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었지요? 7-13에 쓴 예쁜 꽃잎...에 이은 글입니다.
그 날 무작정 집을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지만 어디로든 가야 할 것 같았다.
돈 나올 가망성 제로인 집에 앉아 등록금 마감일을 손 놓고 보낼
일이 더 힘들 듯 했다.
운이 거기까진 걸 어쩌겠는가? 라는
운이라는게 뭐 길래 내 인생 거기에 다 맡겨야 하는지...
당장 돈은 없지만 내일까지 시간이 있으므로 아직은 희망을 접지
말자고...
어디든 찾아가 잠시 내 삶의 행로를 이탈한 톱니바퀴의 한조각을
찾아 채워 넣으리라 생각하며 밤 기차에 올랐다.
약간 이탈된 톱니바퀴는 손가락 하나를 쏙 밀어 넣으면 금새 제자리로
돌아 올 간단한 일 같아서 스무살의 순진한 아이는 겁없이 뛰어 들었다.
그러나 이탈한 조각을 채우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 남자가 그걸 알게 해줬다.
그 날 내 좌석 맞은 편에 웨이브 진 긴 머리에 날이 선 까만 바지에 보라
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남자가 다가 와 앉았다.
제비의 분위기다.
"혼자 이신 가 봐요?" 하며 묘한 웃음을 날리던 남자는 잠시 후
음료수를 건네 주었고 마주 앉은 스무살의 아이는 언젠가 봤었던 선데
이 서울인가 하는 주간지의 제비 부녀자에게 최음제 먹여...라는
문구가 떠올라 진저리 치며 설사를 해서요...라며 거절을 했다.
음료수 먹이는 걸 실패한 남자 이 번엔 옆자리로 와 처음엔 조심스레
처음 건반을 배우는 아이처럼 스킨쉽을 시도 했다.
도,레,미.... 아 악...
내 비명에 남자 잠시 주춤하더니 갑자기 신들린 듯 연주하는 바흐의
손가락이 되었다.
아 아 악......싫어요.
더욱 놀란 일은 내 비명에 그 남자 전혀 당황을 하지 않는 거였다.
오히려 그 남자 웃으면서 귀에다 속삭이 듯 협박을 한다.
까불면... 알지? 하는데...
같은 칸에 탔던 아주머니, 아저씨들 힐끔 쳐다 보거나 베시시 웃기만
할 뿐.
도움을 청해봐도 역무원들도 소극적이다.
스스로를 구제해야 되기에 그 남자의 공격이 오면 난 얼른 배를 잡고
급해요....하며 화장실에서 위기를 모면했는데....
위기는 거기서 끝나질 않았다.
강릉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도착역이 영주였는데 영주는 환승역이어서 M시
로 간다는 그도 부산으로 가려던 나도 하차를 해야 했는데 부산행 기차는
새벽 2시30분에 출발을 한다.
흐 흐 흐...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았군. 우리 놀다 가지? 하며 어두운 곳으로
손목을 끄는 남자.
그 남자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질이 나쁜 남자였다.
아직 스무살은 안돼 보이고....물은 좋지.... 오늘 내가 데불고 있고 내일
데려 가지뭐. 하는 전화 통화 내용을 몰래 듣고 나는 전율하였다.
그는 인신 매매범인 것 이었다.
나는 호랑이 굴에 있는 것이다.
정신 차리자.
나는 내게 그렇게 주문을 하며 호랑이 굴 속을 빠져 나갈 궁리를 하였다.
"아이고 배야 나 설사 으으윽...."
난 배를 움켜 잡고 연기를 했고 그 남자는 가방을 나꿔 채 들고는 다녀 오라
했다.
매표소 바로 앞엔 매점이 있었는데 난 화장지를 사면서 그에게는 주간지인
선데이 서울을 사서 들이 밀었다.
금방 갔다와 하는 그 남자를 두고 화장실에서 남자의 동태를 살피니 예상했던
데로 주간지에 빠져 정신이 없었다.
화장실 입구에서 덩치 좋은 아주머니 등뒤에 바짝 붙어 역 사무실에 진입하는데
성공을 했다.
사무실 창으로 그 남자의 동태를 살펴보니 주간지를 접은 남자 이리저리 날
찾아 다니고 남자가 팽개쳐 놓은 가방을 역무원이 들어다 주었고 표를 끊는 일도
안전하게 부산행 기차에 오르는 일도 역무원이 도와 주었다.
부산발 기차가 부웅~ 출발 신호를 울리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 ~ 해방이다~ 난 자유라고 ~ ~
긴장이 풀린 몸은 갑자기 졸음이 쏟아 졌다.
내리깔리는 눈꺼풀 사이에....
꿈인지 생신지
나는 보라색 실크블라우스를 보고 말았다.
*3편은 부산발 열차 편입니다.
전 예기치 않은 상황이 자주 생기는 환경이라 연재가 늦어 질 수도 있습니다.
양해를 바라구요 ^0^
다음 편 될 수있음 빨리 올리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