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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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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이야기.


BY 도영 2005-02-10

설 전날 10시쯤에 십오분 거리 시댁 가는 길은
갈때마다..""야 세월 좋아 졌네 전날 아침에 시댁 가고..""
휘파람을 휘휘 분다
불과 오년전까지만 해도 명절이면 이틀전에 갔다가
이틀후에 오면서도 죄지은듯히 눈치보며 나왔다
그리고 또 오년전 그러니까 십년전에는 일주일을 채우고 집에 와야
시어른들이 반은 흡족해 하셨다.
그런 인고의 세월들을 다 보내고 나니
요즘 시댁에 명절 쇠러 가는 길은 소풍 가는길 같다.

내 아래로 동서들이 셋이다보니
오후 서너시 되면 명절 준비는 완료가 되고
서둘러 저녁을 지어 먹고
시 부모님과 시동생들과 동서들과 조카들이 거실에 모뎌서
티비 채널 싸움에 우스갯 소리를 하면서 시간을 지내다보면
인고의 세월을 보낸 이십대와 삼심대 시절이 억울 하지만은 않다.
남남 끼리 만나서
부모자식 사이가 되고 형수 시동생 관계가 되고
동서들과 조카들에게는 끈끈한 정들이 녹아들어.
오십과 사십 사이에 절반인 나이가 되고보니
진정으로 가족관계의 의미와 실체의 윤곽이 잡혀 간다.

내 밑으로 동서가 셋이 있다.
내가 맏 동서라도 큰시동생은 나보다 두살 더 많고
둘째는 내랑 동갑이고 막내 시동생은 세살 아래다 보니
동서들과도 나이차가 한두살 차이만 날 뿐이다.
그렇게 친구나 진배 없는 나이차들이 만나서
수십년 살다보니 우여곡절 또한 더러는 있었다.
나와 한살 아래인 아랫동서와의 2년여의 갈등도 있었고
둘째 동서와 막내 동서와의 부딪침도 있었다.
좌우지간 한번씩 터지는 작은 사건들을 겪고 나서인지
요즘 네 동서가 만나면 허물없는 말들이 오고간다.
요번 설은 진정코 명쾌한 설을 보내고 왔다.

설전날 다들 잠든 시간 며느리들 넷은 작은방에 이불을 폈다.
이불을 피고 불을 끄고 자려다 보니 서로가 허전 함에
음흉한 무언의 웃음이 스쳐 지나 갔다.
이럴때는 나의 오단성 있는 역활이 빛을 발할때라.
""아.아까 둘째 동서가 가져온 일본술 맛좀 보자.""한마디 실 던지고
주방으로 나와 정구지 부침과 고구마 튀김과 과일을 챙겨
일본술을 쟁반에 챙겨 들고 들어 오니
동서들이 어느새 이불을 둘둘 걷고 헤헤 거린다.

이렇게 네동서가 작은 쟁반에 둘러 앉아 이야기 하다보니
일본산 사과술이 동이나고
내지시로 막내동서는 어머니가 담가놓은 동동주를 뒤란에서 훔쳐 오느라
발소리를 죽이고 미닫이 문을 열고 나가서
물잔에 동동주를 나르기를 댓번..
막내동서는 윗 형님들의 술 퍼오라는 반복 되는 지시에
요구르트를 동동주인양 컵 에 따라 왔다.
한살 아래 동서가
"애고 퉤퉤..술이 와이리 다노...자네 이거 요구르트 아이가`~~~""
순진한 막내가 따라온 요구르트에 한바탕 넘어 가고
막내는 술이 줄면 내일 아침에 어머니 꾸중 듣는다고 해명을 하니
둘째 동서는 물 부어 놓으면 깜쪽 같다는 말에
동시에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기분 좋은 설 이브를 보내고 설날 아침이 되니
손발이 척척 맞아 오십명 어른들이 들이 닥쳤는데도.
일사천리로 주방일이 진행 된다.
한바탕 정신 없이 손님을 치루고 수십명의 어른들이
아재집으로 옮겨 가고 우리 동서 넷은
대소가 어른들께 세배 를 하러 다녔다.
알록달록 한복을 입고 한가한 도로를 달리다보니
대소가 시숙들 형님들 종 시동생들과 자동차들 끼리 만나서.
서로 창문을 열고 반가워 소리를 지른다.

""아고 형님들요`~~올만이시더~~어디 어디 세배 가셨는교??'"
'"아고 자네가~~우리는 사우댁 아재집 갔다가 동부댁 아재집 가는길이데이."
""그렇심니꺼.우린요 지금부터 도는 거라요~~행님 얼굴 좋아 졌네요`~""
""글나 이뻐졌나??자네들도 얼굴 좋테에`~~이따 보세이`~""
""예`~알았심더~~~아주버님들도 이따 저희집 오이소`~울 어머니 동동주 담근거 농 익었띠떠`~이따 맛보러 오세이`~~""
'"오야~오야~~이따가 갈꾸마~~어여 세배 가그레이`~""
신호가 바뀌고 서둘러 차들을 출발 시키고
어젯밤 이야기에 또 한번 까르르 넘어가다보니
저 앞에서 어제 안주감으로 씹은 사형제가 걸어서 세배를 다니고 있었다.
달리는 차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형제들한테
""아저씨들~~~~""
애교있는 막내동서가 소리를 치고
두동서는 와~~~소리를 치르고 나는 크락숀을 빵!빵거리며
라이트를 번쩍 거리며 휙..지나가니 네남자들 길거리에서 어..어...하다 반가워 날리 부르쑤다..ㅎ

이런 세월이 올줄 몰랐다.
밸나나고 소문 났던 시부모님은 세월 앞에 노곤노곤 해지시고.
우리 며느리 넷도 세월 앞에 축축해지다보니
시댁 가는 길이 소풍길 같이 즐겁다고 왜 말을 안하리.
반목의 세월도 있었기에.
타협의 세월도 있었고.
갈등의 세월이 있었기에.
화해의 세월도 있었다.
과정 없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세월의 때는 사람들을 넉넉하게 만드는 성분이 듬뿍 들어 있는것 같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