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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화장실만 이용했다는 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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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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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꿈꾸는 작은 꿈, 희망 (꿈)*


BY 행복 2005-01-12

 

흰눈이 펑펑 내리던 날 아가를 얻은 기쁨으로 그간의 모든 아픔과 고통의 시간들이 녹아내렸다.

‘그래.. 내일은 달라질거야. 이제 새롭게 탄생된 아가의 축복속에 내 모든 슬픔의 덩어리들을 날려보내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 아일 받아들여야지..’ 하는 생각 바꾸기가 이루어지면서

온갖 무지개빛 행복이 내 마음안에 들어와 앉았다.

딸 바랬던 소망이 새해 첫날 이루어졌다는 생각과 함께 난 오랜 행복으로 앞으로의 날들을

모두 핑크빛으로 채울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산후 조리를 위해 시골에서 어머님이 해주신 호박과 보약을 세끼내내 챙겨 먹으며 건강에

온 심혈을 기울였다...

아이를 낳는 고통 이상 많이 먹고 건강해져야 겠다는 내 신념이 더욱더 많이 먹고 열심히

집안에서 체조도 하면서 움직여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쌀쌀한 날씨에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밖에 나갔다 왔는데 주위가 빙글빙글 돌면서 어지럼증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구토 증세에 심장이 아주 불규칙하게 뛰면서 이대로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한참을

헤메이다 정신이 들었고, 옆에 누워있는 이제 삼일된 아기를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내 몸이 왜 이러지..’

혹시 뇌졸중인지, 아님 돌연사로 이어지는 증세인지.. 별의별 생각들로 그날밤 내내 뒤척이고 또 뒤척이며 날을 새다시피 시간을 보냈다.

두 번다시 그런 증상들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에게 다가온 워낙 첫경험의 공포는

컸기 때문에 다시 올것에 대한 불안이 이어지고 있었고 산후 조리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오는 내내 차안에서 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불안과 허탈감에 젖어 한없이 슬퍼졌다.

아이에게 과연 어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의지도 약하고, 이제 건강이 흔들리기까지 하는 내 자신을 보며, 남편과 아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와 불안한 밤을 보내고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두 아이를 돌보아야 했다.

난 두 아이를 돌보다보면 내 식사와 음식을 챙길 시간도 없이 육아에 매달리게 되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점점 몸에 무리가 갔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를 돌보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지쳐 누워 있는데 다시한번 빙빙 도는 어지럼증과 함께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시야가 하얗게 흐려졌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몸을 서서이 일으켜 첫 아이를 꽈악 끌어앉았다.

이대로 정신을 잃어버리거나 미쳐 버릴 것 같은 공포감으로 내 주위는 이미 달라져있었고

나의 공포는 아이를 끌어안고 현실을 구분하기 위해 안간함을 썼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안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과연 내가 어떤 병에 걸린걸까.. 혹 불치병에 걸려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폐인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은 상상할수 없는 범위로 확대되어 내 모든 정신마저도 흔들어 버렸다.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뿌연 시야로 흔들리는 손가락으로 하나둘 자판을 두드렸다.

인터넷에서 내 증세를 검색해 보았다.

‘공황장애’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병명에 내 자신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다시 예전의 건강을 찾을수도 없고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수 없을 거라는 절망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병명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헤메임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수 있었다.

하루종일 ‘병이 무얼까..’하는 걱정에 빠져 그 생각만으로 하루를 버리며 아무일도 할수 없었다.

텔레비전 조차 볼수 없을만큼 집중력이 떨어졌고 귀가 멍해서 주위의 모든 소리가 멀게 다가왔다.

급기야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어서기도 힘들고 몸이 어지러워 잠깐 서있기도 불편했다.

머리는 쥐가 난것처럼 들먹거리고 흔들려서 온몸은 저리고 통증이 느껴져서 감각을 잃어버릴 정도의 아픔이었다.

꼭 이대로 눈을 감으면 죽을 것 같은 상상을 했다.

어린 아이둘을 남겨두고, 사랑하는 남편 모두를 떠나 보내야하는 죽음의 문턱을 헤메이고 있었다.

얼마후 심한 불안감과 우울감에 갓 태어난 신생아를 목욕조차 시키지 않고 내버려 두었고

어린 아이를 혼자 놀게 방치해 둘 수밖에 없을 만큼 공황은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정신마저도 황폐해져서 다시는 현실의 세계로 돌아올수 없는 강을 점점 건너고 있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대로 무너지면 단되는데.. 난 아이둘의 엄마이고 또 한 남편의 아내이고, 또 한집안의 며느리인데..‘

매일 매일을 눈물로 지새왔다.

어떤날은 눈이 너무 부어 뜰수 없을만큼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얼마간의 방황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희망으로 나를 손짓했다.

방황의 긴 터널을 지나고 드디어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정신을 들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이 친정 엄마와 동생의 손으로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방긋 웃고 심하게 옹아리도 하며 한껏 재롱을 떨었다.

어떻게든 입맛을 찾아야겠기에 인터넷을 뒤졌다.

요리법에 대한 다양한 안내를 가지고 공부를 하며 입맛 길들이기를 시작했다.

모래알을 씹는듯해서 먹지를 못했는데 인터넷을 통해 음식의 정보와 맛을 이용해서 조금씩

입맛을 붙인후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러 가지 잡곡이 들어간 쌀을 구매하여 3개월간 먹었다.

밥이 봉약인지 조금씩 얼굴에 살이 오르면서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다.

드디어 내 병의 치료를 드러내놓고 고치기로 마음먹고 정신과를 방문했다.

정신과라는 곳은 왠지 가기 꺼려졌지만 그래도 나와 내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주 드나 들어야 하는 곳이 되었다.

