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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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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 피는 뜨락


BY 개망초꽃 2005-08-26

새로 이사한 아파트 뜨락엔 꽃이 별로 없어요.
뜰은 넓은데..꽃피는 식물들이 없는편이지요.
근데.. 꽃이 있었어요.
순결의 상징인 백합하고 닮아 있더군요.
더 하얗고 더 고귀해보이고 더 깔끔해 보이는 꽃,옥잠화였어요.

아침저녁으로 출근을 하면서 옥잠화와 눈을 마주치지요.
그럼,기분이 좋아져요.
꽃만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난 ...그래서 내 별명이 꽃순이래요.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허구헌날 아이들 데리고 꽃만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동네 어떤 아줌마가 꽃순이라고 부르기 시작해서
그 다음부터 꽃순이가 됐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별명이에요.꽃순이...
나와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내 생각인가?? ㅎㅎ

내가 제일 싫어하는 별명이 뭔지 아세요?
말라깽이랍니다.
말랐던 뚱뚱하던 잘생겼던 못생겼던..외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답니다.^^*
꽃이야기 하다가 쓰잘떼기 없는 소리 했네요.
 
처음 이 집을 사고,그게 올 봄이였어요.
라일락이 피던 봄이라는 계절이었답니다.
라일락 향기에 취할사이도 없이 이사하느라 올 봄은 정말 바빴지요.
집 보러 다닐랴,계약하랴, 돈 맞춰보랴, 살림장만하랴
봄이라는 것이 먹는건지 딲는건지 노는건지 보석인지...
그래요 봄은 보석같은 계절인데..보석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지나쳤지요.
너무 바빠서요.너무 힘들기도 했어요.
삼년동안 장사하던 것도 때려쳤거든요.
아주 적당히 때려준 것 같아요.
삼년동안 장사를 해서 집을 샀는데 때려 줬다는 표현이 좀 심하지요?
그래야 내 속이 시원해서 그래요.
장사하는 동안은 돈은 벌었는데,그만큼 내 건강이 축이 나버렸거든요.
위통도 심하고,한쪽팔도 아프고,허리도 안좋고,
그래서 운동을 하기로 했어요.
운동에 게으른 난 스스로 알아서 운동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산방에 가입을 하고 꼬리를 달아 놓고
그래야 책임감과 약속감 때문에 다니게 되더라구요.
 
라일락이 지더니,붓꽃이 피어 났어요.
보라색을 좋아하는 난 보라색 꽃을 좋아해요.
보라색을 좋아하면 고독하다고 했는데,
그래도 좋은 걸 어쩌겠어요.
있죠? 사람이 숨기지 못하는 게 세가지가 있데요.
가난,기침,그 다음에 사랑이래요.
그래서 숨길 수 없는 보라색을 계속 사랑하기로 했답니다.
 
붓꽃이 지더니 황매화가 피었더라구요.
고등학교 교정에 피어있던 꽃이더군요.
황매화를 보자마자 여고시절이 영화의 한장면으로 나타났어요.
지금은 서로 사는 게 바빠서 자주 못만나는 여고친구들이 그리워지데요.
희자,경주,정자,쫑미(나) 넷이서 단짝이었는데...
황매화 피는 교정에 앉아 제일 조숙했던 희자가 들려주던
남학생 이야기며,남자친구와 뽀뽀한 이야기며, 키키킥~~
근데요..이 친구가 남편하고 금술이 제일 좋답니다.
그 비결을 한번 물어봐야하는데...다음에 만나면 내가 기필코 물어볼것이오.
 
그리고 그 다음 당번으로 옥잠화가 희디 희게 피어났답니다.
요즘 공원이나 뜰에 많이 피는 꽃이에요.
관심을 갖고 보면 분명 보인답니다.
백합꽃보다 순결해 보이는 꽃 옥잠화가 아파트 뜨락에 피어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