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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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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할머니 냄새를 아시나요?


BY 오색여우 2005-02-11

저의 시어머님이 돌아가신지도 벌써

오년이 넘었습니다.

남편을 일찌감치 여의시고 구남매를 힘들게

키우시느라 참 힘드셨던 분입니다

제 남편 네 살 때 아버님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늘그막에 본 제 남편은 아마도 우리 어머님의

설움덩이였을 겁니다.

힘 든 시집살이와 어린 시동생.시누들

그리고 내 새끼 조롱조롱  아홉명.....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저의 어머님은 처음 선 본 날 부터 절 무척 맘에

들어 하셨고 결혼 후에도 참 예뻐해 주셨습니다.

물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었어요.

당신 자식이 넘 귀해서 자식을 힘들게 하는 건 절대로

두 눈 뜨고 보고 계실 분이 아니셨어요.

 당신이 산 시집살이가 너무 힘드셔서 며늘들에게는

싫은 말씀 안하시려고 무척 애쓰셨지만 지금 살아계셨으면

구십이 훨씬 넘을 연세시니 그 남아 선호 사상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요?

굉장히 냉정하고 차가운 성품을 지니신 분이었고

합리적이셨지만 세월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은 아니셨으니까요.

저의 어머님은 제가 사는 곳에서 자동차로 거의 두시간 정도

되는 시골에서 혼자 살고 계셨는데,

결혼초에는 혼자 계신 분이 안쓰러워서

그리고 늘그막에  노총각 막내 아들 결혼시켜

그 막내 며느리 얼굴 얼마나 보고 싶어하실까 하는

제 착각에 거의 주말마다  여행하는 맘으로

그 분을 뵈러 갔어요.

조금 있다 임신하고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기 낳고 직장생활하고 힘들면 자주 못 가니

 애 낳기전에 자주 가야지.'

그런데 사람맘이 그렇더군요.

애 낳으니 '아유 늘그막에 본 막내 아들 자식이니

얼마나 보고 싶으실까나...'

그러다 저러다 거의 한 달이면 두세번 꼴로

저의 어머님 계신 시골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제 딸들은 주말이면 거의

산과 강에 둘러싸여  흙을 만지면서 놀았는데

제 딸이 여섯 살 되던해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저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근데 참 신기한 것은 제 딸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문득문득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눈물짓는 거였어요.

제 생각엔 어려서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됐는데 제 큰딸이 그러더군요.

"어머니, 전요 할머니들도 좋구요 할머니냄새도 참 좋은데

제 친구들은 싫다고 해요."

"넌 왜 할머니가 좋은데?"

"할머니들은요 저희들 엄청 예뻐하시구요,

착한 일 했을 땐 엉덩이도 툭툭 두드려 주시는데

그게 참 기분이 좋아요."

"그럼 할머니 냄새는 왜 좋아? 다들 퀴퀴하다고

싫어하잖아?  넌 안 그래?"

"어머니,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전 할머니 냄새가 흙냄새같아서

참 좋더라구요."

   .

   .

   .

그 대화가 끝난 뒤 전 참으로 간단한 진리를

그 어린 딸을 통해 발견한 느낌이었죠.

흔히들 그러죠.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그냥 늘 그렇게 상식처럼 뇌까리던 그 말이

그 날이후로 저에게 참 큰 감동으로 다가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