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결혼초 신랑과 크게 싸우고난후 썼던 글이예요.
이번 주제가 신혼,,,이라는걸 보고 문득 그때 일이 떠올라 찿아보니 있더라구요.
조금 수정해서 올립니다.
이 글 읽으면서 그때 생각해 보니 우습기도 하고 그러네요.
지금 신혼이신 분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살다보면 정말 별거 아닌걸로 티격태격 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거든요.
내가 별게 아닌것으로 생각하는것이 배우자는 크게 싫어하는 일일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 결혼 7년을 넘기고 보니,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이라면 그냥 지는척,,,하고 안하는거, 그게 현명한 밥법인것 같네요.
대한민국 모든 부부가 행복해지길 바라며....
일요일 아침...
11시가 넘어도 실랑이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요즘 내가 신경이 날카로워 평소에 있는 별일 아닌것에도 짜증이난다.
몇번을 깨워도 꿈지럭데며 안일어나는 실랑이 오늘따라 참을수 없을만큼 짜증이 났다.
결국 억지로 깨워 거실로 끌고 나오니 실랑도 투덜투덜 짜증을 부린다.
"그럴꺼면 도루 들어가 자!"
냅다 소리를 지르고 궁시렁 궁시렁댔다.
일요일인데 어떠냐, 어제 늦게 잤지않냐 등등 뭐라한다.
한마디도 지지않고 꼬박꼬박 말대꾸를했다.
실랑이 젤~젤~~~~~~~싫어하는거, 꼬박꼬박 말데꾸 하는거!
그런 성격 알기에 왠만하면 내가 그 순간만 참고 넘겼다가 실랑 기분좋을때 몰아서 따져데는데 오늘은 "꼬박꼬박 말데꾸", 그 엄청난걸 했다.
자는거 깨워 짜증이 난데다 꼬박꼬박 말데꾸까지!
화가 머리 끝까지난 실랑은 거실 한켠에 있는 아들 킥보드를 방바닥에 내동뎅이치고 방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 킥보드로 말할거 같으면 얼마전 사촌집에서 얻어온 것으로 철로된 요즘 신형 킥보드가 아니라 프라스틱이랑 알루미늄인가...뭐 그러 제질로된 구형, 유아용 킥보드다.
일명 "씽씽이"라고 써있다.
살~짝 곁눈질로 보니 뒷바퀴 한쪽이 약간 휘여져 있었다.
이때다 싶어 나도 그걸들고 거실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쳤다.
근데 어찌나 힘껏 던졌는지 앞바퀴가 부러졌다.
던지고나서 나의 파워에 나도 놀랬다.
그리곤 문닫힌 방을 향하여 소리질렀다
사주지도 못하면서 어딜 얻어온걸 던져 망가뜨리냐고....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실랑이 뛰쳐나오더니 장난감 박스에 들어있는 50여개의 미니카를 벽을향해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난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빤~히 쳐다보고 서 있었다.
다 던지고 나더니 방으로 들어가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나갈 모양이다.
이데로 그냥 내보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물건을 집어던져.....
재빨리 결혼 앨범을 꺼내와 실랑 앞에서 결혼사진들을 마구 찢기 시작했다.
실랑, 기가막힌지 빤히 쳐다본다.
대충 다 찢고 앨범채 쓰레기통에 내동뎅이 쳤다.
그리고 나역시 주섬주섬 옷을입고 옷가지 몇개랑 화장품, 핸드폰을 가방에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곤 뒤도 안돌아보고 집을 나왔다.
아파트 현관을 빠져나와 차타는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분명이 실랑이 따라나와 볼테구, 왠지 이장면에선 뛰여줘야 실랑도 더 애타고 걱정되고 그럴거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 등뒤로 이층 창문에 서서 "OO야~"하고 부르는 실랑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계속 뛰었다....
버스승차장에 도착했다.
한 이삼일 혼자 어디 여행이라도 갔다 올라고 했다.
