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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56

내남편을 공개합니다.


BY 예운 2005-04-26

 

  내 남편을 공개합니다.

그렇게 기어이 일박이일의 내 자유를 박탈하며 금산까지

따라온 내 남편. 가고 싶다고 하니 가지말란 말은 체면때

문에 차마 못했는지 광주를 지나면서 서서히 골을 내기

시작합니다.

"이정표 보이냐?" "아야 군산 보인디 금산은 안보인디야"

좀 차분히 가주면 싶은데 계속 궁시렁댑니다.

" 야 이것이 가깝냐? 서울이다 서울 "

자기는 볼일 있담서 온 천지를 다님서 뭣이 그라고도 못

마땅한지 남자가 점잖지 못하게스리

" 가보자 가다보믄 지가 나올테제 고만 좀 하소 징하다"

"뭐?" 팩 토라지는 꼴새 좀 보소

아이구우 부모님 전상서에 김혜숙 흉내를 내고 맙니다.

우여곡절 대전까지 가서 다시 금산으로 내려오는데 한여

름에도 땀안나는 깡깡한 내 몸에서 진땀이 납디다.

도착을 하니 웅성거리는 사람들마다 환한 웃음으로 좋아

라 함박웃음인데 내 남편 뭣이 그라고 성질이 낫상고 그

렇찮아도 좋은 인상 팍 긁고 서 있는디 민망해서 혼났습

니다.

강의실로 가야 하는데 느닷없이 " 나는 뭣하리?" 툭 내뱉

는 말에 " 같이 가게 어쨌대"

도살장 끌려가는 소마냥 코 쑥 내밀고 따라오더니 강의

실 밖에 있는 쇼파에 양팔 걸고 앉습니다.

졸업식, 입학식 진행되는데 밖에서 시끌벅적 소리에 내

남편 목소리도 묻혀 있습디다.

그기에서 만난 순천양반과 인사하고 소개시키는 소리였

나 봅니다.

기분이 좀 풀린듯 하길래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아이구 이 삐돌이 밴댕아 그래봐야 너 손해야. 내가 놀

러를 왔냐 바람을 피러 왔냐 끝까정 그라머 니만 축난다"

혼자 생각에 히죽히죽 웃음이 납니다.

저녁 먹을 시간 딸아이를 데리고 기어코 또 나갑니다.

밥심으로 사는 내가 신경이 쓰여 밥이 안 먹힙니다.

까실까실 입안에서 뒹구는 밥알을 억지로 삼키고 나니

배가 다 아파옵니다.

열두시까지 나는 들아갔다 나왔다 남편 눈치를 보면서도

교수님들의 명강의에 한동안은 잊은듯이 웃기도 하고 재

미도 있었는데 정해진 숙소 이탈자 파악하는데 손을 또

번쩍 들었습니다.

예운이 엄청 튀었나 봅니다. 교수님 한분이 식사시간에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길래 완도에서 왔다고 했었는데

글쎄 그분이 저한테로 오시더니 " 완도에서 오셨다면서

밤에 내려가게요?" 하십니다.

주홍색 치마에 미색 저고리 개량한복이 한몫을 했나봅니다.

다음날.

조별로 나뉘어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기에서도 저

보고 제일먼저 소개를 하라네요.

부끄럼 많은 제가 당황해하자 잘생긴 교수님이 여기서는

부끄러워하면 안된다고 하시네요.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저는 전남 완도에서 온 예운입니다" 까지 하는데 교수님 잠깐 저를 제지하십니다.

"혹시 남편분이 어깨 이렇하고 주먹 좀 쓰실것 같은 그분

아닙니까?"

맙소사!

어제 밖에서 시끌시끌하더니 그때 인사를 주고 받았나 본데 내 남편 인상이 어떨지 상상이 될겝니다.

하긴 고속도로에서 순찰차에 걸렸을때도 옥신각신하다

가 그양반이 " 내 인상도 좋은편은 아닌데 당신 인상은

나보다 더 더럽소!" 하면서 딱지 떼기를 피했다니까요.

동네 아줌마들이 우리집에 놀다가 남편이 들어오면 다들

도망을 가버립니다. "놀다 가시제 어째 간다요?" 하는 남

편이 혹시라도 잡을까봐 아주 냅다 달려 갑니다.

한번 그랬던 사람은 우리집에 절대 안오고 맙니다.

사실은 내 남편 인상은 좀 더럽(?)지만 마음은 여립니다.

동네 아줌마들한테 누차 설명하며 변호해 주려고 해도

영 안먹히는 내 남편 얼굴을 공개해야 겠는데 어디다 올

려야 하나요?

자고 있을때 남편 입 양쪽에 테입을 귀까지 붙여 놓으면

부드럽게 웃는 얼굴 될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