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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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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BY 은하수 2006-03-18

어제 둘째 녀석, 또 알쏭달쏭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거의 포커페이스이다.

녀석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그저께 잃어버렸다던 알림장 공책을 책상 속에서 찾았다는 소식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자전거를 피아노 학원 앞에 세워 놨다가 잃어버렸다는 소식이었다.

쩝...

지난주 토요일 부터 근 7년 동안 고장 한번 없이 잘 가지고 놀던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드디어 떼내고 두바퀴 자전거 본연의 모습으로 겨우 되돌릴 수 있었는데...

두바퀴 자전거를 혼자 탈 수 있게 되어 녀석 또한 얼마나 신기하고 신났었을까.

운동신경들이 둔해서 때 되면 타겠지 하며 내버려 두었었는데

가까운 친구가 타는 모습을 보고 타보더니 지난주 토요일 보조바퀴를 떼어 달라고

요구하여 내심 기뻐했었다. 하루 정도 삐뚤빼뚤 거리더니 제법 능숙하게 오르막 내리막

차없는 길을 내달으며 잔뜩 뻐겼었다.

자전거방에서 5천원 주고 보조바퀴를 떼고 지지대를 달고서 1주일 잘 타고 나서

잃어 버린 것이다.

피아노 학원까지 타고 가서 생각없이 학원 건물 앞에 세워 두고 들어갔다가 1시간 후에

나와 보니 사라진 것이었다!

눈을 씻어 봐도 없었을 거고 지나는 이에게 물어 봐도 나올리 만무고 주변을 뒤집어

봐도 나타날 리 없었다.

그 또래 아이들이 한참 많이 다니는 길목에다 세워 놨었으니...

녀석으로선 이해가 안 갈 노릇이다. 왜 없어질 수 밖에 없었는가를... 그 이유를...

그래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

그리고 애써서 자기 합리화에 나선다. 잃어버린 자전거는 시골에 있을때

이웃에 아줌마가 준 거니까 돈으로 산게 아니라 괜찮단다. 이게 왠 씨나락...

그건 할머니가 제 형 어린이날 선물로 쌈짓돈을 희생해서 엄연히 돈주고 산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엄마랑 아빠랑은 물건을 안 아끼니 안 사주면 된다고 을러댄다.

녀석은 어디서 자전거 바퀴 1개만이라도 줏어 보는게 소망이란다.

그것의 고무타이어를 벗겨내고 쇠로 된 바퀴살만 가지고 굴렁쇠로 굴리고

놀 수 있다면 자전거가 없어도 재미있게 놀텐데 하며 못내 서운한 표정이다.

조금 안 ?榮募?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아들은 깐돌이라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아주 잠시...

오늘 아침 나랑 집을 나서서 나오는데 자전거 보관대에 세워둔 수많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자전거들을 유심히 쳐다보며 하는 말이

\"저거 내가 타면 안될까?\" 한다.

나는 안된다 그랬지만 녀석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자기도 잃어 버렸는데 남의 것 타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생기진 않을 것 같다.

아이를 바르게 착하게 키운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내 혼자 집안에서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집밖에서 학교에서 동네에서

지역에서 사회에서 모두 모두 잘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야, 세상이 원래 그런 거란다. 하지만

넌 한 떨기 수련같이 자라야 한다.

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