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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3

성묘길에..


BY 미시짱 2005-04-06

햇살이 유난히 따사롭고, 바람이 싱그럽던..

4월5일 식목일...

성묘길에 나섰다...

 

내가 사는 영덕에서 차로 두시간여를 가야하는 대구 논공에

잠들어 계신 시아버님을 뵈러가는 길이였다...

 

거의 칠 팔년만인거 같다..

사는게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 맘먹고 나선길...

 

너무도 오랜시간 찾아뵙지 못해

죄스런 맘으로 가야했다...

 

가는 차안에서 내내

한번도 뵌적도 없는 시아버님과 대화 하고 있었다..

길이 많이 막혔다..

 

또, 너무 오랜만에 가는길이라,

길을 잘못들어

헤매이다 겨우 찾아가야했다..

 

" 아버님..너무 오랜시간 찾아오지 않는다고..

이번성묘길 잊지말라고 일부러 저희 힘들게 찾아오게 하시는거죠??

저 알아요.. 많이 서운하고 서운해서 아버님이 벌하신는중이라는거...

죄송합니다...용서해주세요..."

 

맘속으로 아버님께 용서를 구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산소는..

긴시간만큼이나, 많은 새로운 묘가 생겨있었고..

 

다시 우린 아버님 묘를 찾아 헤매야했다...

한참후에 찾은 아버님 묘앞에 섰을때, 가슴이 미여왔다..

 

다행이 관리해주시는 분이 계신지라,

잡초는 무성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것이 맘이 아팠다...

 

남편도 그랬는지,

콧등이랑 눈주위가 붉어졌다..

 

묘를 손질하고, 준비해간 잔에 소주를 부었다..

절을 올리고..

 

" 아버님...

너무 오랜만에 왔죠??

많이 쓸쓸하고 외로우셨겠어요..

먹고사는게 뭐그리 바쁘다고...너무 오랜시간 찾아보지 못했네요...

 

늘 저희 식구 살펴주시고 지켜주시는데...

잘아는데도 자주 못와 봤네요...."

조용히 내맘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묘주위에 남편과 앉아 둘러봤다..

 

" 이렇게 오면 될걸, 왜이렇게 오래걸렸는지..."

남편이 하소연하듯 내뱉었다...

 

그러게...

차로 두어시간남짓한데...

왜이리도 오기 힘들었는지...

 

여기 한번오는데,

칠 팔년이나 걸렸는지....

 

아버님께 사죄한탓일까...

돌아오는길은 차도 막히지 않고 길도 쉬찾아

더 빨리 올수있었다...

 

갈때와는 달리 맘도 가볍고 기분도 한결 밝아졌다...

 

이제 아이들도 할아버지 묘를 기억할거 같다...

사실 그동안 아이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했었다....

부모인 나와 남편책임임을 알기에 늘 맘에 걸렸는데...

 

" 아버님....이젠 자주 찾아뵐게요..."

 

봄햇살이 유난히 따사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