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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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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BY 오월 2005-02-21

누런 암소가 내가 지나야할길에 턱하니 버티고 서서 커다란눈을 껌뻑 거리며

"난 ,못비켜"

하면서 날 쳐다봅니다.

가끔무시무시한 큰 몸집을 휙 돌려서 덕지덕지 똥발린 엉덩이를 들이대고 긴 꼬리를

휙휙 쳐대며 날 위협합니다.

쪼그리고 앉아 소가 길을 내주기를 기다리다 살금살금 지나갈라치면 어찌 알았는지

뒷발질을해댑니다.

어린 송아지도 합세하여 머리를 들이밉니다.

 

겨우 암소를 따돌리고 오르는 산길은 꼬맹이에겐 언제나 힘겹습니다.

언덕하나를 오르면 오리나무 숲이 보입니다.

오리나무 숲은 꼬맹이에겐 공포의 대상입니다.

터널처럼 늘어선 숲속에선 가끔씩 두런두런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곤했지요.

사람도 없는 깊은 산골에 때로는 여자목소리가 때로는 남자 목소리가....

공포심에 머리끝이서고 몸은 굳어 겨우 발만 죽어라 종종걸음을 치곤했지요.

 

꼬맹이가 혼자 오를때 험한 산길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며 옷은 땀에 흠뻑

젖는 고된 일과였습니다.

군데 군데 있던 무덤들은 알수없는 구멍이 숭숭둟려 어린 가슴을 오그라들게 하곤했지요.

언젠가 아버지께서 살아서 뱀을 많이 먹으면 죽은무덤에 구멍이 둟린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나는 절대 뱀은 안먹을거라고 다짐도 해가며.....

들국화,엉겅퀴,철쭉,검은점이 꼭꼭 박힌 나리곷,피빛이 곱게물든 솜털달린 할미꽃,붉디 붉은

진달래,흐드러진 산벗꽃,도레미송이 토로롱 울려올듯한 정금꽃무덤가에 핀 꽃이 유난히

예뿐것은 슬프게 죽은사람을 위로하기 위함이라 생각도 해보며.....

 

왜 그럴때 어른들께 들었던 이야기는 또렷이 생각이 나는 걸까요.

태어나면서 한번도 산골을 뜨시지 않았든 아버지는 산길이 무섭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하셨답니다.

어느 비가 부슬부슬내리던밤 지게위에 쌀포대를 지고 산고개를 넘으실때 비바람도 불고

안개도 짙은밤에 갑자기 흰 물체가 앞에 나타나 휘적휘적 가더랍니다.

깊은산골 사람이 있을리 만무한데,아버지가 걸음을 빨리하면 흰 물체도 빨리걷고 걸음을

늦추면 흰 물체도 느리걷고 무거운짐을 한번 곳추지고 빠르게 달려 지게 작대기를 휘둘러

흰 물체를 잡고보니 쌀포대 젖지말라고 덮어씌운 비료푸대 였다네요.

그 이야기가 시작되는 큰바위 부근에 다다르면 온 몸은 땀에 흠뻑젖고 그 예쁜 산들을 돌아볼 용기마저 잃곤했죠.

 

그럴때 숲속에서 꿩이라도 한마리 소란스레 날아오르면 소나무위에 얹어진 눈들이후두득

푸짐하게 쏟아져내리면 콩알만한 가슴은 두방망이질에 훌쩍훌쩍 눈물 범벅이되어

집을향해 뛰었습니다.

저 날망만 올라서면 밥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집입니다.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너무나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이토록 그리운곳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힘든 오늘도 내일이 되면 그리운 어제가 되어지리라'

너무나 공감가는 글로 오늘글 가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