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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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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BY 밍기뉴 2005-12-27

 

10년이넘은 일이였습니다.

어마어마한 인형들과 장난감, 선물들은 나에게 너무 화려하고 멋있게만 보였습니다.

처음 근무하는 회사라 정말 열정적으로 닦고 또 닦고 열심히 했습니다.

수많은 예쁜 선물들과 장난감. 알록달록한 학용품.

그중에서도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제가 어릴 적에 너무나 갖고 싶어 했던  황금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긴 속눈썹을 깜박거리고 있는 바비 인형들 이였습니다.

시골에서는 늘 종이인형만을 가지고 놀다가 방학 때 꼭 도시아이들이 가져왔던 진짜인형들.....

머리를 빗겨보고 반짝이는 드레스와 높은 신발도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집이 가난해서 종이인형 겨우 사서 두꺼운 종이에 그대로 인형 몸통에 맞춰서 인형 옷을 그려 색칠을 하고 수없이 오려대야 했던 그때.

엄마의 무쇠가위로 오려대다가 엄마에게 들키면 종이 자르면 질 나빠서 천 조각 못 자른다며 늘 야단을 맞기도 했습니다.

진짜인형을 가지고 있던 그 도시아이는 진짜 공주처럼 부럽기만 했었습니다.

물론 가끔 그런 인형 옷을 너덜너덜한 누런 걸레 천 조각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종이 인형에 입힌다는 것은 너무나 허무한 행동 이였습니다.

나는 커서 꼭 돈을 벌면 취미로 바비 인형을 많이 모아야겠다는 꿈도 꾸었답니다.

그 인형들이 진열장에 형형색색 무도회에 나온 공주마마처럼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때면 늘 내 것인 양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쯤이 되었을까요. 점점 일이 익숙해져 갈 무렵  처음의 마음은 사라지고 어떤 아이가 무얼 훔치지나 않을까? 더 비싼 것을 팔아야하는데?

장난감 작동은 어떻게 하는지 혹시 장난감 총알이나 건전지등을 빼가지는 않았는지 하며 감시와 판매실적에 매달리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물 백화점이라 그런지 정말로 아이들이 북적대고 늘 구경만 단골로 오는 아이들은 어느새 저의 골치 덩어리였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늘 집에 가기 전에 우리 가게에 들러서 구경만하고 가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정신없이 바쁠 땐 그 아이들에게 눈치를 주며 빨리 가라고 윽박지르기도 했었습니다.

그때 유난히 까만 단발머리에 늘 학원가방을 메고는  인형주위를 서성거리다가 가끔 색종이나 지우개를 사가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 엄마가 얼마나 바쁘면 딸을 저렇게 더럽게 학교 보낼까? 혹시 새 엄마 아니야? 얼굴은 예쁜데 너무 한다”하며 직원들  끼리 소곤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저에게 동화책을 훔치다 걸려서 그 애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8살  부모가 돌아가셔서  작은아빠 집에 살고 있지만 형편이 힘들어서 신경을 써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그 애 에게 연민을 느끼거나 혹은 어릴 적저의 모습을 떠올리며 실컷 놀고 갈수 있도록 잘 해 주었습니다

소풍가는 날도 가지 않고 방학 때는 종일 놀다가 같이 밥을 먹고 가기도 했습니다. 저의 상사였던 주임은 너무 잘해주지 말라며 너무 그러면 다른 아이들도 있고 다른 직원들 보기도 신경 쓰인다며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그해  크리스마스 날!!

온갖 선물을 천장까지 쌓아놓고 분주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부모와 함께 오는 아이들은 제 몸보다도 큰 선물들을 끙끙대며 들고 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벼르던 인형이 없어서 우는 아이들, 그 틈에 가방 속에 살며시 집어넣는 아이들로 그날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몇 일전 그 아이를 위해 크리스마스선물로 인형하나를 포장했습니다.

그 애가 늘 만지작거렸던 피자가계와 함께 있던 “쥬쥬” 라는 인형을 선물 했습니다.

그 아이는 더 자주 가게에 들렀습니다. 제 딴에는 제가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나 봅니다.

그러던 며칠 후 그 애를 다시 만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날도 그 아이는 웃는 얼굴로 와서는 계속 인형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놀다가 갈 시간이 되었는지 나에게 “안녕히 계세요”하며 인사까지 하고 그렇게 지하매장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고 있는데 옆 화장실에서 수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비닐포장지를 뜯고 있는 소리 같았습니다.

저는 화장실에 나와서 그 소리가 나는 화장실 문을 슬쩍 엿보았습니다. 문은 열려 있었고 그곳에서 단발머리 그 아이가 인형 옷을 훔쳐서 비닐을 뜯고 있었습니다. 그 애와 나는 눈이 마주쳤고 저는 다짜고짜 혜지가방을 뒤져 보았습니다. 또 다른 인형 옷과 훔친 듯한 샤프연필과 여자 립스틱과 분가루들이 범벅이 되서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저는 가슴이 철렁 하면서도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더 버릇이 안 좋아 질까봐 저의담당 에게 보고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도둑을 잡았다는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이런 나의 비양심적인 마음을 용서받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미끼를 던져 도둑을 잡은 것 같은 그런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인형사줄 때 옷 몇 벌 더 사줄걸......

그냥나만 알고 그냥 용서 해 줄걸......

내가 계산해 줘 버릴걸...... 하고 후회를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였습니다.

그 후 혜지를 딱 한번 길가에서 마주쳤지만 그 아이의 눈은 저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새해가 되어 TV에서 소년소녀가장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했는데 그때 그 아이를 보았습니다. 검은 비닐봉투에 과자와 사과2개 넣어서 눈 오는 성묫길을 오빠와 함께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제게 잊혀졌습니다.

10년이 넘게 지나도록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딸아이가 4살이 되었는데 조그만

일에도 상처입고 우는 모습을 보며 그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어린 아이에게 너무나 큰 상처와 배신감을 준 것 같아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혹시 그 후 세상에 대한 배신감으로 더 잘못 되지 않았을까?  가게에 오지도 못하고 어디서 해매였을까?

정말 그 애가 잘 자랐길 바라며 그때 너무나 미안했고 그땐 너무 내가 어리석었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착하게 잘 자랐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혹시 어린 꼬마여자에게 인형을 선물하시려거든 예쁜 옷 한두 벌쯤은 같이 선물해주시길 이 세상 모든 어른들께 부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