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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1

밀물과 썰물


BY 아리 2005-10-25

항상 친구가 많고

해야할 공부가 많고

나 자신만의 일이 있던 시절에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밀려오기 시작한다

바로

'외로움'이란 커다란 명제이다

넘어도 넘어도 밀려올 수 밖에 없는 커다란 명제

 

리포트를 내야하고

엠티를 가야하고

편지를 써야하고

친구의 선물을 사야하고

책을 몇권이나 읽어내고 섬머리를 해서

독서토론에 참석해야 하고

 하고 ..하고 해야 하고 ..해야 하고가 내목을 조르고

늘 어떤 것에 쫒기듯 바쁜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한시 반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아이들의 공부도 돌봐주어야 하고

혹은 예체능의 공부를 위해 다른 스케줄을 잡아야 하고

학부모 회의나 모임에도 참석해야했다

때로는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는 운전기사 노릇에

귀가에 맞추어 방금 만든 음식을 내어주어야 하는 강박증에

가깝게 바뻤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누구나 처럼

 

그렇게 바빴던 대학 시절에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썰물 때에 대비해서 밀물 때 많은 것을 준비해야한다고

물이 나갈때와 들어올 때

얼마나 다른가 ...!!!

 

밀물인 시절

다시 말해 있을때 잘해두어야

썰물을 잘 견딜 수 있다는 거다

남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남이 놀아달라고 할 때 놀아 주었어야

내가 외로울때 ...그 누구 하나

지푸라기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님 아주 철저한 혼자를 즐길 줄 아는 고차원적 고독과의 친구에

익숙한 사람으로 거듭나던가 ....

 

덧없이 무기력하고 아프다거나 정신적인 것은 물론 물질적인 자산이 없다면

어떤 계획도 설정도 어려워진다

문득 내가 맛있는 것을 오득 오득 씹고

두 다리로 종종걸음을 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연한 일에 설움을 느끼고

송사에 휘말리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도토리 키재기를 일삼고

한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강박증에 가깝게 매달리던 습관들도

멀어져간다

 

밀물도 썰물도 아닌 이 시점에 서서 ..

잠시 오늘의 멋적은 고독을 씹으며

나는 무슨 준비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나를 짓누른다

이제 점점 나의 자식이나 측근이 날 필요로하기 보다는

어쩌면 나를 거추장스러워 할지도 모르는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떤다

 

건강해야하고

정말로 행복해야하는데 ..

늘 새로운 준비로 바빠야 하는데 하면서 ...

 

살아있을 많은 날들을

헤아려본다

 

언젠가 산친구가

내게 한 따끔한 충고를 되뇌이면서

 

"@이 엄마 ...누굴 부러워 하지도 않고 까치발도 떼질 않으니

 발전이 없는 거야 ..."

 

그때 나는 얼빵하게

"지금 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이것에 감사하고 살거든 .."

 

하고 대답했다

과연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