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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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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


BY 동해바다 2004-07-16



     

     창문 열어 비구경을 합니다.
     흙마당이 아닌 방수처리된 초록마당이긴 하지만 고여있는 빗물 위로 똑똑 
     떨어지는 방울모양이 예쁘기만 합니다.

     빗줄기에도 아랑곳않고 날아 다니는 잠자리들..
     우중임을 모르는것인지 짝짓기하는 그들은 그야말로 시도때도 없나 봅니다.
     왕따당한 외잠자리만이 왔다갔다 낮게 비행하며 나는 그 모습을 디카에 담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가로운 모습입니다.
     어여쁜 새 한마리가 출현하였습니다. 
     찰나 날아가 버리긴 하지만 긴꼬리의 새등장에 모든것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갑자기 울려오는 전화벨소리, 굵어지는 빗방울소리, 새움직임, 잠자리의 비행..
     잠시 정리를 합니다.

     요즘 부쩍 늘어난 마당에 놓여진 화초들이 비를 흠뻑 맞고 있습니다.
     늦봄까지 활짝피어 분홍잔치 벌였던 꽃잔디는 초록잎의 싱싱함을 자랑하고
     거실을 바라보며 늘 자리잡고 있던 수국과 난 종류들이 새끼치기를 하면서 
     십여개의 화분을 더 만들어 마당으로 내 놓았더니 올망졸망 모여있는 화초들이 
     너무 보기좋습니다.

     키우던 개가 뜯어먹고 흙을 파헤쳤던 화단속의 나팔꽃과 봉숭아가 함초롬히 
     피였다가 수줍어 고개숙이고 있고, 부채난 장미 원추리도 이웃하여 정겨운 
     그림 그려주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마당에 나가봅니다.
     가지런히 배열해 놓은 화분들을 보면 밥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답니다.

     어제 야생화 전시회장에 가서 하나에 천원씩 사온 상록패랭이, 제비동자꽃, 
     백리향등 작은 화분들이 무척이나 귀엽습니다.  다섯개의 화분이 열개가 
     되도록  늘렸습니다. 작은 집이 답답할 것 같아 조금 더 큰집으로 이사를 
     시켜준 야생화는 곧 예쁜색의 꽃 피어낼 것입니다.


     


     얼마전 베란다 천정까지 올라간 행운목이 숨쉴 공간이 부족하다며 누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시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내공기 정화에 특별하다는 벤자민도 너무 많은 가지로 인해 
     모양새가 보기좋지 않아 잔 가지들을 모두 쳐 주었습니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전 떨궈진 벤자민가지 한개와 누렇게 변해가는 
     행운목을 뚝 떼어 유리병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필요없는 가지와 죽어가는 화초들은 대부분 쓰레기로 분류됩니다.
     정성만 들이면 살게될지 모를 생명들이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
     가고 맙니다. 소홀하게 대할수 있는 모든 생명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나는 
     화초 살리기 작전에 들어갑니다.

     매일 물갈아 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베란다에 두면 미처 손이 가지 않을 듯 해 주방 수도꼭지 옆에 두면서 수시로 
     물을 갈아 주었습니다.
     고인 물은 썪게 마련입니다.
     이왕 살리려고 눈앞에 놓아 두었다면 필사적으로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가끔 제 명이 짧아 죽어간 화초들도 있지만 대부분 내 손에서 살아 베란다로
     옮겨간 것들이 많습니다. 죽어가는 화초들을 물 속에 넣어둔 채 움트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아무 변화가 없더니 오늘에서야 벤자민은 0.2미리 정도
     희끗한 움이 보이기 시작했고 행운목 밑둥에서도 가느다란 실뿌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 살았구나 안도감과 생명의 신비를 다시한번 느낍니다.
     땅위의 온 삼라만상이 우리 인간의 삶과 비슷합니다.
     밋밋하고 지리한 인생여정 속에 비타민이 될 무엇인가를 늘 갈구하며 삽니다.
     질펀했던 삶을 눈뜨이게 할 그 무엇인가를.....
  
     유약한 식물이 살아나면서 뽀송뽀송한 흙을 만나 화분으로 옮겨질 날을 위해
     하루 서너번의 물속에 사랑의 촉진제도 덤으로 넣어 줍니다.
     오늘은 마당에 줄서있는 화초들 옆에 얌전히 비를 맞히며 건강함을 과시하게
     놓아 두었습니다.
     투명한 유리병 속에 또 하나의 생명이 재탄생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비 맞은 화초들은  나의 밥입니다..
     머리가 복잡할때 선연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꽃들을 바라 봅니다.
     그리하면....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