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키오스크 이용할 때 어떤 점이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2

배워야 산다 !


BY 명자 나무 2006-03-06

컴푸터가 까막 거린지도 어언 두 달이 다 되어 갑니다.도저히 회생할 기력이 없는 듯하여 이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야 하겠다 싶어서 인터넷 회사로 끊어달라는 요청을 하니 한달은 모뎀료 오천원만 받고 그  다음달은 칠 천원만 받을테니 그 안에 고쳐보는게 어떻겠나는 달콤한 말에 그만 넘어가서 그렇게 두 달을 지냈건만 상황은 하나도 나아진게 없습니다.

드디어 두 달도 다 지나가고 이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생각하여 과감하게 전화 번호를 눌렀습니다.\"아직 고치지 못했으니 인터넷 선을 그만 끊어달라는 간곡한 말에 그럼 PC를 고쳐주겠노라 했습니다. 아니? 고쳐주는 서비스가 있다구요? 그럼 두달전엔 왜 그런 말씀을 아니하시고....으윽~!


그리하여 본체를 뜯어가서 포멧까지 해다준다고 하길래 그럼 이왕지사 이리 된것 컴을 옮겨볼까 하여 가게로 싣고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순탄한 항해 였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책상인데 처음 살때 남들 주듯이 간편한 책상을 주었으면 이리 고민 되지 않을것을 잘 해준다며 무거운 원목 책상을 준것이 오늘 날 나에게 이리 큰 짐이 될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내일은 3월 3일, 속칭 3.3 day 삼겹살먹는날이라면서 하두 테레비에서 얘기하길래 퇴근하는길에 삼겹살 조금 사 가지고 들어왔더랬습니다. 저녁은 딸아이나 나나 각자 해결하기에 같이 앉아 고기 먹을 시간 도 없습니다. 하여 아침부터 삼겹살을 굽고 상추도 얌전히 씻고 대 보름날 먹다 잘 남겨둔 잡곡까지 섞어서 밥을 해 놓으니 이렇게 진수 성찬 얼마만인지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표현이 딱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먹어야 배가 부르지요.


이렇게 수선을 떠는데도 딸 아이는 이불 속에서 나올줄을 모릅니다. 다 차려놓고난 다음에 깨워서 눈도 못뜨는것을 상 언저리에 앉혔습니다. 아침부터 상추에 고기를 싸서 한 볼태기 미어져라 넣으면서\"엄마 무슨 날이야?\" 날은 무슨 날 남들 저녁에 먹을때 앞서가는 진취적 사고를 가진 니 엄마는 아침에 먹는거지.  여기까지는 다정하고 좋았습니다.


배를 든든히 채워 놓은 후에 손으로 컴푸터 책상을 가리키면서 저걸 가지고 나가야겠으니 택시타는 곳까지 같이 좀 들고 나가자는 말에 자기는 몸이 피곤하고 아프다면서 도로 이블속으로 쏙 들어가면서 꼭 오늘 가지고 나가야 하느냐고 빤히 쳐다봅니다.


당연히 같이 들자는 대답이 나올줄 알았다가 이 무슨 뒤통수 얻어맞는 소리입니까? 그만 자존심이 상해서 두 말도 안 하고 낑낑 끙끙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써 가면서 책상을 옮기는데 정말로 무겁드만요.너무 화가 나다보니 좋은 책상 준다고 원목으로 준 컴푸터 사장님한테까지 궁시렁 거렸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한 발자국 움직이고 쉬어 가면서 뒤를 쳐다 봐도  나올까하는 딸은 도무지 얼굴 낮짝 한 번 내 밀지 않습니다. 이제는 오기와 독기로 책상을 들고 나오는데 가깝기만 한 거리가 얼마나 먼지 그야말로 한걸음이 천리 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택시를 잡고서 책상을 넣으니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런 제길헐~~
길가에 망연자실 책상을 앞에 놓고 서 있자니 도와주지 않은 딸한테 더욱 분 통이 터집니다.
겨우겨우 지나가는 용달을 세워서 싣고서 요금은 얼마냐고 물으니 택시요금이라고 하길래 그럼 삼천원 나오니 한 오천원 드리면 되나? 마음속으로 계산을 단단히 하고서 책상을 내려 놓으니 택시요금만 달라고 하던 아저씨는 뜬금없이 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달라는 대로 드리고 나니 이번에도 도와주지 않은 딸한테로 또 화살이 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수는 없습니다. 엄마가 무거운 것을 들고 나가는데 내다도 안 보는 천하에 불효막심한 딸 자식이 내 자식이라는게 도무지 믿겨지지 않아서 오전내내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원래 어려서 부터 얌체 끼가 다분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해봐도 엄마의 힘든 상황을 고렇게 야멸차게 몰라라 했다는게 내내 분하고 억울하고  오늘따라 삼겹살 까지 먹였다는게 배신감마저 부르르 ~ 듭니다.


