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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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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급 장애인


BY 플라타너스 2005-01-09

 육급 장애인이 뭔지 넌 아니?

글쎄 그건 요즘 아줌마 중에서 애인 없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는 거야.

그럼 난 장애인이게.

그랬더니, 고모는 아들이 애인이잖아 한다,  스물이 훨씬 넘은 조카가.

유난히 아이들에게 집착해 있는 고모를 꼬집어 하는 말이다.

조카는 덧붙인다. 요즘 부부들 좋아서 사는 사람 별로 없다, 싫어도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니까 서로의 생활에 간섭 안하면서 즐긴다는 거다. 그래서 다 있는 애인 없는 아줌마는 육급 장애인이란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해당되는 말은 아닐테지.

하지만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우리 부부도 어쩔 수 없이 사는 부부에 해당된다.

자식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나이에 자식 눈에 눈물내고 나 하나 편하자고 

고집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세상 남자 다 거기서 거기 같아 그냥 사는데 까지 살아 볼 작정이다. 이쯤되면 포기다. 

그렇다고 내 삶을 포기한다는 거 아니다. 단지 오랜 시간 공들여 봤지만 별 뾰족한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거다. 더 이상 불가능한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는 거 우리 둘다에게 손해일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안 거다.

그래서 부부라는 말에서 비켜나 함께 공동생활하는 사람정도로 생각하고 살자고 한다.

후후, 웃기는 말이다.  그러나 그나마도 별무리없이 살아진다면 다행이다.  

어쨌든 아직까지 우린 서로의 간섭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전쟁을 치른다.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거다. 이 시대의 부부의 한 얼굴이다.

 장애인, 조카의 입에서 장애인이라는 말을 듣고 한참 어이없어 했다. 난 확실한 장애인이니말이다.

 결혼 생활 십오 년. 그 파란만장한 시간이 내게 남긴 건 생에 대한 긍정이 아니라 부정이었다. 나의 선택에 대한 지독한 회의였다.

모든 부부가 다 우리처럼 살지는 않으리라는 걸 안다. 서로를 위해 헌신하면서 아낌없이 내어주고 또 내어주는  아름다운 부부가 왜 없겠는가.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부부보다는 서로를  마지못해 견디며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즐거움보다 생을 거부할 수 없는 운명때문에 더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나는 보았다.

유독 내 눈에 더 많이 그런 사람들만 보였을까.

 육급 장애인이라는 말을 단순히 웃어 넘기지 못한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부부라는 관계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말일테니 .

그렇다면 이건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회문제가 되어 버린 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한 번쯤 해결책을 궁리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린 ?I찮아,가 아니라 너무 많은 육급 장애인을 잉태시킨 이 시대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해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