사회의 편견에 맞서 정신과를 어린 아이를 들쳐 업고 방문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와 같은 병명을 가진 동호회를 만나서 위로받고 희망을 가지는 계기도 되었다.

미소회를 방문하여 매일 병을 체크하고, 인터넷으로 공황장애에 관한 서적을 구매하여 읽었다.

매일 운동하면서 온라인 상으로 의사분과 상의하고 매일 병원을 거르지 않고 다니면서

약을 먹으면서 내마음의 불안도 없어졌고, 조금씩 건강도 호전 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온라인을 통해 직접 정신과 의사들과 상담을 나누며 나와같은 병을 지닌 환우들과의 대화도

나누며 혼자만의 길고긴 외로움이 아닌, 나의 병을 좀더 자세히 알수있고, 또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길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나와같은 고생을 하고 있는 환우들도 만났고, 또 완치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또 그런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난 그동안 놓고 있었던 희망이란 두글자를 가슴에 새길수 있었다.

비로소 아름다운 자연이 눈에 들어왔고 바람 한줄에 흔들리는 개나리꽃의 아름다움과 아가의 보석같은 웃음이 진정 내마음속에 들어왔다.

그동안에 몰랐던 삶의 방법과 자세를 새로 새기는 계기도 되엇다.

예전 행복은 나에게 멀리있는 구름처럼 한없이 노력해야 얻어지는 귀한것인줄 알았지만 지금 얻은 내 마음의 보석은 바로 행복을 가까이에서 얻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게 해준 인터넷..

바로 내 친구이자 내 꿈을 키워준 유일한 동반자라고 말할수 있을만큼 인터넷은 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었고, 또 외로운 나에게 의지와 힘을 실어주었고 자신감도 심어주었다.

한없이 힘들어 주저앉고 싶고, 깊은 수렁속을 헤메일때 인터넷은 나의 손쉬운 길잡이와 삶의 지표를 다시 설정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행복의 의미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그동안 난 아이가 주는 행복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도, 인터넷이 주는 무한한 정보의 의미도 망각한채 그저 행복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행복은 내안에 있었다.

내가 찾지 않은 것이고 내가 밀어내고 있었고 내가 행복해지기를 거부하고 있었던 거였다.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아직 난 이렇게 고통스런 병이 어떤 병인지도 모른채 이곳저곳 병원을 전전하다 시간과 힘을 낭비하며 점점더 큰 나락속으로 떨어져 내 자신을 추스릴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그런 방황을 잡아준 인터넷..

내병을 바로 잡아주고 희망을 주고 내 병을 똑같이 앓고 있는 환우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내 생각을 좀더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수 있는 힘을 준 인터넷..

그동안 내 생각이 얼마나 욕심과 허영에 젖어 큰 것을 바라보고 그것을 이루기위해 내 자신을 혹사시키며 병을 마음안에서 키우고 있었는지 그것을 깨닫게 하여준 인터넷..

인터넷에서 만난 환우들과 봄 소풍을 다녀왔다.

병을 완치하는 방법과 좋은 의사분을 만나 병에대해 알게 되면서 새 희망의 싹을 틔우게 되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산정상까지 오를수 있는 힘을 준 길잡이 역할을 한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난 아직도 아름다운 봄이 주는 이유와 생명, 그리고 아가가 주는 행복과 작은 일들이 만들어주는 참행복을 알지 못한채 좀더 많은 것들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마음의 위안을

찾지 못하고, 점점더 행복을 잃어버린 존재가 되었을지 모른다.

지금 나의 몸은 완치된 상태도 아니고, 또 가끔 어지러움과 비현실감으로 흔들리지만 공황 이전의 삶보다 더 행복하고 여유롭다.

그것은 삶이 바뀐 것이 아니고 내 마음과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의 현실을 바꾸어 주지 못한다.

내 생각과 내 안의 마음이 나를 바꾸어줄수 있다는 것으로 난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희망과 행복이란 두글자.

그리고 나와함께 걸어가야 할 가족의 소중함과 귀염둥이 두 보석같은 아이들이 주는 책임감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되었다.

봄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가볍게 흘러 들어오는 햇살과 그안의 따사로운 눈짓, 그리고 생명력을 키우는 작은 난초의 움직임에 눈물이 날만큼 행복하다.

아프지만 예전보다 더 큰키의 행복을 느낀다.

공황이란 친구가 준 선물.. 인터넷이 나에게 준 의미...

몸은 아프고 어지럽고 흔들리지만 마음만은 아름답고 또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언젠가 여유를 가지고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면 내 병의 완치는 시간 문제일것이다.

오늘은 병원을 가는 날이다.

더 밝은 미소로 병원을 방문할수 있을 것 같다.

완치의 그날까지 인터넷과 함께 할것이다.

인터넷은 내 생명과 희망을 구해준 내인생의 스승이었다.

난 작은 미래를 꿈꾼다.

건강하기 전엔 꿈이 너무 커서 우울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건강을 잃게 되면서 난 아주 작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게되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내 꿈은 멀리 있는것도 많은 물질도 아니었고 내 소박하고 알뜰한 일상을 가꾸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것을 깨닫기 까지 왜 이리 긴 시간이 필요했는지..

아팠던 시간만큼 잃어버린 내 일상을 조각들.

잃어버린 소중한 시간들이 얼마나 큰 꿈인지 알게 되었고 난 일상속에 내가 꿈꾸어 볼수있는 미래를 희망한다.

난 이제 작가가 되었다.

지금은 병아리 작가,어설프고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였지만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소중한 일상을 담아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난 큰 꿈 보다 내 소중한 일상을 꿈꾼다.

얼마나 큰 행복인지..이제 알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