연락도 없이 2,3일 없어져서 혼자 애타고, 애 둘 데리고 고생좀하고 걱정해서 이기회에 나의 소중함도 절실히 느끼고 다시는 이런일 없도록 만들 요량으로 여행을 생각한 것이다.
여긴 시골이라 버스도 자주 없고 택시 역시 어쩌다 한번씩 들어온다.
할수 없이 큰길까지나가 차를 탈려고 가는데, 생각해보니 만원짜리뿐이 없다.
버스가 먼저오면 버스를 타야하는데 만원짜리 내기엔 좀 그래서 할 수 없이 슈퍼에서 잔돈을 바꿀려고 뒤돌아오는데 마침 택시가 왔다.
얼릉 집어탔다.
시내로 나가달라고 말하고 20미터쯤 갔는데 뒤에서 빵빵~ 경적이 울린다.
신랑 차였다.
계속되는 빵빵 소리에 백미러로 뒤를본 기사아저씨,
"뒷차 아가씨 부르는거 아니예요?"한다.
그와중에도 "아가씨"소리가 듣기 좋다.
상관하시지말고 그냥 가자고 하고 가는데 계속 경적은 울려대고 신호대기에서 걸렸다.
실랑이 차에서 내려 택시창문을 두드린다.
아저씨가 창문을 내리자 나를 쳐다보며 "애들 놔두고 어딜가는거야?"한다.
운전기사 아저씨 날 이상한 눈으로 본다.
나한테 아가씨라구 했는데 "애들 놔두고...."라니, 아줌만거 금방 들통났다.
할 수 없이 내렸다.
갈땐 가더라두 일단 차에 타란다.
도로중간에서 어쩔수없어 차를 탔다.
큰애의 신발은 거꾸로 대충 신겨져있고, 작은앤 미처 신기지도 못하고 양손에 하나씩 샌들을 들리고 서 있다......
도데체 어딜 가는 거냔다.
나 안산다고 했다.
기가막혀서 말도 안나온다고, 어딜 물건을 집어던져.....
누군 던질줄 몰라서 안던지나....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단다.
나 다필요 없다고 했다.
집에가서 얘기 하잔다.
그래, 가자! 어짜피 헤어질꺼 가서 깨끗이 끝내자고....
집으로 들어왔다.
신랑은 자기가 집어던졌던 미니카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다시 담을걸 왜 던져, 자기만 고생이지......
난 세상 모든걸 포기한 사람마냥, 세상에서 젤~ 불행한 사람마냥, 울실랑이 세상에서 젤~ 무식하고 야만인인양 최대한 처절하고 안쓰럽게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일이 나에게 있을수 있냐고....
거실을 대충 정리하더니 밖으로 나간다.
두시간쯤 흘렀을까....
근데 이 와중에 배가 고프다.
하루종일 쫄쫄 굶어서 내가 얼마나 놀랬고 기막혀하고 상심했고, 자기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알게해줘야 하는데 도저히 못 굶겠다.
얼릉 라면에 계란까지넣어 끓여서 밥까지 말아먹고 아무것도 안먹은척 설거지를 해놓고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 라면 냄새를 빼 내었다..
그리고 목욕을했다.
목욕을 마치고나니 실랑이 들어왔다.
그때가 저녁 8시 쯤이었다.
언제무슨일이 있었냐는듯 자기도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었다며 나가서 밥먹잖다.
"내가 돼진줄 알어? 이와중에 같이가서 밥먹게? 한마디 쏘아붙였다.
앞으로 밥이고 뭐고 손하나 까딱 안할테니 이제부턴 먹든말든 알아서 하라고 했다.
실랑이 할 줄 아는거라곤 라면 끓이는것 밖에 없다.
'나 화나게 해봐야 자기 손해지,,,,'
그러지 말고 나가잔다.
"싫타니까!"
애들을 데리고 나간다.
난 또 얼릉 옷을 입기 시작했다.
실랑 나간사이 시내나가서 혼자 시내 구경도하고 노래방도 갔다가 늦게 새벽에 들어올 생각에서다.
내가 없어진동안 실랑 애타게하고 걱정시키는게 내 목표다.
