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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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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집게...


BY 그러게... 2004-12-17

"민주야, 엄마 흰머리 좀 뽑아 줄래?

"네"

나의 충실한 흰머리 뽑기 담당은 우리 딸이다.

내 나이 이제 44.

언제 부턴가, 거울에 비춰진 머리 정수리쪽에

하얀실을  얹어다 놓은 것 처럼  흰머리가 하나씩 눈에 띄더니

지금은 머리를 들추면 구지 애써 찾지 않아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아~ 서글프다. 내 머리에도 이렇게 하얀 서리가 내리다니...

내 머리는 영원히 검을 줄로만 알았는데...

나도 이제 이렇게 늙어 가나부다.

나는 쪽집게를 쥐고서 거울속에 비친 흰머리를 겨냥~ 쪽집게를 들이댔다.

"요기다~"  "에구~에구~"

그 흰머리는 잡히지 않고 부근의 검은 머리 몇가닥이 또 희생된다.

눈을 치켜뜨고 애써노라니 그 놈의 흰머리는 잡히지 않고

이마에 주름만 잔뜩 잡힌다.

"이궁~ 이러다 이마 주름만 늘겠네'

때마침, 학교 마치고 온 딸아이를 반갑게 맞이하곤 내 머리를 맡겼다.

그래도 내 머리를 맡길때 마다 마다하지 않고 그 앙징맞은 손으로 머리를

이리 들추고 저리 들추어가며 흰머리를 뽑아주는 딸이 무척이나 고맙다.

딸아이 이제 10살이다. 늦동이다.

'음~ 역시 낳기를 잘했군' 동시에 나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큰아이 낳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른다고 까불랑거리다가

아무래도 하나는 섭섭해서 둘째를 결심했다.

언젠가, 큰 놈에게 흰머리 뽑아달라고 했더니 이 놈은 남자애라서 그런지

영~ 손놀림이 둔하고 시원찮더니만 못하겠다며 내머리를 슬그머니 밀어냈는데

딸아인 그 작은 손에 쪽집게를 쥐고선 쏙~쏙~ 잘도 뽑아냈다.

이리하여 내 흰머리 뽑기 담당은 딸아이로 낙찰되었고

지금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중이다.

머리를 이리 들추고 저리 들추며 쏙~쏙~ 뽑아내고 있다.

머리를 맡기고 있노라니 딸아이 낳을 때가 아스라히 떠오른다.

그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나부다.

바로 이 집 이 침대에서 강보에 쌓여 "으앙~ 으앙~" 울어대던 모습이 아른 거린다.

참~ 세월이 유수같다. 어느새 이 만큼 자라 이렇게 흰머리를 뽑고 있다니~

이제 나는 늙어가고~ 딸아인 성장해가고~ 이렇게 세월은 흘러가나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