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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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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편에 그 마눌님


BY 밤톨냥v 2005-03-10

하늘이 흐리다..

이른 아침 부터 낮게 가라앉은 하늘이 일어설줄 모르고

잔뜩 웅크려 있다.

 

 

지금쯤 엄니, 아부지는 무슨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
그곳도  낮게 하늘이 깔려 있을까?

아부지 회복 하시고 첫 해외여행 인데..

 

인터넷으로 뽑아본 후쿠오카의 날씨는 분명 화창하고 포근하다 했는데

지금쯤이면 오이현에 계시겠군..

지옥온천 순례에 나섰을려나?

 

자칭 타칭 일본통인 남동생 믿고 일을 맡겼드니

떠나기 하루 전날 까지도 여행일정이 감감무소식이었다..

혹여 아들내미 흉 잡힐까 싶어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을텐데 표현은 못하고

에그..엄니 엄니..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여행사라는 단서 하나만 주고선

무조건 기다려 보라니..

안되겠네..

컴터는 이럴때 쓰라고 장만한겨..

 

요리조리 셔핑을 하다가 드디어 실마리 포착..

홈피에 나와있는 전화번호 우선 적어놓고

동생에게 바루 문자 날렸다.

"**야..내가 지금 그 여행사 홈피에 들어와 있다..내가 확인하랴?

헛..요녀석 보게..바루 전화오네..

"누나..지금 내가 본부장 한테 마구마구 신경질 부렸더니 지금 누나멜로 일정표 보낸데..

이멜주소 불러줘.."

 

헛..기막혀..

이리 쉽게 보낼걸..

왜그리 부모님 속 태우게 한건지..

일단 급한불 부터 꺼야 하니 화는 속에 집어넣고

일정표 프린트 해서 급하게 엄니네로 출발..

 

일정표 보기좋게 큼지막한 글씨로 뽑고

가시는 곳 날씨까지 다 프린트해서 또 뽑고

가이드에게 전화해서 부모님 성함 말씀 드리고 당부하고

도대체 이런 경우가 어디있나며 못마땅해 하시는 아부지

여행사랑 연결시켜 통화하게 해드리고

한숨 돌린 후

엄니,아부지 의상 봐드리고 모자 패션까지 점검 끝~~~~~~

 

아..숨차다..진짜 숨차다..

 

여행을 워낙이 좋아 하시던 분이셨다..

내 아버지는..

깐깐한 성품에 한치의 오차도 없으신 정확함..

그런 아부지에게 여행은 여유를 선물해주엇고

삶의 깊이 까지도 덤으로 챙겨 주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 간다.

세월이 빠르긴 빠르네..

내 어머니에게는 더디만 가는게 세월이었는데..

 

아버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5년을 꼬박이 아부지 곁에서 간병 하셨던 내 어머니..

워낙 성품 깐깐하신 양반이시라

당신 자식들 녹녹치 않게 키우셨고

그 옆에서 애면글면 마음 졸이며 살아오신 내 어머니..

 

뇌수술 후 한층 더 까다로워지신 아부지 옆에서

'나 하나 힘들고 말자..내 자식들에게 까지 고통을 주지 말자..'

그렇게 마음 잡수신 내 어머니는 내가 너희들 부를때 외에는 절대 집에 오지 말아라..엄포 놓으셨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글로 다 옮겨 놓으리..

 

하루에 한번 수영장에서 마주치는 내 어머니는 언제나 씩씩 하셨고

항상 바쁘셨다..

가까이 사는 나에게 이런저런 사소한 부탁들은 하셨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오로지 혼자서 아버지를 보살피셨다..

엄니 솜씨 아니면 콩나물 머리 하나도 안드시는 아부지 셨으니

 

끝없이 이어질듯 하던 엄마의 허둥대는 몸놀림은 5년이 지나면서 차츰 여유로움을 찾으셨고

그때가 되어서야 자유롭게 자식들의 왕래를 허락하셨다..

병원에서도 놀랐단다..

아버지 같은 경우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극히 가능성 희박한 일이라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왼쪽이 완전히 마비 되셨던 아부지가 왼쪽귀의 청력만 조금 안좋아 지셨고

어눌하던 말씨도 움직임이 둔하던 왼발도 왼쪽 손도 다 정상이 되셨다.

시력 까지도...

쩌렁쩌렁한 목소리 까지도 그대로셨다..

 

회복되신 후 제일 먼저 해외여행을 보내드릴려 했으나

병원에서 절대로 비행기 타지 말라고 했다며

아버진 극구 기차여행 만을 고집하셨다.

그후 사오년간은 우리나라 곳곳을 두분이 사이좋게 다니셨던것 같다.

봄엔 나물 캐러 나들이 하셨고

여름엔 시원한 계곡 찾아 아부지 고향을 찾으셨고

가을엔 단풍 구경에 겨울엔 온천여행..

 

그동안 엄마 혼자 미국사는 언니네도 한달을 보내 주셧고(같이 가시라 해도 머리 터지신다며 끝까지 거절 하셔서) 그 긴시간 동안 혼자생활도 하시고

물론 틈틈이 내가 들여다 보긴 했지만..

 

설 무렵이었다..

"아버지..엄마랑 일본에나 다녀오시지.."

"글쎄..생각해보자.."

헛..웬 훈풍이..

워낙에 온천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

귀가 솔깃 하셨나?

 

일본은 동생 공부 할때

몇번 가보시긴 하셨어도

그때야 동생 들여다 보느라 가셨으니

본격적인 관광은 별로 못하셨고

해서 항상 벼르고 계셨던 곳이라 마음이 동하신건가?

 

웬일로 순순히 뱅기를 타시마 하셨고

혹여 틀어질쎄라 서둘러 동생에게 일 맡긴건데..

에고...

꼭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요..참말로..

 

가는날 아침까지도 약속을 안지켜

아부지 뚜껑 열리게 만들었다니

것두 이번엔 내동생 마눌님이 그러셨다니

참 내..부창부수가 따로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