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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마을의 문학캠프


BY 믈옥 2004-08-08


김유정 문학캠프.....
인생을 즐기며 멋지게 살아야 한 다는 나를 자극시키기에는 이 얼마나 멋있는 아이템인가?
또한 홈페이지와 디 카로 찾는 소재로서도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선듯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설레 마을로 가는 차속에서 "지금 서울지방의 온도가 32도" 라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들린다.
 헉 !  그래도 경춘가도를 달리며 시원스레 탁 트인 북한강의 푸른 물, 청평댐에서 쏟아내는  힘찬 물줄기,
푸르른 산에 걸쳐진 하얀 뭉게구름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분명 김 유정 문학 촌이란 이정표를 보고 차를 돌렸는데 잘못 올라가 되돌아오니 설래 마을이란 간판이 보인다.

아! 설래가 아닌데...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
그안에 50여 호의 마을이 있는 아담한 곳
떡시루 같다하여 설레 마을이라 한다고.....


드디어 문학 촌에 도착,
커다란 대문과 쌓아올린 담장...
아니 흔히들 볼 수 있는
유적지의 시뻘건 대문과 담장,
똑같은 모양의 설명서라 해야 하나...

머리 속에 그린
예쁜 마을과
우리의 옛 멋을 살린 담장,
대문은 오간데 없었다.

작가의 혼과 정신이 담긴
그런 곳이 아니었다.

아스팔트에선 열기를 뿜어내고,
태양은 마치 자신을 뽑내 듯
뜨겁게 내려 쪼이고 있다.

아! 32도랬지,

늦어서 허겁지겁 등록을 하고 시보다는 산문이 쉬울 것 같아 산문 반에 들어갔다.
헌데 산문이 소설을 쓰는 거라나,시 반으로 갈 껄 후회를 하며 생가의 대청을 올랐다.
김 유정의 생가, 한옥은 잘 복원해서 문창살,용마루,처마,뒷 뜰 너무도 잘 복원 하였다.

<img src=http://mihuh.netian.com/dscn4687a%2Ejpg align=left width=350 height=230>

대문과 담장과 기념관은
왜 어울리지 않게
저렇게 지었을까?

나는 그것이 더 안타까웠다.

담임선생님의 말씀과
한 사람 한 사람
자기소개가 시작되면서

진지한 목표를 가진
글쓰는 사람들의 캠프라는 것을 느끼고,
과연 내가 여기서 적응 할 수 있을까?

숙소인  금병 초등학교로 향했다.

등에선 땀이 흘러 내 리고, 물을 마셔도 갈증만 더하고,
수도 가에서 손을 씻으며 내일은 되돌아가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강의실을 들어갔다. 몇 대의 선풍기가 돌고 있지만 있으나 마나 아닌가!


윤 후명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고,
점점  나는 그분의 강의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마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으면서도
덥다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

얼마 만에 듣는 강의인가!

"소설은 동서고금의 모든 소설을 다 읽고 그와 달리 쓰면 된 다"

소설의 소재는 "등잔 밑이 어둡다" "행복은 처마 밑에 있다."

주제는 미뤄둬라.

"구성은 공부하라."는 말씀과

현대인들은 생각이 허상으로 가고 있으며
생각이 허상으로 가면 경제가 무너지고
어른들이 없어지며
아이들은 불행해 진다고 하셨다.

이런 상황을 어른들은 외면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사회도 무너진다고....
하여 문화가 산업보다 앞서야 한다고....

시간은 삽시간에 흘러가고, 아쉬움만 남는다.

 저녁 식사 후 유 진규의 마임시간,

마임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던 나로서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있다.
마임은 시이며 마임은 정확하게 전달 할 수 있는 것만 표현하며
몸의 움직임으로 내 생각을 전달하고 함축된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마임과 문학은 같은 맥락에 서 있다고 하였다

그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무엇을 표현하는지를 알아 맞추고 그뜻을 헤아릴 수가 있었다.

"벽(자유)"라는 작품과 "나비"라는 작품을 감상했다.


숙소는 학교교실, 침구는 군용 매트와 담요.
침구를 정리하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어두움을 가르고 비치는 달빛은 희다 못해 창백하고, 우리는 화단가 돌 머리에 앉아 노래로 옛이야기를 풀고 있다.

슈벨트의 세레나데, 달밤을 부르며 여고시절을 떠올리고 어릴 적 살던 고향 상주의 교정을 더듬어 본다.

달그림자를 등지고 숙소로 들어갔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는 뻐꾸기 소리도 잠재우고,
잠시 후 어디선가 조용한 기타소리와 뜸북새 노래가 들려온다.
나는 일어나 창가로 갔다.

달밤에 둘러앉아 오손 도손 이야기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낭만...

