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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5

측은지심


BY 아리 2005-01-26

그냥 일삼아

입에 붙은 말이

"당신은 정말 마누라 잘 만났다 나를 만나는 그 순간 부터 태양을 만난거야 .."

제 맘대로 떠드는 내말에

그는 꼭 토를 단다

"사둔 남말 고만 하시고 ..그래 판잣집에 해 들었다 .."

이랬던 그가 요즘 슬슬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 그런지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바야 ..왜 아니겠어 "

 

결혼 전에 한 친구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멸치볶듯이 볶아야 한다

그래야 아내의 존재를 인정하고

절대 교주로서 아내의 존재가 쇠뇌된다"

한 술 더 떠서 우리 올케는 내가 남자친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

냉정하게 듣고 나서 ..그냥 그대로 아낌 없이 잘하는 사람으로 설정해놓지

박력이나 지도력  뭐 이런걸 칭찬해주어서는 안된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고삐를 늦추면 그때부터 고생길로 접어든다 는 설명까지 곁들이며

이 모든 것들은 정신적인 배려나 이해가 기본적인 틀로 갖추어져 있을때만

가능한 일이겠지만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다

남자를 하늘 처럼 떠받들고 사랑이란 이름하에 온갖 희생을 아끼지 않고

눈물을 감추면서 헌신하면 그걸 알아주기 보다는 땅바닥에 고개를 박으라고

새로운 요구가 용솟음 친다는 걸 체험에서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즘 신랑들은 수퍼맨 컴플렉스가 있다

휴일에는 가족들과 외식을 해야하고

드라이브를 하고

아울러 대청소를 돕고

아내와 밥상에서 생선가시도 발라주어야한다

옆집에 사는 아저씨가 폐품을 정리하면

나도 따라서 ..폐품을 정리하고

밖에서는 밖에서 대로 안에서 안에서 대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짤림의 위기를 맞이한다

아 불쌍한 남편들이여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를 간다고

남편 그늘만큼 좋은 것도 없을진대

남편을 가끔씩은 혹사 시킨다 ^^;;;

 

월급장이 남편들은 거의가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에

큰소리도 못치고 돈을 압수 차압 당한다

(그러나 사실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돈을 타는 사람보다 더욱 돈을 못쓰게 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것 저것 해야할 일을 명확히 알고 집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타는 사람은 그저 자기의 용도를 밝히고 액수를 청구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합당하던 아니던 지불 허락이 떨어지던 아니던 간에 ...아무리 내쪽에서 작금의 상황설명을 해도 부러그러는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내 알바 아니라는 태도다 ..)

 

그래서 언젠가 소득의 균형있는 분배에 대한 글도 올렸지만

누가 내 목을 조르지도 않았건만 나만 오그라들어 나 자신

자꾸만 궁상을 강요하며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그는 별 부담없이 나에게 돈을 타가고

나도 남편이 밖에 나가서 구두끈을 매면서 체면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길 희망한 적은

물론 없으니 ..

 

지난번 휴가가 끝나는 날

그와 남한강변을 돌고 와서

어느덧 저녁도 되고 찾아놓은 돈도 적은 듯하여

그에게

"내일 얼마나 가지고 갈거야?"(그에게는 월급으로 주지만 결국 일주일도 못되어 협상을 어기고 계속해서 돈을 타가므로 월급과 일급의 상관없이 요구에 따라 집행된다 )

하고 물었다

"@만원"

 

단지 은행에 가기 싫어서

자고 있는 큰아이의 지갑을 열며

여기 있는 돈을 가지고 가면 되겠다고 아무 뜻도 없이 이야길 했다

 

이 사람이 두어시간 부어서 말도 안하고

삐졌는데 ...도데체 왜 그랬는지 알수가 없다

 '속 시원히 말이나 해봐 '

세상에 아들 돈을 가지고 가라고 해서 자존심이 상했다는 거다

"내가 돈이 없어서인지 아들 지갑에서 돈을 가지고 가라니까 화가 나 ..<<"

"아니 그럼 객관적으로 우리가 돈이 없는 편이지 많은 편이야 ..아들이 벌어온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결국 아들 지갑에 있는 돈도 당신이 벌어온 돈인데 ..그게 뭐가 화가나 .."

 

ㅎㅎㅎ

 

본인은 자존심이 상했다고 삐진 막내아들의 표정을 짓는데

나는 왜 이리 웃기는지 (지금 생각해보아도 우습다 )

 

급기야 이불을 뒤집어 쓰고 화가 난 연출을 대단히 해보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녁을 차려놓고 먹으라고 하니

본인도 머슥하긴 한 모양이다

전 같으면 몇끼도 안먹는다고 버틸 사람이

말없이 와서 저녁을 같이 먹는다

 

같이 살면서 이해 안되는 일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세상에 늙을수록 어린 아이가 된다더니 ...아들 지갑에서 돈좀 잠깐 꾸어준다는게 무어 자존심이 상할까 ..법대에 갈 아들이 장학금에 팔려서 의대를 가서 그런가 ^^;;

나는 부러 더 큰소리로 아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그런다

"나는 이다음에 네가 번돈을 펑펑 쓸거니까 네 지갑을 엄마 지갑이려니 하고 있어 ..자식 두었다가 국 끓여먹어 .."

아들도 거침없이

"그러셔요" 

 

 

다음날

친구는 내게 그런다

"이제 남편들이 슬슬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올 때이니 네가 이해해라 .."

그래 그럼 나는 갱년기 장애 증상이 올라올때이니 그가 이해해야하는 건 아닌가

 

나이 들면 측은지심으로 산다는데

남성호르몬이 나와서 배짱이 두둑해지는 내가

여성호르몬이 나와서 자꾸만 꼬리가 내려가는 신랑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어야하나보다

 

역시 @@님 말대로 속넓은 사람은 여자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