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아주 귀한 사람이 요즘..방황의 동아줄을 붙잡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횟수는 3년 인듯 한데..처음엔 자아를 찾는 동아줄 이었다면,
요즘엔 그 동아줄에 썩어감을 느낀다.
아이가 둘인데, 2박 3일 안들어 오는 것은 예사이고, 곁 사람들에게
거짓말 하는 것은 예사이다.
물론 이것의 정답은 없겠다.
썩었다는 것도 나의 편견 일수도..그녀에게 있어 더 단단한 동아줄을
붙잡고 있는 것인지.. 아무도 모르겠다.
다만 약자인 아이들 편에서 느끼는 감정이 그랬다.
에세이 방에 들어와 인생의 선배님들을 볼 때..
여자란 이름으로 참 많이 울었다.
' 아! 이렇게도 사는 구나'
사는 것은 만만치 않음을 나 스스로도 느끼지만, 녹아 있는 눈물의
사연들이 가슴에 저려 꿈까지 꾸게 했다.
그리고 돌아 본다..
두시럭이 많은 아홉살 아들이 사진 한장을 가지고 온다.
" 엄마 이게 누구야 "
96. 3. 2.
사진 속에는 청년 같은 남편과 코가 세모만 있는 8개월 된
딸이 아빠 품에 있다.
" 다연아 "
내가 불렀다.
후래쉬가 터지니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편은 아주 환하게 웃었다. 맑게..
지금 웃는 얼굴과 그때의 웃는 얼굴은 사뭇 다르다.
장떡을 부치다 말고, 난 그 사진을 유심히 본다.
옛 사진은 여자를 감동시키기 좋은 책이다.
문득 가족이란게 선반 위 유리그릇과 같구나..
내가 맘을 한번 잘못 먹었더라면, 아님 남편이 그랬더라면..
이 사진의 행복은 역시 조각나 깨져 사람을 아프게 했겠지..
그녀가 생각난다.
분명 그녀에게도 남편과 이렇게 단란한 한때가 있었으리라..
지금은 못 살겠다고...한숨 두숨을 쉬지만 말이야.
감동 잘 하는 그녀에게 옛 사진을 들추어 보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는 그녀에게 나와 같은 느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마음이 그때로 돌아가지 못함을 회안 하겠지..
" 이것 봐요"
남편에게 드리 밀었다.
" 다연이네 "
웃는 얼굴이 농후한 중년의 남자다.
청년의 모습에게 껍질를 벗은 남편을 바라보며..10년 후 또
이 남자의 모습은 어떤 색을 띄우게 될지 궁금해졌다.
그때나 이때나 변함 없는 것은 팬티와 런닝만 입고, 집을 활보
하는 모습 뿐.
아직 남편은 나에게 있어 남자다.
의지 내지 남편 내지..뭐 사랑 노름의 절대자가 아니라..
사는데 있어 의리 있는 남자..
나의 눈으로 아직 배팅을 해도 괜찮을 남자!
더 살아는 보아야겠지만, 이보다 덜 하지도 많지도 않게..그저
이만큼만 느끼고, 부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장떡을 많이 부쳐 먹었더니 배가 든든하다.
그러잖아도 든든한데..
그녀에게 전화해야지..들어주다 보면 언젠가 마음도 녹아지겠지..
순간의 고비를 넘기는 것도 내 마음 뿐이라고..
웬수 같은 남편이 청년이 되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