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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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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중개사


BY 올리비아 2004-11-19

모처럼 편안히 쉬고 있던 올 춘삼월 어느 날 
동생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언니도 이젠 이사도 했고 애들도 컸으니 공부좀 해봐~"
"무..슨.. 공..부?"
"공인중개사 시험 "

얼렁뚱땅 6년째 공부 중인 동생.
"누가 널 보고 대학때 장학금 받고 공부했다고 하겠니..가문의 망신이여~큿"

식구들의 반놀림에도 굳세어라 내 동생은
시험 떨어질때마다 다시는 안본다면서 

올해도 아니나 다를까 미련을 못버리고 다시 도전한다는
악발이 동생의 전화 한통이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래 한번 해 볼까..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큰 도로변에 있는 고시학원 간판이 눈에 확 띈다.

"자기 잠깐 차좀 세워봐"
"왜?"
"글쎄.."

그리곤  건물빌딩으로 들어간 나..
잠시 후 내손엔 두꺼운 책 6권이 묵직하게 들려 있었다.

학개론.민법.공법.세법.공시법.중개업법령...

낑낑데고 그 무거운 책을 들고 차안으로 들어온 나를 본 
남편은 두 눈 똥그랗게 뜨고는 깜짝 놀라 묻는다..

"너! ..공.부.하.게?"
"음...시작이 반이라고 했잖아 ..아쟈아쟈!! 한번 해보는 거야..^^;;"

어울리지 않은 나의 기세등등에 
남편은 할말을 잃은 듯 기가 막힌 웃음을 짓는다.

그리곤 식구들과 동생에게  선포했다.

올 한해 시험 떨어지면 절대 재수 삼수 없다.
잘보곤 못보곤 떨어지면 올 한해의 시험으로 미련 끝이라고!

칠전팔전? 동생이 나의 선포를 듣고 하는 말

그런 언니가 차라리 부럽다..
자긴 이미 포기하고 되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왔다나.. 
(혼자  전투영화 찍고 있다~ㅋㅋ)

그리곤 다음 날 고시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늘 나홀로 공간에서 지내던 내가 
이렇게 대변신을 할줄은 남편도 아이들도 동생도..
그리고 내 자신마저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막상 내가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자
막가파 동생이 은근히 긴장하는 듯 하였다.

"너 .떨.고 .있.니?"

그려  넌 나로 말미암아 올 한해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초년에 공부한 사람 붙으면 너 체면이 말이 아니지..

그러니 너 합격하면 다 내덕이고 
결론은 난 떨어져도 별로 손해볼게  없다는 뜻!..하하

그렇게 석달동안 학원을 열심히 다니면서 
낮설은 법률 용어들을 하나하나 익히고 외우면서

기본서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루 이틀...한달..두달... 

공부를 하면서 나의 오만들은 하나둘 깨지기 시작했다.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무슨 공인중개사가 별거라고..
이...랬..었..다..ㅡㅡ;

왕년에 공부라면 한공부했다는  짝꿍 엄마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더니 결국 중도포기를 하였고 주변엔
그렇게 하나 둘 자리가 비기 시작하였다.

남편은 마치 간주곡처럼 
"그만 해라..." 를 조피디 랩퍼처럼 반복했다..--;

할수 있다는 일념 아니 고집으로  
그날 배운건 그날 꼭 복습에 충실히 하려 애썼고
수시로 인터넷 방송을 들으며  나름대로 노렸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건강진단 결과
남편의 건강이 안좋아 병원을 다니느라 

한달 넘짓 마음 고생하고 
동해안으로 여름휴가 며칠 다녀오니
벌써 시험이 두어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작전을 달리 세워야 될 것 같았다.
1,2차 시험은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부족할것 같아 
1차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로 하였다.

집에서 인터넷 방송과 몇권의 문제지로 
시험 대비를 나름데로 열심히 해왔다.

1차 시험 모의고사가 제법 점수가 나와 
약간의 자신감으로 내년 그 어려운 2차 과목 공부를 

또 해야 한다는 불길?한 생각까지 했다면 .....
나만의 행복한 착각이었을까...훗~

드디어 시험일 날..
심호흡을 깊이 내 쉬고는 시험지를 받아 본 순간..

