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시어머님이 돌아가신지도 벌써
오년이 넘었습니다.
남편을 일찌감치 여의시고 구남매를 힘들게
키우시느라 참 힘드셨던 분입니다
제 남편 네 살 때 아버님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늘그막에 본 제 남편은 아마도 우리 어머님의
설움덩이였을 겁니다.
힘 든 시집살이와 어린 시동생.시누들
그리고 내 새끼 조롱조롱 아홉명.....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저의 어머님은 처음 선 본 날 부터 절 무척 맘에
들어 하셨고 결혼 후에도 참 예뻐해 주셨습니다.
물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었어요.
당신 자식이 넘 귀해서 자식을 힘들게 하는 건 절대로
두 눈 뜨고 보고 계실 분이 아니셨어요.
당신이 산 시집살이가 너무 힘드셔서 며늘들에게는
싫은 말씀 안하시려고 무척 애쓰셨지만 지금 살아계셨으면
구십이 훨씬 넘을 연세시니 그 남아 선호 사상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요?
굉장히 냉정하고 차가운 성품을 지니신 분이었고
합리적이셨지만 세월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은 아니셨으니까요.
저의 어머님은 제가 사는 곳에서 자동차로 거의 두시간 정도
되는 시골에서 혼자 살고 계셨는데,
결혼초에는 혼자 계신 분이 안쓰러워서
그리고 늘그막에 노총각 막내 아들 결혼시켜
그 막내 며느리 얼굴 얼마나 보고 싶어하실까 하는
제 착각에 거의 주말마다 여행하는 맘으로
그 분을 뵈러 갔어요.
조금 있다 임신하고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기 낳고 직장생활하고 힘들면 자주 못 가니
애 낳기전에 자주 가야지.'
그런데 사람맘이 그렇더군요.
애 낳으니 '아유 늘그막에 본 막내 아들 자식이니
얼마나 보고 싶으실까나...'
그러다 저러다 거의 한 달이면 두세번 꼴로
저의 어머님 계신 시골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제 딸들은 주말이면 거의
산과 강에 둘러싸여 흙을 만지면서 놀았는데
제 딸이 여섯 살 되던해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저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근데 참 신기한 것은 제 딸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문득문득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눈물짓는 거였어요.
제 생각엔 어려서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됐는데 제 큰딸이 그러더군요.
"어머니, 전요 할머니들도 좋구요 할머니냄새도 참 좋은데
제 친구들은 싫다고 해요."
"넌 왜 할머니가 좋은데?"
"할머니들은요 저희들 엄청 예뻐하시구요,
착한 일 했을 땐 엉덩이도 툭툭 두드려 주시는데
그게 참 기분이 좋아요."
"그럼 할머니 냄새는 왜 좋아? 다들 퀴퀴하다고
싫어하잖아? 넌 안 그래?"
"어머니,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전 할머니 냄새가 흙냄새같아서
참 좋더라구요."
.
.
.
그 대화가 끝난 뒤 전 참으로 간단한 진리를
그 어린 딸을 통해 발견한 느낌이었죠.
흔히들 그러죠.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그냥 늘 그렇게 상식처럼 뇌까리던 그 말이
그 날이후로 저에게 참 큰 감동으로 다가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