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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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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에구..삐지긴...


BY 밤톨냥v 2005-05-10

위로 누나 다섯인 가운데서 자라난 내 신랑은

시커먼 눈썹에 꾹 다문 입매무새가 그럴수 없이 남자다운데

헤..

과연 그럴라나?

 

엊그제도 시누들이랑 오랜만에 만나 삐침쟁이 남편 어지간히 헐뜯었지만

아으.....

진짜 못말리는 삐돌이다..

것두 매일 본전도 못찾는 실속없는 삐돌이.

 

아이 시험기간중 있었던 일이다.

공부한거 확인한다며 교과서 보고 물어 보라는아이에게

너무 피곤하니 아빠한테 부탁해라 하곤 나는 잠시 눈 감고 있는데

아이가 부스럭부스럭 뭔가를 찾네

"뭐 찾아..?" "으응..그냥."

 

잠깐 눈감고  부녀지간 사이좋게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 기분좋게 듣다가

참견하고 싶어 살짝 눈 떠 보니

으엥?

뭐여..지금 저 광경이..

남편이 아이 교과서를 열심히 보며 문제를 내주고 있긴 한데

크크크..

책에다가 큼지막한 돋보기 척하니 갇다대고 보고있는거라.

그 모양이 으찌나 웃습던지..

"옴마야..."

"어쩐대요..돋보기 읍쓰면 안보여? 그닥 작은 글씨도 아니구만.."

"이룬 이룬..내가 완전 넝감탱구랑 살고 있구먼.."

 

그때부터 입꼬리 살짝 씰룩이고 눈꼬리 벌겋게 물들여 지는걸

그날은 너무 피곤한 탓인가 눈치 못챈 나는 한술 더 떠

"캬..이 광경을 으찌 놓지나.."

"사진 한방 박읍시다...으흐흐흐"

 

혼자 신나 디카 들고 요리조리 방향 바꿔가며 마구 마구 찍어댔다..

아이도 덩달아 신나

"으흐흐흐..못말리는 우리 엄마.." 하며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연출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팩~하고 일어 나더니

"눈좋은 니가 문제내라! 씰데없이 왜 자꾸 사진을 찍어?"

 

"재밌잖아..글고 이건 필름 갈아끼우는것도 아닌데 뭐..엽기싸이트에 올릴까봐?

아..걱정마쇼..내가 설마 그럴라고? 그럴수도 있지만..우헤헤헤.."

 

급기야 머리 꼭대기 까지 열받은 신랑 성큼성큼 안방으로 가더만 문 홱 열고

"나 잔다..조용히 해라.."

아이 앞이라 성질 죽이는 모습이 안봐도 비디오다..ㅎㅎ

 

아이랑 난 너무 웃겨 숨 죽이며 웃느라 눈물에 콧물까지 주접의 극치를 이루는 동안

남편은 진짜 자는건지 아님 부끄러움에 숨죽여 바깥 동태 살피는지 잠잠하고

 

나이 먹으면 몸의 기능 떨어지는거야 당연한 일인데

조금 빠른 사람이 있고

조금 늦은 사람이 있다는 차이일 뿐

뭐 고깐거 가지고 남정네가 팩~하니 토라져선..

에구 에구..기막혀

다 큰 아이앞에서 챙피하지도 않은가봐..

 

조걸 지금 해결봐? 아님 아침까지 놔둬?

아침까지 가기엔 내 몸의 상태가 너무 안좋은 고로

에그..덩치 큰 어린애 성가시지만 달래야지..

에구..내 팔자야..

 

문 빼꼼이 열어보니

웬걸?

열심히 바둑 삼매경에 빠져있네

"허..그러다 진짜 프로로 데뷔 하는거 아녀? 어디보자..일급이네.."

"오마나..자기야..함 도전해봐라..가능성 있다..자긴 끈기 있어서 해도 될것 같어.."

슬며시 입가에 미소 흘리는 순진한(?) 남편

"아니야..그 정도는 아니구..조금 늘긴 했지..험험.."

켁...조금 띄워 좋더만 곰방 풀려 흐물거리긴..

단순함의 극치여...

"있잖어..아까 진짜는 자기 얼굴 렌즈로 보니 너무 멋있어서 내가 열심히 찍어댄거지..설마 놀릴려 그랫겠누? 나를 그렇게 몰러?"

"내가 사진빨은 좀 잘받지..흠.."

우에엑~~~~~토 쏠린다..

 

"근디 삐진거여?"

"삐지긴..그게 뭐 삐질일이라고..그냥 니가 더 문제 잘낼것 같아서 내가 양보 한거지.."

으아악~~~~~~유들거리긴..

 

"나 피곤항께 언넝 나가서 문제 내주쇼.."

 

결국 10여분도 안돼 분위기 평정하고

그날의 해프닝은 고걸로 끝났다..

 

재밌다..

항상 내게 걸려드는 남편이..

약 올리면 올리는 대로 바로 반응하는 고 모습이..

아이도 똑같다..

어찌 애비와 아이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저리 똑같을고..

파르르 올랐다 곰시 꼬리 내리는 조 인간들 땜시 내 하루가 매일매일 해피하다..

 

근데 남편은 그런다..

곰방 파르르 했다 곰방 헤헤거리는 나를 보면 아무 생각없이 사는것 같다고..

나보고 참 인생 편하게 산단다..

 

아이는 그런다..

엄마 아빠를 보면 참 재미있다고,.

금방 불꽃 튀길것 같다가 바루 흐흐흐..거리는 걸보면 참 속없어 뵌다고..(건방지게..요것이..)

 

나는 그런 부녀지간이 참으로 가소롭구만..

내 손아귀에서 놀아나는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