마치 낮술 먹은 사람처럼 얼굴이 후끈 달아 올랐다.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전문 서적에서나 볼법한  
난이도 높은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시간상 1분에 한문제를 풀어야 되는 데
지문이 시험지 한 페이지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너무 길어서 

도저히  도저히 시간 내에 문제를 풀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초와 초를 다투는 시험..
문제를 읽고 생각할 수도 
한번 읽은 문제를 두번 읽을 수 없었다..

이미 이시험은 모든게 불가능해 보였다.

..끝났다....라는 생각으로 체념 어린 마음으로
그나마 눈에 익힌 답들을 본능적으로 간택해야만 했다.

눈에 익숙한 문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내 실력이 고작 이거였던가...

내가 공부한 이론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 
시험 자체가 너무나 무모하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시험이었고  기준 비교할 점이 없는지라
난 원래 이렇게 시험문제가 황당하게 나오는건지 알았다..

이런 시험은 몇년을 공부한다고 해도 
합격하기 힘든 시험이라는 판단에

차라리 쉽게 미련을 버릴수 있을 것만 같아 다행스러웠다.

시험이라는게 말이지
공부한 곳에서 나와도 합격할까  말까인데

아무래도 공인중개사시험이 아니라 
특수요원 뽑는 시험같았다..ㅎㅎ

그렇게 잠시 흔들리는 마음 진정시키고
1차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오니

바닥에 나뒹구는 은행 나뭇 잎이 눈부시고..
파란하늘 배경으로 매달려 있는 은행 나뭇잎이
너무나 눈부셔서 차마 눈을 뜰수 없는 늦가을 오후..

따뜻한 오후 햇살이 간지러운 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웃음이 실실 나온다.

오히려 이렇게 시험이 어려우니 
아쉬움도 없고 마음이 더 편했다.

그래 좋은 경험했다. 
남편말대로 살아가면서 유익한 경제 공부한셈 치자..

다행이야 그 어려운 2차 공부 안해서....헤~^^*

생업,가정 모든걸 포기하고 밤12시까지 
독서실 다니면서 공부해야만 합격할 수 있다는 이  시험을

나처럼 집에서 내 할일 다하면서 공부하는 나에게
식구들은 처음부터 합격은 생각지도  않았다고 하니...

위로야 ~비꼬는고야~씽 ㅡ,-;;

'사실 말은 안했지만 1차시험 조금은 자신 했었는데...'

결론은 과락 면할 정도의 점수로 
반타작의 점수로 시험에 떨어졌다.

물론... 동생도 떨어졌다.
시험 일이 그렇게 하루 지나자

매스컴이고 인터넷이고 난리가 났다.
뉴스에선 전국 모의고사 수석했던 사람도 떨어졌고

학원 강사들마저도 시간내에 풀수 없는 벅찬 시험이었다고 한다.

도저히 풀수 없는 애초부터 이 시험은 
불가능한 시험이라며 합격률을 1%를 점치고 있었다.

이런.....
나만 그런줄 알았더니 원래 이시험이 좀 문제가 있었구나..

연일되는 매스컴의 소식을 접하면서 
혼자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

"요번 시험이 그렇게 어려웠다며?"
어느 날 남편이 묻는다.

떨어진 자에겐 모든 문제가 어렵다고 하듯 
내가 어려웠다고 말할 때는 변명으로 들었나보다..-_-;;

하필이면 내가 처음 시험보는 해에 이런 이변이 일어나다니원...

이런걸 보고 재수가 없다고 하는거구나.....

"언니 뭐그러냐? 6년공부한 나하고 6개월 공부한 언니하고 
두세개 차이라니..참내..어이없네.."

"그려..내가 널 위해서 떨어줘 준거야 너 이 깊은 큰언니의 마음 알기나 한겨?ㅋㅋ"
"어머머...참내...하하.."
ㅎㅎㅎ

그렇게 올 한해는 정말 
지겹게 지겹게 공부 했다.

비록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그 무언가에 집중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식구들에게 보여준거 하나만으로..
내 자신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2004년은 그렇게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휴~~

정말....정말... 

욕봤다..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