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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를 다녀와서


BY 사랑하는 이 2004-08-11

 

남편과 아이와 함께 파타야에 다녀왔다.

 

마음먹기에 따라선 달나라도 다녀올 수있는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마음먹기가 꼬박 십년 걸렸다.

 

남편내조하고 아이 뒷바라지하고 곳곳에 널부러진 생활의 군더더기들을 뒤치닥거리

 

하다보면 주부에게 해외여행이란 어디 가당찮은 일이던가 말이다.

 

그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주부들의 현실인것을...

 

아뭏튼 나는 결심을 했더랬다.

 

이번에는 누가 뭐래도 해외어딘가를 꼭 다녀오고야 말겠다고...

 

사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에 연이어져 벌어지는 생활의 크고작은

 

분쟁들때문이었다.

 

결혼하고 승승장구하던 남편의 성공이 최근 불거진 불미스런 일들로 심적인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람사는 세상이치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호사다마라고 좋은일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일도

 

일을 수 있는일이라 생각은 하지만...최근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남편과 나를 힘들게 했다.

 

탈출구...정말 탈출구만 있다면 어디론가 잠씨 떠나 근심을 덜어내고 싶었다.

 

사람들은 이런 순간에 여행이란걸 생각하게 되나보다.

 

처음 밟아본 태국이란 나라는 정말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회색빛 고층 건물로 즐비한 거리의 풍경은 우리의 그것과 다를바가 없으나

 

뭐라할까...거리곳곳에 묻어있는 종교적 색채들이 불교국가로서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튿날 찾은 파타야는 솔직히 좀 실망했다.

 

평소 내가 그리던 파타야의 모습은 야자수나무가 휘청거리고 산호들이 물밑에서

 

훤히 드러나 보이고 인적도 드문 ...그림같은 무인도섬을 연상했었다.

 

그런데 정작 가보니 우리의 해운대 바닷가랑 별반 다름이 없었다.

 

빼곡히 늘어 서있는 야자수나무가 이국적인 정취를 더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나는 그곳에서 보내는 삼박사일이 그렇게 흥분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국적인 은둔, 익숙한 모든것에서의 분리감, 노동의 부담이 완벽히 배제된...그래서 오로지

 

보고 먹고 즐기는데에만 충실하면 되는 ,탐닉하면 되는 그 일차원적인 일탈의 기쁨이

 

정말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황홀감을 갖게했다.

 

그곳에서 보내는 삼일내내 나는 무한히 행복했고 즐거웠고 쾌락적이었다.

 

돌아오는 날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이곳에서 우리가족 영원히 은둔한 채 살아갈까...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 마음은 남편과 아이도 마찬가진 모양이다.

 

여덟살난 우리 딸아이는 도착당일 내내 ' 엄마! 나 파타야 다시가고 싶어'  투정아닌 투정을

 

부린다.

 

딸아이의 눈에도 생전처음 밞아본 또 다른 세계로의 체험이 무척 재미로왔나보다...

 

이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 온 지금...

 

우리가족은 방향감각을 잃은 철새처럼, 현실감각에 적응못하고 마냥 파탸야에서의

 

황홀감에 사로잡혀 헤매고 있다.

 

이 후유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건...

 

앞으로 생활하면서 또다시 크고작은 일상의 분쟁으로 당연히 곤혹스럽고 고통스런

 

순간도 있을테지만...파타야에서 보낸 그 그윽했던 삼일간의 기억은 우리가족에게

 

더 열심히 살아야하는 존재이유를 늘 각인시켜 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

 

매일 전력을 다해 매달릴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것...

 

지구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하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삶의 존재이유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파타야 여행은 깨우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