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짐승을 좋아하지 않는다.
강아지도 송아지도 심지어 병아리도 못 만진다.
몇 해전에 바로 옆집에 요크셔트리아라 하던가
뭐 이름은 길고 발음도 어려운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이 강아지가 무척 앙칼졌다.
만져주지는 못했지만 허구헌날 눈길은 주는데도
나만 보면 짖어 대는 것이었다.
그러면 내가 그러지..
[허이허이...까불고 있어..]
말귀를 알아 듣는 것인지 어쩐 것인지
달래고 얼르고 까불어도 머리에 단 리본값도 못찾을 짓만 해댔다.
그러면 주인은 그런다.
강아지도 사람 알아본다고..
내가 못됐다는 말이겄지.
나한테만 그러는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에게도 짖어대서
아파트 문화에 위배된다면서 퇴출 내지 성대 수술을 시켜야 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정작 바로 옆집에 사는 나는 그러려니 해주었다.
위층 아줌마네는 털이 꼬불꼬불한 푸들이라는 강아지를 키웠다.
두 집 아줌마는 서로 자기네 강아지가 이뿌다고 뽀뽀를 하고
심지어는 먹던 커피도 그대로 강아지 입에 갖다 대는 것을 보고
나는 다음부터 그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그러다 요크셔트리아는 시집을 갔고
푸들은 연세가 오래되어 납골당으로 갔다.
푸들을 잃은 아줌마가 요크셔트리아 새끼를 가족으로 입양을 했다.
어느날 두 집 아줌마가 말다툼을 하였는지 서로 궁시렁 대고 있었다.
옆집 아줌마
[개는 주인을 닮는겨..주인을 닮아설랑
살만 디룩디룩 찌워서 그게 어디 돼지지 강아지여?]
이쁜 강아지 데려다가 돼랑이를 만들어 놨다며 흉을 보고
위층 아줌마
[개는 주인을 닮는겨..앙상시러운게 꼭 여시같어]
매일 봐도 짖는 강아지는 첨 봤다며 성질이 주인을 닮았다며 흉을 봤다.
그래서 나는 알았다.
키우는 짐승도 주인을 닮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