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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05-06-17

할머니가 울고 아버지가 부엌 부뚜막에 나와 앉아서 깨진 창문으로 담배 연기를 내 보낸다

양말도 안신고 내복 바람으로 나와서 아버진 새벽 시간을 보내신다

옥이가 눈이 둥그렇게 놀래서 구석에 빨간 이불을 끌어다 목까지 안고 연신 엄마와 할머니를 본다

'아구 에미야 왜 그러니 ?응 정신좀 차려봐라 응? 아고 내 팔자야 얼른 죽어야 하는데 아구 시상에나 에미야 어구 에미야  아고~아고~"

할머니 넋두리에 옥이가 더 무섭다

무엇인가 크게 안좋다는게 느껴진다

또 무슨 날벼락이 옥이한테 떨어질까  옥이는 상황이 판단이 안되고 침을 질질 흘리고 일으켜세워도 자꾸 쓰러지는 엄마보다 옥이가 잘못해서 욕을 얻어 먹을까 조바심에 새벽단잠이 달아나고 눈도 굴리지 않으려 애쓴다

자꾸만 불안하고 무섭다

"옥이야 얼른 밖에 나가서 물좀 떠오너라 니 에미 죽겠다 왜 이러냐 얼른"

벌떡 일어나 옥이는 맨발로 불안에 떠는 마음을 참으며 부엌으로 나간다

"추운데 왜 나왔어? 더 자지"
"할머니가 물 떠오래요 엄마 준다고"

옥이는 고무신을 질질끌며 항아리로 간다

항아리 안에 물은 바닥이 거의 보이고 주변에는 물이 얼어 붙었다

스뎅 대접에 옥이는 허리를 굽히고 발 뒷굼치를 들고 발발 떤다

"이리 내라 아버지가 떠 주마  물도 없구나 "

아버지는 옥이한테 둥둥 떠있는 얼음물을 내민다

"물 뜨러 나가더니 죽었냐 ? 언젠데 아직 안들어와 우라질년아"

"녜 가요 지금 "

옥이가 얼른 얼음물을 들고 문을 연다

문지방이 높아 물이 출렁거리며 옥이 무릎에 얼음이 떨어진다

얼른 옥이가 손으로 할머니 몰래 얼음을 물그릇에 넣는다

"여기요"

할머니가 처다보지도 않고 물그릇을 받는다

옥이가 얼른 할머니 손에 잡히게 물 그릇을 조금 내려서 드린다

"에미야 물좀 마셔바라 응 자 어여 "

옥이가 할머니 뒤로 가서 덜덜 추위에 떨고 서서 엄마를 내려다 본다

아직도 아버지는 부엌에 계신다

추운데 밖에 있는 아버지를 할머니가 알고 계실까 옥이는 생각이 든다

엄마 입에서 물이 흘러 나온다

'아고 `~에미야  내 죽거든 죽어라 아고 세상에 이게 먼 일이냐 아고 내 팔자야 내 무슨 죄가 많아서 이리 못볼거 다 보고 사냐 아고 ~에미야 에미야 정신좀 차려라 내 죽거든 죽던지 말던지 아고 에미야 "

할머니 울음에 동생들도 깨고 막내가 울어 재킨다

옥이도 울면서 얼른 막내옆에 앉아 등을 툭툭 친다

옥이 얼굴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금새 옥이네 집은 초상집처럼 할머니 ,옥이 ,동생 모두다 운다

'엄마  엄마 "

"울지마 옥주야 응 착하지 언니가 업어줄까? 응"

옥이가 할머니 한테 혼날새라 얼른 퍼대기를 가져온다

"이놈의 기집애들아 어디 초상 났냐 새벽에 아구 다툼으로 울게"

할머니의 큰 목소리에 동생들은 금새 입을 다물고 막내만 훌적인다

옥이가 얼른 할머니 눈치를 보면서 "옥주야 울지마 알았지 할머니 한테 혼나잖아 쉿~울지마 얼른 "옥이가 막내를 안고 토닥인다

"아구 한구뎅이에 쓸어 묻을년들  쓸데없이 지지배들만 내 질러놓고 "

할머니 그 지지배소리에 옥이가 또 불안하다

딸로 태어난게 옥이는 무슨 죄가 대는듯 할머니 눈을 안마주 치려고 아예 이불을 내려다본다

"0서방 밖에서 머하나 응 얼른 들어와 에미좀 업고 날 따르게 얼른"

아버지가 밖에서들어온다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식구는 많고 그래서 아버진 더 할머니 한테 죄스러울것이다

할머니 시키는대로 옷을 입히고 간간히 침을 닦아내며 할머니 넉두리에 온 식구가 조용하다

자네 없고 갈수 있나 침 쟁이 한테 까지? 못하지?얼른나가서 니야카 끌어다 놓고 거기다 추우니까 이불 깔고 송판을 어디서 얻어다 옆을 막게 그래야 에미가 안 추울테니 "

"예 어머니"
아버지가 할머니 한테 쓰러지려는 엄마를 맡기고 나가신다

'옥이야 핼미 엄마 데리고 아버지 하고 침쟁이 한테 갔다 올테니 집 치우고 애들 씻겨서 핵교 보내고 넌 집에 있어라 알?冒?"

'녜"

다 떨어진 문을 열고 아버지가 마당에 니야카를 세우고 할머니가 주신 이불을 깔고 엄마를 할머니와 같이 부축해서 니야카에 앉힌다

구석구석 할머니가 옷이며 비게를 쑤셔 박아서 엄마를 쓰러지지 않게 하고 아버지가 니야카를 끈다

옥이가 멀끄미 엄마 모습을 본다

실실 웃고 있는 엄마를 내다 본다

옥주가 죽어라 울어댄다

니야카에 같이 타고 가시던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며 소나기 같은 소리를 내지른다

"시끄러  저놈의 기집애가 저리도 우니 집안꼴이 이렇치 아가리를 콱 수셔 박을라 부다 우라질놈의 기집애들"

금방 막내가 울음을 그치고 아버지는 아무 소리도 안하고 땅을 내려다보며 니야카를 끈다

옥이가 찬 바람에 동생들 걱정이 되서 문을 닫고 싶지만 할머니가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았다고 할까바 참는다

방 구석에 있는 찢어진 신문지를 두손으로 비벼서 막내 코를 닦아준다

"언니 엄마 왜 그래? 엄마 죽는거야?"

"이그 이년아 엄마가 왜 죽냐 아프니까 그렇치 그치 언니?"

둘째 동생이 옥이를 바라보며 눈을 동생한테 흘긴다

'조용히 해 머가 시끄러워 아이"

남동생이 한마디 퉁명하게 내 뱉는다

아무도 그말에 떠드는 사람없이 이불속에 발을 집어 넣는다

아랫목이 그래도 따뜻하다

옥이 마음이 어느새 천근만근이다

품속에 막내가 다시 하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