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하루였다. 한 낮의 거리에 섰을때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아마도 절절 끓는 40도는 되었지 싶다. 너무 과장했나.
한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땡볕에 온 몸을 노출 시킨채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그 남자의 한 손에 검은 색 서류가방이 들려 있었고
아이들의 동화책 한 권이 들려진 다른 손은
걸음을 옮겨 놓을때마다
책과 함께 흔들거렸다.
나는 양산을 받쳐들고 그러나 그 양산속에서도
햇살은 여지없이 살을 겨누었지만
그래도 나는 양산을 들어
빛을 잠시 물리치고 작은 여유를 부리며
그 남자의 옆을 지나왔다.
왜 그 남자의 뒷모습이
나의 시선을 끌었을까
한 낮의 땡볕속을
저렇게 바삐 서둘러 가야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잠시라도 이 빛살을 좀 피해가지
그렇게 안스러움에 젖었던 까닭은
나또한 그런 여유를 가지지 못한 탓일까
그 남자의 등에 얹힌 삶의 무게를
혼자 가늠해보면서 자꾸만 그 남자의 구부정한 등과
닳아버린 구두 뒤축을 따라가는 나의 시선
그 남자를 기다리고 있을 젊은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난 생각했다. 그들은 알까
한 낮의 칼날같은 땡볕속을 혼자 말없이 걷고 있을
아내의 남편과 아이들의 아버지를
그래도 난 가끔 투정부릴 수 있는데
내가 짊어지고 있는 이 짐은
애초에 내것이 아니라
그의 등에서 넘겨받은 대신 지고 가는 짊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위안으로 인해 그나마
조금은 이런 모습으로도 당당해질 수 있었는데
그러나 그 남자는 남자라는 이유로
한 낮의 땡볕 속에서도 자유롭지 못한건 아닐까
무능력이라는 자로 재단될 것이며
젊은 아내는 어쩌면 더 기세등등
남자를 몰아댈지도 모른다
아, 저 남자. 동화처럼 남자여, 꿈을 꾸어라.
비록 그 자리 그 유형의 시간에
우리가 이렇게 남남으로 스쳐지나가는 이 순간
나는 그대를 잊지 못하여
보고 또 보고 낯익은 구두 뒤축의 헐벗음을
나라도 기억해주마
남자가 아스팔트를 허위허위 지나
길 저편으로 사라질때까지
난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