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8일(월) 북한산 원효봉
효자리-덕암사-암릉-원효암-원효봉-묵문-효자비
앗! 화음아~ 왜그래~
그냥..그대로 있어...조심~조심~
아니~ 천하의 화음이가~~
막내가 오늘 몬일 있나부네~~
정말...
순간적인 아찔함..
알수없는 공포가 몰려오면서...
다리를 움직일수 없었습니다.
두발이 바위에 딱 붙어서는 떨어지질 않는겁니다.
매번 오르는 익숙한 바위길인데..
갑자기... 낯설고...무섭고... 공포의 바위가 눈앞에 버티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도 나질않고
온몸이 굳어버린것 같고
그냥 무섭기만 하고... 온몸이 떨리면서...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 짧았던 5분여...
그러나 5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던 공포의 5분..
아래를 내려다 보니...천길 낭떠러지...
정말...멋진 바위들이 그처럼 원망스러울수가...
아~
이렇게 세상과 이별 하는거구나..
별의 별 흉칙한 생각들이 다 떠올랐습니다..
남편.. 아들들..부모님..친구들...
그 와중에 주머니속 전화벨은 울려대고...
릿지 하는 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 짧은 바위를 오를수 있었네요.
화음이 47년 자존심.... 완죠니 구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처녀때...산구신이 되구 싶을 정도로 산을 즐겨했었고
아줌마가 되어서도..그냥 산에가면 편하고..
늘 내 안방처럼 올라다녔는데...
어제는 정말 알수없는 미스테리한 사건이었습니다.
47년 영양견 화음이
졸지에...개털 되는줄 알았습니다..
아~
이제는...
산아~ 너마저 나를 거부하는구나~~
슬펐습니다.
바위에서 잠시 정신을 놓쳐버린 화음이..
요즘 어수선한 일들로 마음이 허공에 떠있었을까..
왜 그랬는지...알수 없음에...
여러사람 놀라게 한 산행이엇습니다.
아직도 떨리는 가슴 콩닥콩닥~
가만히 생각해보니...
세월이 흐르면서...나이만 먹는게 아니구
맘속에 배짱도 세월을 먹는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놀라운 정신력..
그 무서운 떵배짱...
젊음과 패기로 얼룩진 청춘이
세월과 더불어 조금씩 퇴색해가는건 아닌지...우울해집니다.
아직은...
무슨일이든 저지를수있는 용기와 패기가 남았는데.
가슴속..저 밑바탕에는
중년이라는 현실이 젊음을 저울질 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아~ 아닌데..
아직은... 아닌데..
멀어지는 가을은
이렇게 내 마음에 작은 추억 하나를 얹어놓았고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다시 반추해보는 일상...
쓸쓸한 미소가 그려지는 그런 가을날의 하루였습니다.
포근한 남편의 품속처럼...
언제나...외로운 마음 따뜻하게 품어주는 산...
화음이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
-딸림화음(안단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