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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람피는 여자?


BY 그린미 2004-08-03

몇달 전에 친한 사람 대여섯명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불청객이 끼어 들었다.
그 불청객은 우리 일행중 한 사람과 안면이 있는지 아는체 하면서 합석을 했다.

 잡담이 진행 되는 도중에 그 불청객이 우리 일행들을 휘이 둘러 보더니,
"이중에 앤이 있을법한 사람이 하나 있네......"
농담반으로 눙치는척 하더니 나를 지목 하는거였다.

 황당하고 불쾌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분은 끼가 많이 보여요...그리고..주변에 바람이 많이 일어요...
뭔가를  자꾸 갈망하는 듯한 분위기와 외모, 그리고 스타일이...."

말하자면 바람을 잘 필것 같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모양새가 여엉 찜찜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렇게 음탕하고 색골로 보여 졌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삼켰다.

 "구체적으로 들려 주시죠......"
정색을 하고 물은 이유는 이 불청객이 철학을 좀 공부했다는 옆사람의 귀뜸에 호기심이 생겨서 였다.
곱게 말해서 철학이지 무지막지하게 말하자면 '占'을 친적이 있다는 말로 해석을 하면 된다.

 그 철학가(?)는 나를 자세히 훑어 보더니 알듯 모를듯한 묘한 웃음을 던지더니
"그러나, 걱정 마이소....끼는 많으나 함부로 드러내서 망신 시킬 분은 아니니까..."

 내가 정색을 하고 물으니까 약간 부담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더니 관상학적으로 봐서 그렇다나.
그러나 음탕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애써 자기 자신이 뱉은 말을 두둔하는것 같았다.

 그 철학가(?)가 말하는 색골 즉. 음탕한 여자의 관상을 좌악 나열하는데......
첫째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둘째 눈자위에 푸른빛을 띄우고
셋째 입술이 푸르스름한 색을 띄고 위로 말려 올라가서 윗 잇몸이 드러나는 여자.
넷째는 키가 작은 여자...........
다섯째는 말소리에 쇳소리를 담은 듯한 억양........등등.........

 그러니까 난 거기에 한곳도 해당 안되니 오해 마라고 손사래까지 치지만,
빙빙 돌려서 느물거리는게 가죽장화 신고 발등 긁은것 같이 개운치가 않았다.

 이상하다,
예전에 어떤 스님도 나를 보고 끼가 많다고 했다......그걸 속으로 삭이고 있노라고......

그러나 그 스님은 바람끼가 아닌 예술이나 멋을 아는 끼라고 했는데
이 사람은 한마디로 날 바람둥이로 치부하는것 같아서 요강 뚜껑으로 물 받아먹은 기분이었다.

 바람피는 여자....
외도하는 여자........
아무나 함부로 할수 있는 놀음이 아닌데 요즘 이런 사례들 심심찮게 본다.

 독일의 심리학자 'Gesela Runte(기젤라 룬테)'의 저서 '왜 여자는 바람을 피우는가?'에서 찾아보면 여자는 한 남자로는 부족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여자가 외도하는 이유와 정당성 그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여러사람의 사례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주어진 환경이나 위치 또는 사고의 틀에 따라서 이유는 다들 다를수 있지만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논 했을때 털어놓는 사연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즉,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건 부족한것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만족을 느끼려는 욕망이 지배적이란다
안에서 받는 고통이나 우울감에서 탈피하려는 방법으로 외도를 택하는데
배우자가 아닌 다른 異性에게서 또다른 대리만족을 얻고자 한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도 '몰래 훔쳐 먹는 떡이 더 맛있다'고 했는데  그래서 맥이 통한걸까...

 그런데 동서고금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외도에 대한 상이점이 있는데
남자는 외도를 무용담 같이 떠벌려도 크게 흠이나 흉으로 티를 잡지 않지만
여자의 외도엔 '조리돌림'이나 '주홍글씨'가 벗겨지지않는 족쇄로 남는다는 거다.

 외도하는 남자의 상대가 바로 여자인데.......
여자만 돌을 맞아야 하는 편협된 사회의 잣대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가끔씩 난 외도를 꿈꾸어 본적이 있다...(그래서 끼가 많아 보인다고 했나?)
현실 탈피의 핑게가 아닌 막연한 동경일지는 몰라도 한번쯤 어떨까...

 그러나 목에 걸리는게 있고 발목을 잡는게 많다.
도덕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윤리가 아직 땅속에 매장 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건 이것을 무장해제 시킬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맘속에 '良心'과 '理性'이라는게 '感情'을 앞서서 틀어쥐고 있는게 또한 이유에 속한다.
앞을 재고, 뒤를 돌아보고, 옆을 쳐다 봤을때 허용치는 단 0.1%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비단 나 뿐이 아니고 많은 여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걸림돌(?)이다.
이 걸림돌이 아직 땅에 뿌리를 박고 있기에 이 사회는 건재한다.

이건 걸림돌이 아닌 건전한 가정을 지탱하는 밀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