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1

다 락 방


BY 박실이 2006-03-12

울먹 거리는 딸아이의 목소리가 이 새벽녘까지 쟁쟁하다

엄마랑 같이 왔음 좋았을텐데라며 아인 울먹 거렸다

슈바빙.

낯설지 않은 도시다.

 

영국에 오박은 목소리에 생기가 넘치더니 프랑스에서 오박, 독일로 넘어간 아이는

이제야 엄마가 보고 싶은가보다

한문이 뒤섞이고 책갈피가 헐대로 헌 책을 즐겨 읽던 시절이 있었다

무심코 책장을 순례하다 한번쯤은 눈이 가는책.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님의 독일 유학시절의 회상과 심연과도 같은 삶의모습 그리고 그의 짧은생애.

 

왜 그리도 그책에 빠져 살았는지.

아이도 내가 그책을 접했을무렵 의 나이에 그책을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나처럼 거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것이고.

 

슈바빙이라는 도시가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내게 많은 책을 선물해 주었다

린저를 접하게 해 주었고 회색노트를 만들어 친구랑 공유 했었고 오영수님의

책을 설렵 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루이제 린저를 알고 니나를 알게 된건 참 행운 이였다

 

문화습관은 달라도 여자가 당당하게 살아 나갈수 있다는걸 알게 해 주었고 그 독특한 매력의

니나를 흠모하며 살았다

박계형님의 윤희 같은 여자로 인생을 살고도 싶었다

아버지가 가슴에서 떠나고 그 가슴을 메우기 위해 아마 그리도 책에 빠져 살았지 싶다

밤이되면 전기장판을 들고 다락방에 숨어 들었다

중2 였던걸로 기억된다

 

책을 좋아하던 오빠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그땐 오빠가 주로 책을 빌려 왔던 기억.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고 박계형님의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을 읽고 새벽이면 동트는 여명을 마주하며 참 슬프게도 울었던 기억.

잠시 출판사 일을 할때 회식자리에서 김동리 선생님등 쟁쟁한분이 많았지만

박계형님께 사인을 부탁해 받았을땐 참 감개가 무량했던 기억이난다.

미소가 푸근하며  여성 스럽던 모습,

 

근래에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오는 피렌체의 두오모도 아인 가 본댔다.

아인 책에서나 영화에서 보았던 흠모의 대상을 따라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난 다락방에서 꿈을 꿨을뿐인데.

닥치는대로 책을 읽을수 있었고 잡식처럼 다 소화해 내던 그 시절의 그 방.

오늘은 그 다락방이 그립다

순수와 열정으로 책을 붙들고 여명을 마주하던 시절의 내가 그립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