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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하루 기행(노루귀사진과...)


BY 개망초꽃 2005-04-07


-청노루귀-

피부만 붙은 앙상한 나무와 찬 바람 소리만 들리는 아침 산엔 맑은 물은 흐르고 있었다.
들꽃 탐사를 떠난, 들꽃 관찰을 하러 온, 들꽃 사진을 앵글속에 담으러 하는...
스물세명은 3월의 바람이 싫어 겉옷을 꺼내 입었고 모자를 눌러썼다.
아침 공기는 찼다. 난 산에 갈 때 쓰던 장갑을 찾아 꼈고, 가만히 서 있으면 한기를 느껴
물이 흐르는 산길을 강아지처럼 촐랑촐랑 앞으로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걸어오곤 했다.

버스 진입이 문제가 생겨 출발이 조금 늦어졌지만
드디어 내가 원하던 들꽃 관찰하는 순간이 돌아왔다.
낙엽만이 이불처럼 깔려있던 그 곳에 꽃이 피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계곡의 허연 얼음은 바위에 붙어서 꼼짝하지 않는 이 곳에 거짓말같이 꽃은 피어 있었다.

너도 바람 꽃은 한줄기에 한 송이씩 꽃을 이고 있었다.
가는 줄기 끝에 가분수처럼 매달린 꽃은 피고 있는 것이 아니고 꽃을 이고 있는 것 같았다.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 꽃잎으로 보이는 너도 하고도 바람꽃이 지천이었다.
노란 점이 찍힌 꽃술같이 보이는 것이 꽃잎이라는 것을 들꽃 책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지만
실제의 모습은 누가 봐도 꽃받침이 꽃잎 같아 보인다.
처음으로 본 꽃이 너도 바람꽃이었다.
한참을 쭈그리고 손바닥을 땅에 대고 고개를 꽃과 함께 맞춰서는
옆 모습 보고 정면으로도 보고
한송이씩 피어 있는 것도 들여다 보고 여러송이 피어 있는 것도
"아~~으~~오호~~~ "감탄하며 보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예뻤던 건 제비꽃위에 피어난 세 송이 너도 바람꽃.
청풍명월님이 떨어져 있는 꽃송이를 서로 기대 놓으며
“부부 싸움했나~~뽀뽀하드래요”하셨다.
내가 강원도래서 강원도 사투리가 정겹고 기억에 남아있다.
절 기억하고 계시드래요. 청풍명월님?
너도 바람꽃은 처음 길을 열어주기 시작에 우리들이 걷는 산길을
고개를 다소곳이 숙여 끝까지 안내를 해 주었다.
청순한 소녀 같았다. 레이스 달린 하얀 브라우스 입은 소녀.
칼라 끝에 노란 땡땡이 찍힌 뽕소매 브라우스가 연상되었다.
80년도에 유행했던 브라우스였는데...

나무 밑 둥에 낮게 깔린 괭이눈 꽃을 만난 것이 두 번째였다.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고양이 눈을 닮았다 해서 괭이눈이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우리나라 들꽃 이름은 다 그들만의 생김새와 특징으로 쉽고 소박하게 이름 붙여진 것이 많다.

만주 바람꽃은 어렵사리 한포기 발견을 했다.
아직 덜 익은 꽃이었지만 한참을 보다가 한 가닥 미련만 남겨 놓고 헤어졌다.

마른 양지쪽에 계곡이 흐르고, 흐르는 물 따라 바위가 조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 제비꽃도 같이 살고 있었다.
한창 꽃이 피어난 연보라색 둥근털제비꽃 때문에 난 자꾸 자꾸 사랑스러워서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잎을 만져보곤 했다.
제비꽃은 귀찮은지 고개를 숙이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외사랑은 슬프다. 그래서 이제는 외사랑은 절대 안 하기로 했다.
짝사랑은 상대방이 모르는 사랑이고, 외사랑은 상대방이 아는 사랑이란다.
그래서 슬프디 슬프다.

복수초는 핀 모습이 당차보였다. 얼굴을 바짝 쳐들고 하늘을 향해 당당하다.
너도 바람꽃을 먼저 만나고 그 다음에 복수초를 보시곤 동강할미꽃님이 그려셨다.
“너도 바람을 펴서 나는 복수를 한다.”
복수초는 샛노란 공단 같다.
우리 어머니 시절에 한복을 해 입으시던 색상 선명하면서 윤기가 기름처럼 흐르던 공단.
열장쯤 되는 꽃잎이 햇볕에 반사되는 색상은 천해보이지 않으면서도
야시시하게 두 눈동자에 확 들어왔다.
자연의 색은 인공물감으로 비스무리하게 흉내는 낼지는 몰라도 똑같이 만들지는 못한다.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과 그 오묘함은 자연만이 만들 수가 있다.
이슬, 공기, 바람, 햇볕, 비, 하늘, 곤충, 흙....

들꽃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하얀색 노루귀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보라색 노루귀가 보고 싶다 했었고..
난 오늘 두 가지 색 노루귀를 다 보았다. 운이 좋았다. 새로운 인연이 생기려나보다.
오래전부터 들꽃에 관심은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여유치를 못해서
오늘 처음으로 풀꽃나라 정모에 따라가게 되었다.
눈꽃님의 선두로 차례차례 꽃들 있는 자리를 안내해 주었고,
난 편하고 여유있게 내가 원하던 꽃들을 다 접선 할 수 있게 되어서
오늘은 내 인연의 기념일이 될 것이다.

난 청보라색 노루귀를 제일 잊지 못할 것이다.
세 송이 꽃이 하나로 붙어서 얼굴 부비며 낙엽위에 피어 있었다.
그리 신비로운 보라색이라니...
처음 본 순간부터 후미의 사람들이 카메라를 접을 때까지 난 청 노루귀 꽃을 떠나지 못했다.

앉은부채를 도난당한 현장을 끝으로 들꽃 탐사는 마감을 했다.
부채의 앉아 있던 자리가 뻥 뚫린 하수구 같았다.
뚜껑 없는 맨홀 같았다.
구멍 크기가 김장항아리를 파 묻었던 구덩이만하다.

내 작은 꿈은 시골 마당에 들꽃을 기르는 것이었다.
귀한 우리나라 야생화를 기른 다기 보다는 강아지풀이나 달개비나 쑥부쟁이처럼
발에 차이고 눈에 익숙한 흔하디 흔한 꽃을 기르고 싶었다.
이 꿈은 변함이 없다. 귀한 야생화는 그들이 살았던 그 자리에서 지켜져야 한다.
좋아한다고 갖고 싶다고 이 사람이 가지고 가고, 저 사람이 훔쳐가고, 요 사람이 집어가고,
조 사람이 파가면 남아날 것이 없다.
그러면 새도 곤충도 산도 나무도 제 빛을 잃어가고 결국은 우리 삶도 시들어버리게 된다.
독도를 지키는 것처럼 우리나라 야생화도 꼭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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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라에서 들꽃기행을 다녀왔습니다.대명을 그대로 쓴 점 이해해주길 바라며...

우리나라 야생화에 많이 관심 갖아 주세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