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창밖에 너른 밭이 있는데
봄 부터 가을까지 노부부가 힘써 가꾸던 곡식들이 다 뽑혀지고
이젠 실한 무우만 김장날을 기다리고 있나부다
오늘은 겨울이란 착각이 들 만큼 공기가 쌀쌀하고
라디오에서도 겨울 음악을 많이 들려준다
분주함 속에서도 가을 산행을 두번이나 다녀왔다
장흥 천관산의 억새 구경과 내장산의 고운 단풍구경도....
삶이 뭔지......
예전에 남편과 같이 누렸던 호사스런 나들이는 누릴수 없게됐다
그는 현장근무가 많기에 비가 내려야지 쉬는데
올 가을은 비가적어 거의 쉬는날이 없었고 혹여 쉬더라도
내가 근무하는 평일에 홀로 잠으로 하루를 보냈었다
출근길에 문득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란걸 알았다
아무말없이 아침 일찍 나간 남편은 아마 생각지도 못한것 같다
소중한날이어도 욕심내지 못하고 미안해할까봐서
내색없이 그냥 지나쳐야 하는 연륜도 나에게 조금씩 쌓여간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한 3년을 바둥거리며 살았는데
내년이면 작은 빚도 털수 있어서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어보며
또 내년 기념일을 향해 숨가뿐 걸음을 오늘도 내딛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