울 엄마가 좋아하신 동요인데
이북이 고향인 울 엄마 고향생각이 나시면 늘 부르시던 노래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하얗게 비치는 달빛 속에 울 엄마가 그립고
지금도 차가운 빌딩 속에서 컴퓨터과 씨름할 우리의 아이들이 안스럽다.
꼴딱꼴딱 밤을새다가 스트레스는 술로 풀고,
그들에게 낭만은 영화관에 가는 것....

퇴직후 못다한 공부를 하겠다고,
한문을 한자 한자 입력하고 있을 울 영감.....
.....

저들의 낭만을 보고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느껴진다.
그들의 얼굴에서 인생의 고뇌를 찾은 것이 아니라
나는 평안하고 행복한 그림자를 보았다.

나는 다시 잠을 청해본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 속에 간간히 들리는 뻐꾸기 소리를 열심이 찾으며.....
마음을 비워야겠다.

묵언을 해야만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는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이튼날

밤새 잠을 설치고 아침 공기를 마시러 창가로 갔다.

아!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자락에 사뿐히 내려앉은 안개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설레 마을의 새벽은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웠다.

사진기를 들고 샷타를 누른다.
알록달록한 천막이 자꾸 내 시야를 가린다.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천막....

새벽길을 따라 우리는 김유정 작품의 배경인 설레 마을의 들길을 걷고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막이며,
외가 집을 가기위해 넘었다는 금병 산,
금병 산의 정기가 하얗게 안개 되어 내려앉은 듯......

봄봄,산골나그네, 소낙비 등등 그의 작품세계의 뒷받침이 되었던 들녘,

봉필, 점순이와 머슴,돌쇠네, 도망친 들병이 여자등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떠 올려본다.

열심히 작품설명을 해주시는 사무장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나는 열심히 사진기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어떻게 찍어야 이 마을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담을 수 있을까....

벼 이삭엔 이슬이 말갛게 구슬처럼 달려 있고,
논두렁엔 파란 이끼가 둥둥 떠 있다.
밭엔 나즈막히 부추꽃이 널렸으며,
빨간 파란고추가 주렁주렁,
담장마다 호박꽃이 허드러지게 피었다.
어느 집 대문 앞에 핀 붓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얼마 만에 보는 꽃인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오전엔 문학 촌 대청에서 하 창수 소설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나는 내가 쓴 메모 장을 다시 들 쳐 본다. 열변하던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고
"삶을 어떻게 새롭게 살아왔느냐"
"늘 사물을 새롭게 볼 줄 알아야 한 다"
"새로움을 추구하라"
"새로운 것은 없고 있는 것을 새롭게 발견해야한다"
"형광등을 매일 새롭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실이다."
그의 모든 이야기가 나에게는 새로움으로 닥아 왔다.

김 도연 작가
농부의 아들로서 글을 쓰는 고뇌와 "왜 글이 돈하고 경주를 하는가?"등등 나는 그의 소설을 꼭 읽어 봐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왠지 공감이 가는 훌륭한 소설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심 식사 후 금병산 아래 있는 산국농원으로 갔다.

설레마을의 문학캠프

울창한 소나무 숲, 졸졸 나오는 약수,나는 얼른 복숭아를 씻어 어적 깨물었다. 아 이맛...갈증이 확 가신다.

봄,봄에 등장하는 동백나무로 여러가지 형상만들기도 배우고,
최승호 시인의 강의도 듣고 하지만 나는 어젯 밤 설친잠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졸려 내도록 고개만 끄덕거린다.

드디어 오늘의 시제가 발표되고, 백일장에 들어갔다.
시제는 1. 그늘  2. 모기소리  3. 이모
<

저 녘엔 인형극 거북아 거북아를 감상하고 운동장에서 장기자랑과 캠프파이어가 진행되었다.
60대와 10대가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다.

운동장에 둘러앉아 마을주민들이 가져온 옥수수와 무공해 도마도와 막걸리를 마시며 촌장님과 함께 못다한 이야기들로 꽃을 피웠다.
한 사람 한사람 참관소감을 말하고 일일히 평을 해 주시던 촌장님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훌륭한 스승 밑에 훌륭한 제자가 탄생한다고 했던 가.....
밤 늦은 시간인데도 아랑 곳 하지않고 끝까지 함께 해주신 촌장님의 열정에 다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제는 시제를 들고 글을 써야 할 시간이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지금은 캠프의 불도 꺼지고 아쉬운 마지막 밤이 흐르고 있다.
모두들 운동장 구석에서, 벤치에서, 복도에서, 화단에서, 교실에서, 글쓰기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그 어떤 것보다도 영원히 내 머리에 새겨질 아름다운 장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