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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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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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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눈엔 내가 사람으로 보이니?


BY Dream 2004-08-23

집을 쬐금 줄여 이사를 했습니다.
게다가 2층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삿짐보다 먼저 도착해보니
날은 덥지
집은 좁지
천정은 낮지
앞뒤 창으로 나무는 막혀있지
다른사람이 살고 나간 살림때에
매미는 왜 또 그리 빼엑 빼엑 악을 쓰고 울어대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심란스럽더니만

 

이제
집안이 아늑하게 느껴지려합니다.
앞베란다 밖에 서있는 매화나무,
매화나무뒷배경으로 젊잖게 서있는 잘생긴 노송 세그루
소나무아래 무궁화
그옆으로 은행나무 대추나무,목련.

아이들방에서 유럽식 여닫이 창문을 열면
밑둥 굵은 나무아래 벤취두개가  나란히 앉아 있는
공원이 낭만적으루다가 보이는데.

이따금 새소리까지 들려오니
아파트지만 주택에 사는 느낌도 오고
넓고 휑한것보다
좁고 오밀조밀한것이
집안에 따뜻한 사람의 기운이 가득차는것이
집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적응이 되는거지요.

 

제가 원래 폭신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서
적응, 그거하나는 잘합니다.

환경을 바꿀 힘과 능력이 없다면
내가 그환경에 맞출 도리밖에.

 

이제 유럽여행 후반.
그즈음에 저희가족은 먹는것에 완전적응이 되었답니다.
처음엔 끼니때라고 빵을 먹어봐야 꼭 간식 주섬거리다 만듯 허전해서
바람불면 날아갈듯 푸수수한 밥이라도 그걸 찾아내서
고추장에 비벼먹고나야 비로소  오늘은 뭘좀 먹었구나 싶더니만
몇주 지나고 나니
빵이며 햄과 우유를 마시고도
아침먹었다, 점심먹었다 이런 느낌이 올뿐더러
나중엔 배가 고프면 맛있는 빵이 떠 올랐습니다.

적응 빠르지요?

 

 빠게트빵을 생선배가르듯 쩍 벌려서
거기 도마토소스며 양겨자소스에
양파 햄 피망, 모짜렐라치즈를 얹어 오븐에
바삭하게 구워 파는걸
길거리에 앉아 콜라를 마시가며 뜯어 먹으면

아, 구수한것이... 정말 맛있더군요.

 

먹는것과 걷는것에 적응이 된 저희가족은
니스에서 스페인의 바로셀로나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서울의 여행사에서 예약을 해준구간으로
한국사람들만 탄 기차의 제일 끝 차량이었는데

기차를 타고보니 불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하고
물도 나오지 않아 씻을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역사에서 들어오는 불빛으로 겨우겨우 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저희 다섯식구도 자리를 찾았는데
기차가 출발을 해서 달리기 시작해도 여전히 불은 들어오지 않고
승무원도 볼 수가 없고
앞차량엔 불빛이 환한데
우리가 무슨 짐짝도 아니고...

 

한 30여분쯤 지나
승무원이 와서 불을 켜주고는 검표를 했습니다.
저희가족에게도 차표를 보자고 했습니다.

슬그머니 화가 났습니다. 가방속에 차표는 꺼내지도 않고

'승객을 태우기전에 차량점검하는게 당신들이
할일 아닌가,
우리 30여분 동안 너무 불편했고
아이들이 무서워했다.
검표하기전에 사과하라'고 말했지요.


키크고 마음좋게 생긴 승무원은
머쓱한 표정으로 제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더니
자기는 영어를 못하니 영어하는 사람을 데려오겠다며
가버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
우리는 양치하고 씻고 잘 준비를 하는데
또 전기가 나가고 깜깜해졌습니다.

십여분이 지나 덩치가 큰 다른 승무원이 와서
다시 불을 켜주며
아예 불이 나갔을때 불켜는 방법을 알려주고는
 차표 검사를 시작하려하자
이제 사람들이 마구 항의를 했습니다.
배상을 해야 된다. 불편하다.
이런 &%#$@, 저런%$#~%  욕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 승무원은
'어차피 잠잘건데 불안들어오는게 어떠냐.
여기는 호텔이 아니니
조용히 하고 잠자라.  잠자라. 잠자라'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이젠 사람들이 모두 복도로 나와서
승무원에게 웅성웅성
너 말구 높은사람 오라고 항의를 해댔습니다.

데모에 익숙한 우리나라사람들..^*^

당황한 그 승무원은 알았다며
돌아가더니 소식이 감감이었습니다.


"너는 내가 사람으로 보이니? 킬킬킬"

 

"쿡쿡쿡 내 팔 내놔라. 내 팔  내놔라..
킬킬킬"

 

"내 머리내놔 내머리가 없어졌어어...캭캭캭"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킬킬거리며
불나간틈을 타 귀신놀이를 하던 애들은
온종일 물놀이에 피곤했는지 금새 잠이 들고
불은 또 껌뻑하고 나가버렸습니다.
교사라고 하는 옆방 청년들이 남편에게 승무원을
데리러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냥 자자고 했습니다.

컴플레인 시작은 내가 했지만
이제 다 씻고 잘준비가 됐으니 그냥 자면 될것같아서였습니다.

잠시후 남자들은 승무원을 앞세우고 걸어오며

"야, 이인간들 자구 있더라.
서로 안올라구 미루더라."

 

그중 얼굴이 동그랗고 야무지게 생긴 아가씨 선생님이 나섰습니다.

 

"우리가 동물이냐?
깜깜한 기차에 태우게
컴플레인 노트 줘라.
정식으로 컴플레인 하겠다."

큰소리가 오갔습니다.

"뭐가 문제냐.
지금 불 들어오는데.

다음역에서 니네들 다 내려라.
경찰을 부르겠다."

"경찰? 불러라.
그전에 컴플레인 노트 내놔라"

"폴리스"

"컬플레인 노트"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이 비겁한 아줌마는
침대에서 웅크리고 누워

'뭐라구? 다음역에서 경찰을 부른다구?
에구.무서라..
이제 그냥 자지.
다음 역에서 내리라고 그러면
지친 애들은 어떡하구 여행 일정은 다 찌그러질텐데...
난 그냥 미안하다는 소리만 듣구 싶었던건데...

그 승무원은 경찰을 부르겠다며 가버리고
한참 어린 그 젊은이들에게 저는
체면도 생각지 않고
"이제 그만 자요. 할말은 다 했잖아.
진짜 다음역에서 내리라고 하면 어떡해요?"
라고 말했습니다.

 

똑똑한 젊은이들은
"아줌마,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어요?
지네가 잘못이지."

 

비굴한 아줌마가
"아니, 잘못은 안했지만
저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사람들이 기차에서 난동을 부린다고 볼수도 있잖아요."

 

"경찰 불러보라구 해요. 대사관에 연락하면 되요."

 

"전에 호주 브리즈벤에서 서울로 오던 비행기가
승객중에 한사람이 승무원의 제지에도 말 안듣고
계속 담배를 피운다고
두시간이나 날라온 길을 되돌아가더니
경찰 두사람이 올라와서 그 승객을 잡아가더라니까요.

그러더니 뉴스에서는 승무원 말 안듣고 난동부렸다고 나오던데요."

 

"아줌마, 그건 비행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