않았어? 누가 따돌림 주진 않았지? 아프진 않고? 얼마나 물어보는지 대답에 내가 생각한 말은 다 잊어 버렸다
식탁에 봉투를 내 놓자 신랑이 웃으며 열어본다
\"하하하하하하하 4만 3000원 근데 3000원은 머야?\"
\"ㅎㅎㅎ 팁이야 \"
\"팁?\"
\"응\"
신랑이 웃으며 내가 이거보다 더 줄게 담서 부터 가지마 알았지?\"
신랑이 마당에 나가서 낼 김치할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있다
\"나오지마 바람이 많이 불어서 황사 있다 나오면 안돼\"
\"응 안나가 창문에서 볼거야\"
난 거실에 나가 연탄 난로에 불을 갈아 넣으려 햇지만 오른손이 움직일수 없어서 왼 손을로 연탄불을 갈아놓고 난로 뚜껑을 닫으려 했지만 오른손 잡이라 하려 해도 손이 움직이질 않아 왼손으로 하다 두번이나 뚜꺼을 거실 바닥에 떨어 뜨렸다
내가 아픈것 보다 거실 장판이 뚫어 졌다
겨우 왼손과 오른손으로 합작해 닫아 놓고 안방 창문으로 신랑 배추 절이는 것을 보고 난 울음을 울었다
\"여보 잘 하네 잘난 여자 만나서 컴컴한테서 배추도 절여보고 복도 많아 당신\"
\"응 난 행복해 당신이 살이 있어서\"
\"우는거야 ?\"
\"아니 마당불에 비춰서 그렇지 울긴\"
울고 있었다
눈물이 두줄기 되어 흘러 내린다
어쩌자고 자꾸만 병이 깊어지고 넓어지는걸까 그렇게 운동을 하고 용기를 가져도 희망이 자꾸만 없어진다
나 저 좋은 신랑 놔두고 가기 싫은데 아니 먼저 가고 싶지 않은데 살고 싶은데 우리 아이 착하게 잘 자라는데 그거 장가 가는것도 보고 싶은데 내게 어느 복이 많아서 이렇게병에 걸렸을까 신랑 잘 만난거?아들 착한거? 그거라면 누구라도 많을텐데 왜 하필 나 ㅇ에게 이런 병이 ...........
얼음찜질 하라고 신랑이 만들어준 비닐 주머니를 손목에 올려놓고 희미해진 티비를 멀뚱히 본다
또 병원에 가서 입원하고 검사를 받아야 하나
어떻게 또 가서 입원을하나
어떻게 또 돈을 한 아가리에 집어 넣나
어떻게 또 그 아픈 고통을 견디며 지내야 하나
무섭고 떨린다
고생고생하다 중매로 시집와 소박하게 행복하게 사는데 뭣때문에 ..............
지금도 신랑은 거실서 무를 채 썰고 있다
아마 파와 갓도 썰것이다
이 글을 끝나면 난 거실에 나가 옆에 앉아 찜질 하며 웃고 떠들것이다
그게 나다
이제 눈물을 닦고 나가야 한다
신랑이 가슴 아파 할 것이니 웃어야 한다
고무장갑 바람 넣은 것 처럼 오른손이 빵빵하다
사람 손이 이렇게 될수도 있다는걸 내가 보고 있다
이러다 언제 또 아무일도 없이 가라 앉아 있을것이다
그러다 무릎으로 어깨로 온 사방으로 돌것이다
이젠 붓기가 가라앉질 않는다
정말 병원가서 검사를 해야 한다
그게 내 것이라면 또 받아들이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난 베체트 환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