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아내가 딸과 같이 노래방에 갔다 왔다. 들어오는데
걸음걸이가 좀 이상하다. 다리가 풀린 것이다. 얼굴이 창백한 것이
술을 먹은 것을 알수 있다. 들어오더니 침대에 푹 쓰러진다.
나도 컴을 하다가 피곤해서 잠자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옆에서 신음을
하니 잠도 오지 않고 신경이 쓰인다. 왜 먹지도 못하는 술을 먹고 괴
로워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집은 남자가 술고래라서 부인이 괴롭다고
하는데 나는 무슨 팔자인지...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들 공부를 시킨다면서 TV를 싸서 두는 문제로
가벼운 언쟁이 있었는데 이에 화가 난 아내는 노래방엘 간다면서 나가
서 술을 마시고 왔다. 혈압이 높아서 술은 먹지말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술을 마신 것이다.
내가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지만 나는 술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술문화에 대해서 반드시 고쳐야 할 잘못된 문화라고 생각한다.
술이 어떤 모임에서 사람들의 긴장을 해소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점은 이해를 한다. 그러나 인사불성이 될정도로 마셔야 하고 먹지 못
하는 사람이 계속 받아 마셔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술잔은 왜 돌려야 하고, 왜 술잔을 받으면 반드시 되돌려 주어야 하는
가? 사람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양이 다 다르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적당히 먹고 즐겁게 대화를 하면 얼마나 좋은가? 왜 계속 술
잔이 돌아야 하는가? 왜 1차에서 끝내고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2차,
3차를 가서 필름이 끊기도록 퍼마셔야 직성이 풀리는가?
요즘에 술을 마셔서 정신을 잃은 사람들의 금품을 털고 생명까지 빼앗
는 '아리랑치기배'가 술꾼들을 노리고 있다. 술을 마시고 생명까지 하
루 저녁에 길에서 잃는다면 개죽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 나라의 음주문화가 바뀔려면 지도층 인사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치인, 판검사들이 모였다 하면 '폭탄주', '노틀카'를 외치면서 술을
마셔대니 자라는 청소년들이 술을 마셔야 출세를 하고, 술을 마셔야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생들의 신입생
환영식에서 술을 마시고 죽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술로 유
명한 모 대학교에서는 선배가 신발에다 술을 딸아주면 후배는 죽어도
그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젊음의 치기라고 해도 그런 불
합리한 일을 지성인이라고 하는 대학생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저지
르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성인 남자와 대학생들만이 술을 퍼마시는 것이 아니다. 미혼여성들과
주부들도 모임에서는 술을 마셔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술이 쎈
것을 자랑하고 다닌다. 그것 뿐인가. 청소년들도 술을 병으로 마셔댄
다.
술먹는 사람들은 술 먹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술
잔을 받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본다. 이 무슨 개같은 경우란
말인가? 자기들이 술을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까지 술을 마시고 좋아
해야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이것이 바로 왕따문화의 뿌리이다. 청소
년들의 세계에서 왕따가 생기는 것이 바로 성인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다. 자기들과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서 왕따는 생겨나는 것
이다.
우리 나라에 부끄러운 세게 1위가 몇 개 있는데 음주량에 있어서 세계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성인기준 연간 알콜 소비량이 58L(소주기준) 라
고 한다. 이로 인한 연간 손실만도 13조원이라고 하니 국가예산의 10%
이상이 술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술로 인한 비극은 얼마나 많은가.
가정파탄, 음주운전사고, 간암 등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오늘 '범국민 절주운동본부'가 결성되었다. 사회지도층 인사가 중심이
되어서 "음주의 폐해를 국민에게 알리고, 절주운동 강사를 양성하며,
고교생에게 제대로 된 음주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아빠의 술주정 무서워 울고 있는 어린이~
삐뚤어진 음주문화 나라를 흔들어요~
억지로 권하는 술잔, 남의 생명 뺏는 술잔~
절주합시다."
가수 설운도씨가 부른 '절주합시다'의 한 구절이다. 우리 모두 음주
문화를 바꿔서 건강찾고, 행복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