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가 벗어질 정도로 따갑다는 여름 햇살이
아파트 건너편 길에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조차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더위 입니다.
해가 질녘엔 그래도 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에
한더위를 잊을수 있습니다.
다들 휴가를 떠나고
일부는 돌아오고
또다시 떠나는
그래서 반은 비어버린 도시에서
휴가 기분을 내려고
오늘은 바닷가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러 가기고 했었습니다.
해가 질 무렵 슬슬 꾀가 나기 시작하더니
그만 가기 싫어져서 집에서 거실에
신문을 깔고 고기를 구웠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맥주를 꺼내어놓고
고딩인 아들 한테도 맥주를 권하는 남편에게
눈을 흘겼습니다.
엄마 눈치를 보면서도 잔을 내미는 아들은
" 엄마 이것도 술이가" 하면서 대꾸를 합니다.
그래도 어디서 들은것은 있는지 고개를 돌리고
맥주를 마십니다.
벌써 저만큼 컷구나 하는 마음과
인제 순수한 면이 없어지는 것같아 서운해지는 마음 이었습니다.
저도 맥주를 한잔 들이키다가
혼자 계신 시어머니 생각이 나서
" 여보. 엄마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지?
지금 혼자 계실텐데."
"그러게"
그러다 문득 말을 바꾸어
"우리 엄마도 있고 부산 엄마도 있었으면 좋겠다"
....................
20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한번도 있었으면 좋겟다. 살아계시면 좋겟다
고 생각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돌아 가신 분이니까
같이 있을수 없는게 당연하고
희망 조차도 가지면 안되었던 것입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내 자신의 의지로 말입니다.
없는게 너무나 당연해 져 버린 엄마
그래서 안계신것이 너무 자연스러워 져 버린 자리...
하나밖에 없는 딸조차도
그리워 해주지 못하는 사람.
가시고기 처럼
살다가
껍질만 남은 달팽이집처럼
그렇게 부셔져 버린
여름 한낮 뙤약볕에 그을려
뽀오얀 피부가 새카맣게 그슬려
읍내 외출조차도 같이 다니기 창피 해 했던 내 엄마
오늘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가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아무 쓸모 없는딸..
평소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 납니다.
" 저년은 내 속으로 낳지만 너무 냉정하고 독해"
그말을 들을때면
'내가 누구 닮았는데 엄마 딸이잖아'
속으로 되뇌이곤 했습니다.
저같은 딸을 낳을까봐
제가 아들 하나 낳고 말았나 봅니다.
이렇게 무심한 딸인줄 알았을까요?
눈으로는 울수가 없어
가슴으로만 웁니다.
20년 전에 다시는 울지 않겟다고
맹세한 이후로
눈물 다운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나이 먹어가는 탓일수도 있죠.
엄마가 그만 살고 싶었다는 40을 넘겼으니까요.
이젠
좋은곳으로 놀러 가면
맛있는거 먹으면
엄마가 있었으면 좋겟다고
아니
같이 모시고 다니렵니다.
아마도 훨훨 날아서
저보다 먼저 다녀 가셧겟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