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야, 엄마 흰머리 좀 뽑아 줄래?
"네"
나의 충실한 흰머리 뽑기 담당은 우리 딸이다.
내 나이 이제 44.
언제 부턴가, 거울에 비춰진 머리 정수리쪽에
하얀실을 얹어다 놓은 것 처럼 흰머리가 하나씩 눈에 띄더니
지금은 머리를 들추면 구지 애써 찾지 않아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아~ 서글프다. 내 머리에도 이렇게 하얀 서리가 내리다니...
내 머리는 영원히 검을 줄로만 알았는데...
나도 이제 이렇게 늙어 가나부다.
나는 쪽집게를 쥐고서 거울속에 비친 흰머리를 겨냥~ 쪽집게를 들이댔다.
"요기다~" "에구~에구~"
그 흰머리는 잡히지 않고 부근의 검은 머리 몇가닥이 또 희생된다.
눈을 치켜뜨고 애써노라니 그 놈의 흰머리는 잡히지 않고
이마에 주름만 잔뜩 잡힌다.
"이궁~ 이러다 이마 주름만 늘겠네'
때마침, 학교 마치고 온 딸아이를 반갑게 맞이하곤 내 머리를 맡겼다.
그래도 내 머리를 맡길때 마다 마다하지 않고 그 앙징맞은 손으로 머리를
이리 들추고 저리 들추어가며 흰머리를 뽑아주는 딸이 무척이나 고맙다.
딸아이 이제 10살이다. 늦동이다.
'음~ 역시 낳기를 잘했군' 동시에 나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큰아이 낳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른다고 까불랑거리다가
아무래도 하나는 섭섭해서 둘째를 결심했다.
언젠가, 큰 놈에게 흰머리 뽑아달라고 했더니 이 놈은 남자애라서 그런지
영~ 손놀림이 둔하고 시원찮더니만 못하겠다며 내머리를 슬그머니 밀어냈는데
딸아인 그 작은 손에 쪽집게를 쥐고선 쏙~쏙~ 잘도 뽑아냈다.
이리하여 내 흰머리 뽑기 담당은 딸아이로 낙찰되었고
지금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중이다.
머리를 이리 들추고 저리 들추며 쏙~쏙~ 뽑아내고 있다.
머리를 맡기고 있노라니 딸아이 낳을 때가 아스라히 떠오른다.
그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나부다.
바로 이 집 이 침대에서 강보에 쌓여 "으앙~ 으앙~" 울어대던 모습이 아른 거린다.
참~ 세월이 유수같다. 어느새 이 만큼 자라 이렇게 흰머리를 뽑고 있다니~
이제 나는 늙어가고~ 딸아인 성장해가고~ 이렇게 세월은 흘러가나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