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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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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BY allgolkr 2005-04-30

지난 일요일

아이 둘을 데리고 시댁엘 도착했다.

울어머님 나를 보시더니,

"연락도 없길래, 나도 전화 안 했다..."

 

한달만에 시댁에 온 며늘에게 서운함을 드러내셨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다니시면서

마을을 산책하시었다.

 

아이들과 내가 지겨울 무렵,

신랑이 동창회에 도착했다가 늦게 집엘 왔다...

집엘 들어서면서

"엄마 나 왔어.!!!"

목소리도 크다...

어머님 어디계셨던지, 한달음에 쫓아나오시면서

"아들 얼굴 함 보자..."하신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시다...

 

아들 얼굴을 보자마자,

병원엘 가자 하신다...

 

병원에는 울신랑누나의 신랑(아이들 고모부)이 작년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몇달째 의식이 없이 누워계신다.

 

다니시는 절에서,

사정을 얘기하시고는,

빨리 가라고 써 온 부적이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앞이 하얗게 보였다.

 

"어머니,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린 건데, 사람이 그런 걸 맘대로 해도 되어요?"

 

울어머님 말씀,

"갈 사람은 빨리 가야 살 사람이 살지..."

하셨다...

 

울어머님은 큰딸이 염려스러우신거다...

 

사실 하루병원비도 만만치가 않다....

 

아마도 계속 병원생활이 길어지면 집도 팔아야 할 지 모른다...

상황은 안 좋을 수 있을 거다...

 

그래도 난 그렇게 냉정히 말씀을 하시는 어머님을 뵙고 적잖이 놀라운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큰고모부는 그 집에서도 장남이시다...

한 집에서 사는 부모님도 계시다...

 

근데 울어머님은 당신 딸 생각만 하시는 거다...

 

나보곤 병원가자고 하지 않으시더니,

아들을 보곤 그 '부적' 베게에 꼭 넣어줘야 한다시면서

운전을 하라고 하신다....

 

신랑 왈

"엄마 나 술마셨어...시내에 못 들어가..."

 

며늘인 나에겐 그런 말씀 없으시더니,

아들이 편하시겠지...당연히....

 

난 당연히 못간다...

내 차는 수동이고, 그 병원이(동의의료원) 언덕배기에 있는 병원이라,

운전하기가 수월하지가 않다...

또 찾아가는 길도 모른다...

 

집에 와서 몇날 몇일을 생각을 해도,

어쩌면 이해가 갈 듯 하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나도 들어온 식구인지라,

서운함을 숨길 수가 없기도 하다...

 

부모라서라는 것을 백번 이해하다가도,

한 다리 건너는 사위에게 그렇게 하시다니....

당연히 며늘인 나에게도 그러하실 것이고(그런 상황이 된다면...)

 

절대로 딸이었음 그렇게 행동 안하셨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정리가 되지를 않는다...

 

어른이 행동하시는 것은 어지간하심 다 맞는 행동이라고

믿어왔던 이 며늘...

가슴에 솟구치는 서운함은 숨길 수가 없다.

 

사람 목숨은 제 본인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인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