서부의 황야에서 총잡이가 휘리릭 총을 뽑듯이 계백 장군이 말 위에서 긴 칼을 주욱 잡아 뽑듯이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얌체같기가  선배요. 이기적이기가 스승이요. 게으르기가 조상인 지 아비를 당장 호출하여 입에 침을 튀기면서 마치 쌍절곤을 휘돌리듯이 당신 딸의 발칙함에 대하여 성토를 하니 그저 허허 웃으며 \"걔 왜 그런다냐\" 만을 자동 응답기처럼 되뇌이고 있을뿐... 마지막으로 칼을 꽂았습니다.\" 어쩌면 고렇게 똑 같은지 좋겠수다.!\"그래도 분은 안 풀립니다.

 

빨래도 내 것만 골라서 해야지 , 밥도 딱! 내 것만 해 먹고 혹시라도 남으면 다 싸 들고 나가서 밥 알갱이 하나라도 남겨두지 말아야지, 퇴근할때 과일도 사가지 말고 우유와 빵도 어림없어, 김, 참치 이런건 국물도 없을줄 알아,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할수 있는 복수가 이것 뿐이라니 오호~통재라.


언니가 그럽니다. 그런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대화를 해서 너의 입장을 잘 알아들을수 있도록 이해 시켜야 하는데 그런걸 \"나 대화법\"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니까 \"너 왜 그러니?  너 그럴수 있니? 너 정말 너무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건데 이건 상대편한테 힐난과 원망만 남겨두고 잘못은 깨닫지 못하는 대화법이라고 합니다. 오늘 밤 들어가서 대화를 잘 해보라는 엄명과 특명을 받고서 헤어졌습니다.


 


딸 아이가 들어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마음이 풀리지가 않아서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가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러면 \"나 대화법\"이 안 되는데...
결국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들리는듯하여 불이란 불은 다 끄고 테레비도 끄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는 척 하고 있었습니다. 듣자하니 문 앞에서 잠시 주춤하는듯도 합니다. 아마도 늦은 시간에 불 한점 없으니 조금 생소한가 봅니다. 들어와서 가만히 방문을 열어보더니 자는척하는 엄마를 보고 조용히 문을 닫습니다. 아마도 자기가 생각해도 잘못 건드렸다가 불똥이라도 튈까봐 몹시 몸을 사리는 듯도 합니다. 늘상 들어오면 현관부터 줄줄이 늘어 놓던 책이며 옷 가지들도 깨끗하게 정리한걸보니 지가 지은죄를 알기는 아나 봅니다.


가만 있어라...
이백만원 씩이나 주고 배웠다는  \"나 대화법\"을 써 봐야 할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도 얼굴 마주보고 말할 기분이 아니니 언제 써볼려나.

 

그래도 또 한가지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대화는 \"너\" 중심이 아니라\"나\" 중심으로 해야한다는것을요. 그러다 보면 상대에 대한 비난 보다는 나의 입장을 얘기하는 훨신 세련된 사람으로서 대화를 하고 있는 나를 고대해봅니다.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