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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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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속의 다른 콩


BY 아리 2004-07-01

푸른초장님이 올리신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다즐링님이 달아주신 답글은 더욱 더 ..재미있다

정곡을 찔린 정확한? 답글은 아닐까 ...

 

그렇지 다 그렇게 우수한 품종이고

완벽하면 살맛이 날까

 

우리 둘째 녀석도 오늘 부터 중간고사 시작이다

 

초등학교 일학년을 입학하고

담임 선생님께서

"내일 아침 아홉시까지 나오셔요"

하는 말씀이 끝나자마자

"밤 열시에 오면 안되나요?"

하고 소리쳐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 녀석

선생님은 날카로운 눈초리를 숨기고

"밤열시에 와서 뭐 할건데요?"

하고 답변을 주셨다

 

그날 나는 글도 잘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그저 국어 공책에 (잘못했습니다)를 열번 써서

선생님께 제출하고 도장을 받아오라고 시켰을뿐 ..

 

아이는

아침 자습문제를 풀때에도

일번 --몰라

이번 --너는 아니

삼번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아

사번 --니가 알면 니가 써라

오번 --그래 너 잘났다

 

뭐 이런 되지도 않는 답을 써놓고 와버리기 일쑤였다

 

뿐만 아니라 푸른 초장님의 글에서 처럼 자기보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훨씬 훨씬 많은데

엄마는 왜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하는데는 정말로 할 말이 없다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친구의 아이는 이순신 장군과 왜구와의 싸움에서 그들은 전쟁중에 왜 도망하였을까요? 라는 질문에( "무서워서 ~")라고 답을 쓰고오는 귀여운 아이라고 박장대소하며 나와 손뼉을 마주한 적도 있으니 아이들의 답은 진실로 오묘하고 창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

조산을 했다는 이유로

그저 이아이가 잘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으로

방치한 결과였다

 

얼마나 걱정이 되면 큰아이 --겨우 초딩 3학년

를 불러서

"@이야 암만해도 네가 @이 몫까지 공부해야 할 것 같아 .."

하고 나직이 속삭이기 까지 했을지경이니

 

그런데

저번 의류를 조금씩 떼어다가 파는 아줌마를 만나고

나는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던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첫시험을 치르는 날

"린아 너는 아주 아주 잘할거야 5개만 틀려도 아주 잘하는 거거든 >>"

 

엄마는 나직히 소리내었고

아이는 그날 정확히 5개를 틀렸단다

그날 교실 청소당번으로 간 그 엄마에게 담임선생님이 그러셨단다

 

"세상에 ...5개를 틀리고 저렇게 좋아하는 아이는 처음 보았어요 한개만 틀려도 엉엉 울어대는데 ..엄마가 5개를 틀리면 아주 잘한거라고 하셨다면서 ..너무 너무 좋아하는데 ..."

 

선생님은 그 엄마의 넉넉한 마음씀에 놀라시고

린아는 정말로 그렇게 예쁘게 크고 있다

 

예쁜 엄마를 백지에 그리고

작은 메모를 남기고 놀이터에 간다

(엄마 사랑하는데로 시작해서 엄마는 나를 사랑하잖아)로 끝나는 메모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데

나도 모르게 조바심을 내고

멀쩡히 잘하는 아이를 코너로 몰면서

제일 잘한 것은 내세워 주지 않고

제일 못한 것을 내세우며

아이를 부끄럽게 만드는 모자란 엄마는 아니였는지

 

그래도 이 아이가 이만큼 자라서

학교 잘 다니고

공부 잘?하고

친구들과 잘 놀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넌 이담에 아빠가 될 사람인데 ..엉 ..아빠가 될 사람인데.." 이 말을 되뇌인다

어쩔 수 없는 욕심장이 엄마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