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갈때마다 도배한지 십년도 훨씬 더 된
빛바랜 낡은 벽지가 보는 사람 마음까지
가라앉히는 것 같아 눈에 거슬렸다.
엄마는 내부를 올수리했다는 이웃집 얘기를 연신 하면서
몹시 부러운 듯했다.
참, 금송아지가 열마리면 뭐하냐고?
갖다바친 그 돈이면 올수리하고도 덮어썼겠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여러 사정이 있어 못 하고 계시겠지만
아쉬운대로 도배라도 하면
모처럼 다니러가는 사람 마음도 좋겠다 싶어
환갑선물로 도배를 해 드릴까요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왈, 싹 털어서 통째로 수리해야지 도배만 찔끔 하는건 싫으시단다.
환갑선물로 멧천만원까지는 쓸수가 없었기에 그건 안되겠다고 했다.
몇일전 다시 통화하다가
또 도배 얘기가 나와서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으니 이제는 더늦기 전에
집도 제대로 꾸며 보고 사셔야(살다 가셔야) 할텐데요 그랬더니
반색을 하며 고맙다고 하시더라. 사연인즉슨
한동네에 사는 엄마보다 많이 젊다는 어떤 아줌마가
이번에 대대적인 집수리를 하여서 엄마가 보고 부러워하니까
옆에서 또다른 아줌마가 말하기를
"지금 집 분위기가 형님 분위기랑 딱 맞아. 그냥 사시다 가셔도 되겠구만요"
하면서 자기를 완전히 다 늙은 할머니로 취급해 얘기하더란다.
사십이 다된 딸이 있다니까 완전 할머니인줄 아나 보더라며
지가 나를 어찌 안다고
지가 수리할때 보태줄거냐고 하시며 분해 하신다.
"그러게 왜 젊은 사람이랑 놀아서 분한 소릴 들어. 놀지 마요."
"그래서 요즘엔 안 놀아."
전화를 끊고 키득키득 고소한 웃음을 흘렸다.
아줌마들 앞에서 얼마나 각을 잡았길래...
이팔청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걸 체념하기엔 아직 이른 연세이기도 하지.
근데도 평소 팔순 노인 흉내를 못내서 안달하시더니
다른사람에게 막상 노인 취급을 당해 보니까
그것도 싫으시더란 말씀이겠지.
모순이야... 모순...
하긴 주인 닮는다고 지금 집 분위기가 딱 엄마 분위기지.
그 아줌씨 꽤 예리한 말을 했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거든...
집을 보면 엄마 머릿 속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