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시청 홈에 들렸다가 이곳에 실린 글을 읽어보니 주옥같은 글이 많고
분위기 또한 생동감이 넘쳐 궁디 디밀어 볼려고 며칠 쭈뼛거렸습니다.
대부분 여성 인지라, 늙었지만 숫기가 없어 많이 망서렸습니다.
남의 글을 읽고만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닌 듯 하여 품앗이로 올려봅니다.
영감탱이라고 눈 흘기지 마세요. 늙으막에 꽃속에 있어 볼랍니다.
큰 아들은 장가갈 때까지 연애 한번 못해보고 중매로 결혼을 하였는데, 작은아들은
여자친구가 하도 많아 물 묻은 바가지 참깨 달라붙듯 하였었다.
내가 이름을 들어본 아이만 하여도 열 손가락으론 꼽을 수 없었고, 내가 모르는 아이
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남녀공학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며 이해를 하지만, 큰 아들과의 생활이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외모가 걸출하다거나 공부를 잘한다면 모르지만, 그리고 우리 집안이 권력이 있거나
재력이 있다면 달리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듯한 대학을 다닌 것도 아니고 다른 아이들 보다 언변이 좋아 사기꾼 같은 행동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신통한 재주가 있기에 수많은 처녀들을 굴비 꿰듯 코를
꿰어 다니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아버지로서 다른 아이들과 견주어 자랑할 것이 있다면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다.
가수가 되겠다며 방송국 언저리를 쭈뼛거린 적이 있다.
노래를 들어보려면 어느 정도 친해져야 할 터,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등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인데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비장의 무기가 있는 모양이다.
아들의 여자친구 전화를 내가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들의 흠집과 약점을 폭로했다.
녀석이 아버지 때문에 혼인 길 막혔다며 투덜거리더니, 어느 날 긴 머리 처녀를 집에
데리고 왔다.
마주 앉은 처녀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잘 다듬어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 다소곳이
있는 모습이 보기 드물게 얌전하고 예쁜 규수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먹물보다 짙은 속눈썹과 오뚝한 코, 옥색의 가지런한 치아를 살짝 들어내며 웃을 때는
보조개마저 매력적이라 아들이 혼을 빼앗기고도 남을 성 싶었다.
말을 할 때는 음성이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며, 말의 속도 또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간단명료했지만 뜻을 전달하는데 조금도 허술함이 없었다.
배웅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얌전하고 예의바르게 생긴 규수로구나” 하고 말했더니
아들은 입이 귓가에 걸려 친구들이 이조시대 사람 같다며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단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단다.
네놈처럼 팔푼이 널뛰듯 하며 사는 사람에겐 침착하고 조용한 사람이 연분이다.
천연기념물이라니 아주 잘 골랐구나.
그리하여 나는 천연기념물 며느리를 보았다며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다.
아들의 둥지가 될 아파트 마무리공사가 늦어져 한 달간 나와 같이 살았다.
천연기념물 며느리가 부엌에 들어가기만 하면 쨍그랑 와장창 뒤집어 업고 깨곤 하였
는데 처음이라 당황하고 손에 익지 않아 그런 줄 알았다.
보름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그릇과 컵 깨지는 소리는 늘어만 가니 아내가 천연
기념물인지 박물관소장품인지 부엌부근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했다.
큰 손자가 가지고 놀던 조그만 한 인형이 바닥에 있으면 줍질 않고 발로 툭 차서 응접실
의자 밑이나 뒤로 차버리곤 한다.
길을 걸을 때면 내 팔을 끼고 한쪽 다리를 들어 고무줄 놀이하듯 깡충깡충 뛰며 걷다가
음료수 깡통이라도 보이면 또 발로 차버린다.
그러다가 하이힐 뒷굽이 빠져버렸는지 부러 졌는지, 아무튼 천연기념물은 고사하고
사흘 기념물도 어림없다.
새색시티를 벗을 때까지 조신하게 해줬으면 좋으련만, 철딱서니 없는 말괄량이 같기도
하고 선머슴 같기도 하다.
부부모임이 있다며 나간 아들이 자정이 되었을 무렵 며느리를 등에 업고 들어왔다.
고주망태가 된 며느린지 천연기념물인지가 인사불성이 되어 급히 약을 사러 나갔는데
슬리퍼를 신고 나가 여러 번 벗겨져 앞으로 꼬꾸라질 뻔 하였다.
“얼마나 먹였기에 이지경이 되었냐?”
“폭탄주 열댓 잔 마셨을 것 같은 데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대답한다.
“염소에게 물 먹이 듯 강제로 먹였구나.”
“술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며 원샷으로 마셨어요.” 이런 맹구같은 녀석. . . .
“연애할 때도 이렇게 마셨냐?”
“아뇨, 맥주 반잔도 못 마셨어요. 그래서 천연기념물이라 했고요.”
“이놈아, 네놈도 속고 나도 속았다. 왕 내숭한테 천연기념물이라니. . . . . ”
아들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박장대소 했다.
왕 내숭이면 어떻고 선머슴이면 어떻습니까?
며느리가 하는 짓은 모두가 귀엽고 예뻐서 죽겠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