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버지는 흔히들 말하는 술주정 뱅이다.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소주 한병을 원샷으로 안주도 없이 마신다.
내가 처음 우리 아버지가 다른 아버지들과 다르다는 것을 안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친구들과 재잘 거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술에 취해 술병을 옆에끼고 길바닥에 드러누워 자고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부터다..
그래도 내가 자란곳은 도시에서 좀 떨어진 시골동네라 누구네집 숫가락 갯수까지
알던 터였기에 내친구들도 금방 울아버지 인것을 알았고 모두
"엄마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그때부터 난 외톨이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아버진 일반적인 술주정뱅이와는 또 다르다.
술을 먹지않은 아버지는 말도 없고, 정도 많고, 일도 너무너무 잘한다.
그야말로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난 바로밑의 여동생과 거의 연년생인 맞딸이다.
어머니는 시집온지 오년만에 아이를 낳았지만 연년생으로 딸을낳아
한동네의 큰집에 사는 시어머니에게 엄청나게 구박받으며 농사일에 육아에
지쳤고, 그런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는 맏이인 나를 키우셨다.
나를 업고 농사일도 하시고 때론 밭두렁에 뉘어놓고 잠든 나를 보면서도 일을
하셨다..
그러나 당시에는 힘든 농사일 할때는(모든일을 거의 손으로 했기 때문에) 술이
없으면 안되었으므로 아버진 늘 술에 절어있었고,
평소 말이 별로 없었기에 술에 취하면 불만이 터져나왔었나보다...
아무튼 철들면서부터 기억은 늘 저녁어스름이 깃들면 우리집엔 아버지의
고함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러면 함께 놀던 친구들은 다 엄마가 불러 집에 돌아가고 , 물론 울엄마도 날
부르지만 친구들은 거의 막내였기에 밥먹으로 오라고 부르고 나는
동생 업어주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 동네어귀의 어둠이 내리는 길목에 서서 울엄마가 날 부르다 지쳐
"이놈의 가시나 들어오기만 해봐라"
하면서 부지깽이 들고 쫒아올때까지 집에 가야하나... 하는 고민에 쌓여 있었다..
모두 떠난 빈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