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되풀이 되는 봄철 가뭄이 기여이 올해도 벌겋게 타올라
메말라 바싹해진 수목이며 고단한 몸 누일 보금자리
천년 고찰까지 야금야금 먹어 들어간다.
사계가 뚜렷하여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봄엔 불난리로
여름엔 물난리로
가을엔 사람에 치여
겨울엔 눈사태로
밑둥부터 중심을 잃어간다.
몇수년전
강원도 고성으로 여름 휴가길 나섰다가 목격한 화마의 잔해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분명 울창한 수목으로 뒤덮였을 산야가 꺼멓게 민둥산 되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 없었는데
그나마 그 까맣게 변해버린 중턱마다 힘겹게 고개 비집고 나오던 연초록 풀잎보며
강한 생명력에 경이로움 느꼈었는데..
손때 묻은 가재도구며
알알이 추억 박힌 사진첩
행여 닳을쎄라 아끼고 아껴입던 옷가지
쓸고 닦고 쓰다듬던 정든 보금자리
한순간에 붉은 화마가 널름널름 주워 삼키는 모습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며 애타하는 저 민초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가슴에 콕콕 박혀 살점에 아프게 박힌다.
벌겋게 짓물러진 눈으로
한숨만 푹푹 쉬던 어느 촌로의 거친 얼굴이
가슴에 따갑게 쓸리운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 겠기에
마른입 간신히 축여 넘어가지 않는 빵덩어리 꾸역꾸역 삼키며
꺽이지 않는 의지 보여주는 산골아짐의 모습에
가슴 깊이 따뜻한 위로를 보냅니다.
참으로 자연 앞에서 인간의 힘이 얼마나 무력한지 이번에도 절감합니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인간은 자연보다 끈질기기에
저 시커멓게 뒤덮인 산야에 그 어젠가 본 희망의 모습이
새록새록 타오르길
이 아침에 아무힘 없는 도시의 아낙이
간절한 마음 담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