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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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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라지만


BY 황복희 2006-03-14

지난 3월 12일 MBC TV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방송된
\'견공 잔혹사\'는 한 마디로 충격과
분노심 분출의 진앙지였습니다.

임시 사육장 안에 있던 100여마리의 개들은
배설물을 온 몸에 뒤집어 쓴 채로 있었습니다.
그도 모자라 비바람도 피할 수 없는 철창 안에서
썩은 김치 찌꺼기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삭인 채로 죽어 아스팔트 위에 굳어버린 개와
물어뜯긴 채 온 몸에 피멍이 들고 고환이 퉁퉁 부은 채로
죽은 수컷, 그리고 죽은 사체 바로 옆에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는 개의 모습은 지옥을 보는 것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개들도 옴과 피부 짓무름 등의
매우 심각한 피부병에 걸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방송에서 비춘 100여 마리 개들의
그같이 처참하게 방치된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음은 물론입니다.

아울러 이제 곧 속칭 \'보신탕\'의 계절인
여름철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는데 그래서 이 방송의 여파는
다시금 식용 개고기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방송된 식용고기로의
판매를 위해 각종 오물과 뒤범벅된 채 사육되는 개들의
장면의 모습을 보고도 과연 앞으로도 개고기를
먹을 사람이 있을까 싶었음은 비단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해당 개들의 주인인 노 모씨는
10여년 전부터 인천 장수동에서 900여마리의 개를
식용으로 길러 팔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인천 남동구청이
노 씨의 무허가 개 사육장에 구획정리를 단행하면서
개 사육장은 인근 산 아래의 아스팔트 길 위로 강제 이전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 과정에서 개들이 죽는 등
구청 측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이 이어지는 바람에
그처럼 개들은 졸지에 \'몬도가네 \'식의
비참한 지경으로 내몰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물욕, 즉 돈싸움이 그예 개들을
죽음과 비참의 경지로까지 몰아간 것임에
새삼 인간의 욕심은 참으로 더티하다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개 지옥\'의 방송에 더욱
분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개의 도축에 대한 법적 규제는 딱히 없다고 합니다.
축산법 상 개는 소·돼지·닭 등과 함께 가축에 포함돼 있지만
가축의 도살과 가공에 관한 행위를 규제하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상엔 이상하게도 개는
가축에 들어있지 않은 때문이랍니다.

이처럼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 상존함에
그처럼 개는 그야말로 \'개죽음\'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고로 복잡한 국민 정서와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암초와 난관을 넘어 무언가 획기적인
법안이 성립되어야 하겠습니다.

강제이전 보상금을 둘러싼 개 사육장 주인과
구청 측의 분쟁으로 인해 \'개들의 아우슈비츠\'로 전락되어
버린 현장의 방송을 보면서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는 일부의 애완견들은 그 얼마나 커다란
축복 속에 살고있는가를 절감했습니다.

사는 것이 더 고통인 개들과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는 개들이
이제라도 반드시 없어져야만 하겠습니다.
개들이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곤 하지만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서야 어찌 그게 인간이 할 짓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