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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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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가득한 하늘빛처럼


BY 초록빛 2004-08-28

 

 무얼했는지 더듬어보면서 훌쩍 넘어버린 일년을 생각해봤다.

처음엔 어디 탈출구가 없을까 고민고민하다가 한 달만에 살

집을 알아보고 계약서를 쓰고 이사를 해야했었다.

 

 넓은 마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뚫리는 듯했다. 새로 바뀐  진한 자주빛의 현관문, 첨엔

너무 짙은 것이 영 맘에 들지 않았지만 선택에 있어서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땐 남편과 나 서로의 마음에

위로를 해도 모자란 부분이 너무 많았었다. 서로의 마음에

더 이상 어두운 그늘을 만들면 안된다는 것을 우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내의 건강에 적신호가 왔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강한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의 눈에 고여있는 눈물을 볼 수

밖에 없었던....  몇 개월동안의 숨막히는 모습을 봐야하는

것이 내겐 육신의 아픔보다 마음의 지침으로 더 힘들게 찾아왔다. 아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머물렀던 지방에서의 삶이

아픈 아내를 바라보는 것보다도 더 힘겨웠던 남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곳에 새로운 '삶'가운데 숨막힘의 막은 내린듯하다.

너무 미안했다. 아프지 말것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

인지 돌아보았다. 의사의 오진 때문에...... 그것부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가장 가까운이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아야했던 것까지... 그 일들을 잊기 위해 차에 오르면서

울었던 눈물은 한참동안이나 마르지 못했었다.

 

 그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내 건강만을 염려하는 남편

에 대한 미안함이 한참동안이나 떠날 줄 몰랐었다.

이젠 적신호였던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 가끔 민감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다.

 

 항상 밝은 남편의 모습이 너무 좋다.

"다녀올께. 점심 잘 챙겨먹고..아들들아

 학교 잘 다녀와라...."

 출근하는 남편이 하는 말이다.

 정오가 지나면 어김없이 폰이 울린다.

"나야, 뭐해? 밥 꼭 챙겨 먹어 밖에 나와서

 바람좀 쏘이고..."

건강에 적신호가 왔었던 때부터 남편은 이런 염려증이

있다.

 

 가을문턱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따가운 햇살이 아니라

푸른빛이 가득한 하늘빛은 티 하나 없는 깨끗함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 주었다. 창밖으로 보여지는 저 하늘빛은

오늘 지나면 또 어떤 빛으로 마음에 수를 놓아 가고 있을까!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