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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81

남편의 두얼굴


BY 올리비아 2005-03-24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착하고 어진 사람에겐 
처음부터 끝까지 받으려고만 한다.

처음엔 착한 심성에 
감동 받는듯 고마워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간사한지라 
늘 감동받질 못하고 이내 곧 
익숙해져 버리고 당연시 되는 것이다. 

착한 본인은 언제나 착해야 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듯 
습관처럼 언제나 착하다.

마치 중독처럼...

몇년 전 그렇게 착한 내 친구에게서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는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내 친구의 착한 심성은 20년전
그 까다로운 울 아버지에게 이미 품질보증을 받았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친구의 남편은 
겉보기에는 차분하고 매우 이성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부부사이는 아무도 모르는 것..

이렇게 외형적으론 잘 어울려 보였던 내 친구부부가
어느 날 남편과 이혼 직전이라는 엄포로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친구의 남편
참 이기적이구나 라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었다.

내 친구는 남편과 함께 
친정집 행사가 있어서 함께 가자고 했단다.

그런데 남편은 대수롭지 않은 핑계를 대면서 못간다고 하자
내 친구는 배신감에 서운함에 가슴앓이가 시작 되었다.

팔십이 넘은 친정엄마..
내 친구는 그런 친정엄마를 생각해서라도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고 싶었는데
남편은 무심하게 나 몰라라 했나보다.

"그리고는 말야 다음 달에 시댁친척 결혼식 잊지말라고 하는거 있지?"

"너 남편한테 이렇게 말해.."

"뭐라고?"

"친정집 행사에 안가면 나도 시댁행사에 가지 않겠다고.."

"...그럴까.."

목소리가 기어 들어간다.
천사표 친구가 감히 할수 없는 지침이다.

잘못한거 하나 없이 너무 잘해도
시부모에게 갖은 괄시 받는 착한 내친구니까... 

다음 날 전화가 왔다.

"내가 어제 너가 하라는데로 말했더니 남편이 알았다고 가지 말라더라.."

"그건말야 너가 그렇게 말로만 하고 갈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런가?"

"그럼 생각해봐라 너가 지금까지 시댁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던 너였는데 
설마 안가겠나 하는 생각으로 한말이거든 그러니깐 
너 마음약해서 절대 넘어가면 안돼!"

그리곤 내 친구는 정말 가지 않았다.

남편은 그날 자기가 한말때문에 
차마 친구에게 함께 가자고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더니 결국 혼자 갔다고 한다.
그뒤론 남편의 태도가 많이 달아졌다 한다.

당시 30대였던 내친구의 남편은 마치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느꼈다.

집안 일은 커녕 함께 시장을 가지도 않거니와 
간혹 가더라도 짐은 내 친구가 다 들고 

남편은 봉다리 하나 들어주지도 않고 
뒷짐만 지고 간다고 한다.

"너가 무슨 천하무적 로보캅이냐?
집안 일도 노동이야 가사노동! 
힘든 일은 남편이 좀 거들어주고 그래야지
어쩜 그리 손가락 하나 까딱도 안한다니.."

"애기하고 정말 너무 힘들어.."

그런 친구에게 난 남편에게 힘든 일은 시키라고 했다.
"치사해서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했다.

늦둥이 둘째까지 키우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럴때 남편이 옆에서 조금만 거들어주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모르면 가르쳐야지..

"집안 일은 될수 있으면 남편있는 시간에 몰아서 해.. 
너 신랑같은 사람들은 여자가 집에서 하는 일이 뭐 있다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보거든..
그러니 대수롭지 않다는걸 보여줘야지..."

이 이야기는 5년전 이야기다.
지금 내 친구는 얄밉게도 제2의 신혼이란다.

내 덕분에 남편 개조? 많이 됐다며 
얼마전엔 강남에서 만나 점심을 맛있게 얻어먹었다..^^

친구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옆에서 바라보는 나도 참 흐믓하다.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자기 남편을
내게 조언을 구하면서 친구가 하는 말이..

"너가 가만보면 내 신랑 성격하고 너무 닮은것 같아..
그래서 너의 조언이 기가 막히게 적중한거 같아...ㅎㅎㅎ"

가스나가
욕이여 칭찬이여~~ㅎㅎㅎ^^

이웃에게는 몰라도
특히 남편에게는 너무 착하게 살지 말자.

일방적인 사랑이 존재하는 건
자식과 부모사이에서나 존재할뿐

부부사이에 사랑은 
주고 받는 현찰?속에 미소가 샘솟듯

복잡미묘한 것이다. 

그래서 착한 여자보다
악녀가 더 사랑을 받고

본처보다는 첩이 
더 사랑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가 되길 바라는 남자가 

바로 우리들의 남편이 

가지고 있는 두 얼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