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 넘들은 유난히 육류를 좋아한다.
육고기 중에서도 닭고기를 특히나 좋아하는데
백숙보다는 튀김이나 볶음 요리를 더 잘 먹는다.
살만 즐겨 먹는 큰 아들녀석과는 달리 둘째녀석은 닭껍질을 잘 먹는다.
가끔 튀김닭을 주문하다 보면 아들넘들과 나 셋이서 먹기 마련인데
닭 다리는 두 개 뿐이라서 서로 눈치들을 살핀다.
일단 내가 먹고 싶은 날개와 다리를 치켜 들면서 무언의 압력을 표한다.
이건 엄마꺼야!!!
욕심 많은 둘째넘이 나머지 다리 하나를 들고 나면
순둥이 큰 녀석은 말없이 아무거나 집게 된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친정 엄마는 늘 그러셨다.
그래...
그렇게 살아야 하는거여...
여자라고, 에미라고 맨날 허드렛일만 하고 찌꺼기만 먹으면 못써.
애들이 당연히 그러는 줄로 알게 되니...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던 내 다짐은 일상 생활에서 하나씩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식생활에서도 일단은 내 의사를 먼저 표했고 입는 것도 마찬가지.
다행히 남자들 뿐이라서 그 부분은 아무런 무리가 없다.
닭다리가 좀 여러개였더라면
튀김닭 앞에서 잠시 망서려야할 필요도 없을 것이련만...
이십여 년 전, 시댁에서의 일이 생각 난다.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시아버님과 5남1녀의 밥상머리에
백숙 한 마리가 올라왔다.
한창 자랄 중고등학생의 시동생들의 먹성이야 그 누구도 따를 수가 없었지만
콩 한 쪽도 반드시 나눠 먹는다는 시아버님의 교육이셨는지
아무튼 늘 뭐든지 사이좋게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백숙 한 마리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순간적으로 좀 궁금했다.
그 때 밥상 앞에서 소매를 걷워부치신 시어머님께서 딱 잘라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날마다 출근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아버지와 너희 형수는 다리를 드려야 한다.'
난 깜짝 놀라 온 가족들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아야만 했다.
뒤이어 시어머님께서는 다리를 뚝 잘라
하나는 시아버님께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 그릇에 옮겨주셨다.
차마 민망하여 먹을 수가 없어 극구 사양하였지만 막무가내이신 시어머님.
제일 고생하는 사람이 꼭 먹어야 한다시며 끝까지 밀어 붙이셨다.
어머님의 결정에 반대하는 눈빛을 보인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한창 자랄 시기인 시동생들은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모두들 유난히 닭고기도 잘 먹던데...
가슴 뭉클함을 느껴야 했던 그 날 이후
닭고기를 먹을 때마다 그 때 그 기억이 되살아 난다.
하기야 당신 생신때 선물 받으신 꽃다발을,
'이건 큰 애 네게 가장 잘 어울릴 성 싶구나'하시며 덥썩 안겨 주신 분이시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아들과의 사이가 서먹하여 가슴 시린 큰 며느리 안쓰러워
꽃다발 안겨주시며 바라보시던 그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늘 딸처럼 챙기시는 시어머님께
여태까지 큰 효도 못해드림이 늘 마음에 걸린다.
아마 앞으로도 닭고기를 먹을 때마다
난 그때의 코 시큰거렸던 눈물겹던 그 기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시부모님 살아계시는 동안 정말 잘 해드려야할텐데...
늘 부족하기만한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오래오래 제 곁에 게셔주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리며...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