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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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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우리보고 신혼부부라지만...


BY 낸시 2004-09-11

겉보기에 우리 부부는 참으로 다정하다.

아마도 우릴 보면 닭살이 돋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우릴 찰떡궁합이니, 신혼부부니 하고 놀리기도 한다.

남편과 결혼하면 행복은 보증수표인 줄 알고 결혼했다.

잘 난 사람이어서가 아니고 그렇게 많이 많이 서로 사랑한다고 믿었기에...

처녀시절 누가 왜 결혼이 필요한가하고 물으면 당연히 이렇게 대답했다.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라고....

그렇게 결혼했다.

나이에 밀려서도 아니고, 조건을 따져서도 아니고, 정말 같이 있는 것이 너무 좋은 사람이 같이 살자고 하기에...

결혼 초 누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강선생, 남편 잘 생겼어요?"

"그것을 말이라고 물으세요? 내 눈에야 이 세상에서 제일 잘 나 보이니까 결혼했지요."

묻는 사람이 머쓱해질 만큼 그런 종류의 질문은 내게 너무도 대답이 뻔한 질문이었다.

그렇게 확고한 확신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서 이십여년을 살고나서 스스로 과연 행복한 결혼이었나하고 물어보면 쉽게 답을 하기가 어렵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나?

아니다.

남편이 주색잡기에 골몰했나?

아니다.

남편은 내가 열 살 때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모범생이다.

그럼 내게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생겼나?

물론 아니다.

지금도 난 남편외의 사람에게 눈 돌릴 줄 모른다.

아무리 잘 생긴 영화 배우를 보아도 잘 난 줄도 모른다.

세기의 미남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남자 배우들의 얼굴을 구분도 못하는 것을 보면 그것은 분명하다.

시댁과 갈등이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이십여년을 살았지만  시댁하고는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사이가 좋다.

그럼 속궁합이 안 맞는가?

난 모르겠지만 남편의 말로는 우린 그것도 참 잘 맞는다고 한다.

많은 아내의 불평처럼 남편이 집에서 손끝 하나 까딱 않는가?

그것도 아니다.

우리집 청소, 빨래는 남편 차지다.

가끔은 설겆이를 해 주기도 한다. 

그럼 성격차이인가?

글쎄,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그게 그리 큰 문제인것 같지는 않다.

그럼 취미가 달라서인가?

남편은 골프를 좋아하고 나는 정원가꾸기를 좋아하지만 그것도 그리 큰 문제는 분명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어느 글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부부는 성격이 달라도 사이좋게 살 수 있지만 가치가 서로 다르면 사이좋게 살기가 어렵다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아, 바로 그거야.

우린 무엇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기준마저 때론 다르다.

살면서 무엇이 필요한가도 서로 다르다.

집을 구할 때도, 가구를 구할 때도, 살고 싶은 나라나 도시를 정할 때도 정말 다르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생각도 서로 다르다.

무엇이 성공한 인생인가 하는 것에 대한 생각에 이르면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남편은 내 생각에 동조할 수가 없다.

오히려 화가 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생각이 꼭 바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싸운다.

사흘이 멀다하고 싸운다.

이 미련한 남자가 내 인생에서 사라지면 훨 나은 인생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때론 보따리를 싸기도 하고, 변호사에게 이혼하겠다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죽네 사네 하기도 한다.

그리곤 서로 불쌍해 한다.

 열 살 때부터 서로의 마음 속에 품었던 애틋한 마음을 떠올리며  미안해 하기도 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싸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금방 걱정되고 보고 싶기도 한데...

부부로 산다는게 도대체 뭘까?

남들의 결혼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모두들 행복한 부부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

나만 유별나게 내 가치를 주장하면서 남편을 힘들게 하는 여잔가?

어느면으로 보나 난 씩씩하고 용감한 사람 중에 끼는 것 같은데 남편과의 결혼 이야기 만은 기가 죽는다.

부부는 사랑으로, 소위 말하는 필이 꼿히는 그런 눈 먼 사랑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에 나는 결코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서로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말에도 '글쎄요'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한 부부란 모름지기 서로 생각이, 가치가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