참고로 난 어디든 혼자 나가는법이 없다.
지리상 시골이기도 하지만 연연생을 키우다보니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갈 엄두조차 못내 어딜 나가든 꼭 실랑과 같이 나간다.
간단한장보기, 목욕탕, 예방접종까지도...
그래서 내가 1시간이상만 혼자 없어져도 무슨일 있는거 아닌가 걱정하고 찿고 난리난다.
그런데 이 야밤에 혼자 없어진다면....
실랑이 빨리 돌아올까봐 서둘러 집을 나왔다.
그때가 밤 9시였다.
큰길로 나와 걸어가는데 뒤에서 또 차가 빵빵댄다.
에구구~~~~~~~~돌아보니 또 실랑차다.
밥먹으러 나왔다가 혼자먹기 걸려서 삼겹살사서 집에와 구워먹으려고 삼겹살을 사고 있는데, 잠깐 눈돌려 밖을내다보니 이 밤중에 여자가 혼자 큰길로 나가기에 가만히 바라보니 나인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혹시몰라 곧바로 차타고 쫓아왔단다.
또 잡혀서 차에탔다.
이 밤중에 어딜가냔다.
상관하지 말라고했다.
이제부터 내멋데로 살꺼라고.
붙잡혀 집에 들어왔다.
밥 한톨두 없는데 삼겹살을 사와서 어쩌자는건지.
실랑 혼자라면 절대 밥 안할라구 했는데 애들땜에 할수없이 쌀을 씻을려고 하는데 자기가 알아서할테니 가만히 앉아있다 먹기만 하란다.
우리실랑 결혼하고 지금껏, 아니 평생 밥 한번두 안해봤다.
그래! 알아서해라~
하고 핸드폰을 들구 나왔다.
놀이터에나와 친구와 한시간쯤 통화하고 들어가니 땀 뻘뻘 흘리며 베란다에다 신문깔고 밥해서 퍼놓고 반찬담아 상차리고 고기구워먹도록 다~ 차려놨다.
정말 결혼하고 처음이다.
실랑한테 이런 손수지은밥에, 밥상 받아보는거....
이 시점에서 웃으면 안되는데 그걸보니까 자꾸 웃음이 나왔다.
원래는 난 안먹을라고, 끝까지 버틸 생각이었는데 삼겹살을 보니 차마 끝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다.
못이기는척 아무말도 없이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밥먹는데 자꾸 웃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해서 서서히 풀리는척 하기 시작했다.
하루동안의 전쟁은 그렇게 끝났다.
신랑은 그래도 그렇치 어떻게 결혼사진을 찢냔다.
그래서 말했다.
난 결혼사진을 찢은게 아니라고, 그걸 찢는 그순간 우리 결혼생활을 끝낼 생각이었다고, 그리고 다시한번 이런일이 있을시에는 진짜 뒤도 안돌아보고 끝이라고....
오늘 자기의 잘못으로 소중한 결혼사진을 잃은것인줄만 알라고.
죽을때까지 다시는 이런일은 없을꺼라니 믿는수밖에.
근데 그 결혼사진.
우린 야외촬영도 안했고 예식장도 후져서 졸업사진 크기의 8장이 전부다.
그 사진들이 사실은 모두다 한장씩 또 있다.
시댁에 드릴거 한장씩 빼둔게 따로 있었는데 시댁은 그런 세세한거 별로 신경을 안쓰는 집이라 그냥 안드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을꺼였다.
그러니까 그렇케 박박 찢어버렸지, 어떻게 한번뿐인 결혼사진을 다 찢어버릴까....
실랑은 이제 우리집엔 결혼사진이 없는줄 안다.
이건 나만 알고 있다가 이담~에 이담에 몇십년 흐른뒤에 보여줄꺼다.
그렇게해서 하루만의 대전쟁은 끝이났다.
물건을 집어던진 신랑도 잘못 했지만, 실랑이 그렇게 싫어하는 "꼬박꼬박 말데꾸"를 내가 먼저 했으니 나도 잘한건 없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도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